든든한 동료이자 조력자, 다정한 친구. 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를 통해 처음으로 눈을 맞춘 김지원과 이정은, 두 배우의 그런 사이.

김지원 재킷과 팬츠, 셔츠 모두 Bottega Veneta, 슈즈 Khaite, 이어링 Stone Henge.
이정은 재킷, 톱,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트, 스커트 모두 Specchio, 브레이슬릿 Sportmax,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트 Jean Paul Gaultier by ADEKUVER, 이어링 Stone Henge.

이야기의 끝에 관객에게 잘 도달하는 것이 마침표인데, 잘 갈 수 있을까 배우는 늘 설레면서도 두려운 거죠. 고민의 깊이가 깊을수록 더 떨릴 수밖에 없고요.

배우 김지원

두 분이 함께 출연한 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의 무드에 맞춰 냉소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서로를 바라보는 눈이 하도 다정해서 무드를 바꿔야 하나 고민했습니다.(웃음)

이정은 너무 다정하죠? 촬영하면서 정이 많이 붙었어요.

처음으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사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정이 깊어 보여요. 마치 아주 오래 인연을 맺어온 사이처럼 보일 정도로요.

김지원 영화 <세렌디피티>를 보면 우연이 계속되다 운명적인 재회를 하게 되잖아요. 선배님과 저의 만남이 그런 것 같아요.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나 <미스터 션샤인>에서나 같이 등장하는 신이 없지만, 같은 작품 안에 머물다 이제야 탁 만나게 된 거죠.

이정은 영화 <조선명탐정>에서는 각자 나오는 시리즈가 달랐고. 계속 크로스됐어요.

언젠간 작품 안에서 마주칠 거란 생각을 한 적도 있나요?

김지원 결국은 못 만나고 말 배우 중 한 분이지 않을까 생각해왔어요.

어떤 연유에서요?

김지원 말하자면 제게 선배님은 ‘배!우!’ 이런 느낌이었거든요.(웃음) 인터뷰를 찾아서 볼 정도로 흠모하는 배우였던 터라 더 멀게 느껴졌는데, 이번 작품에서 선배님과 함께한다는 얘기를 들은 거예요. 그날 집에 가자마자 엄마한테 자랑을 엄청 했어요. “나 이정은 선배님이랑 한다!” 하고요.(웃음)

이정은 지원 씨는 주변에서 워낙 칭찬이 자자한 배우라 만나고 싶었어요. 손석구 씨가 만약 멜로드라마를 다시 한다면 김지원 씨랑 또 하고 싶다 그러더라고요. 왜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더니, 액션과 리액션이 그토록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배우가 드문데 지원 씨가 그렇다는 거예요. 궁금하더라고요.

인터뷰나 다른 이의 말을 통해 가늠하다 한 작품에서 대면하게 되었을 때 어떤 점이 보였나요? 직접 만나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이정은 화면으로 본 디테일한 감정 표현이 부단히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가 내추럴하게 그 감성대로 움직이는 것도 물론 좋지만, 장면 하나하나에 공을 많이 들이는 배우가 역시 화면에서 살아나는구나 싶었어요. 어떤 건 흘려야 하고, 어떤 건 붙잡아야 하는지, 그런 완급 조절을 계속 감독에게 질문하고 의심하는 모습이 함께 일하는 작업자로서 존경스러웠어요. 이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눈물의 여왕>을 다시 봤는데, 지원 씨의 태도를 마주한 후에 보니 ‘아 이런 점들이 너무 좋았구나’ 하는 면이 발견되더라고요.

김지원 제가 근 몇 년간 연기적으로 고민이 있었어요. 좀 낯간지러운 말이긴 한데, 명사로 있는 게 아니라 동사로 있는 거, 그게 숙제였거든요. 이번에 선배님 곁에 머물면서 진짜 많이 배웠어요. 선배님은 항상 촬영 들어가기 전에 그 장면에 살아 있기 위한 상태를 유지하시는데,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추워하는 신이라고 계속 몸 을 춥게 만들어두면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선배님은 매번 웃으면서 “나는 미련해서 그래” 하시는데, 그 내공이….

이정은 진짜야. 미련해서 그래.(웃음)

김지원 그야말로 카메라가 담기만 하면 되는, 그런 연기를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말할 수 없이 좋은 기회였어요. 그런 것들을 언제나 가감 없이 나눠주셨고요. ‘선배님은 원래 연기를 잘하시잖아’ 하고 막연하게 생각한 것들이 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거기에 다다랐는지 알 수 있어서 제겐 너무 귀한 공부가 됐죠.

톱, 팬츠 모두 Sportmax,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지원 재킷과 팬츠, 셔츠 모두 Bottega Veneta, 슈즈 Khaite, 이어링 Stone Henge.
이정은 재킷, 톱, 팬츠,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라마 이야기로 들어가볼게요.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의 닥터X, ‘계수정’(김지원)은 어떤 인물인가요? 몇 달 전 마리끌레르와 인터뷰하며 김지원 배우가 너무 차가운 온도에도 화상을 입는 것처럼, ‘cold burn’의 에너지를 지닌 인물이라는 힌트를 남겨주었어요.

김지원 그때 제가 멋을 좀 부려보려고 한 표현인데, 글로 보니까 쑥스럽더라고요.(웃음)

이정은 (웃음) 그런 말도 좀 해줘야지.

김지원 설명을 덧붙이자면 되게 맹목적인, 휘지 않고 그냥 부러져버리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계수정의 어떤 냉철함이나 서툶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야기를 잘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알게 될 거예요. 왜 그가 육각형이 아니라 하나로만 가버리는 일각형 인간으로 살기로 했는지가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룹니다.

다른 여지 없이 직선으로만 달려가는 사람이네요.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에서 ‘미정’(김지원)이 ‘구씨’(손석구)한테 이런 말을 해요. 거칠고 투명하다. 저 그 대사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수정이를 보면서, ‘이 사람 참 거칠고 투명하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의사로서 술기만 좇고, 환자만 생각하면서 그 외의 것들을 다 말끔하게 치워버린 사람이라 처음엔 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그래서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

‘장희숙’(이정은)은 돈만 밝히는 속물이자 모략가로 설명되어 있지만, 이 인물을 이정은 배우가 맡았으니, 그 이상의 다면적인 부분이 존재할 거란 확신이 듭니다.

이정은 장희숙은 능력 있는 사람(의사)을 알아보는, 다만 사회생활에는 가치를 두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기술에만 몰두하는 천재들을 발굴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의사 용역 소개소의 소장이에요. 계수정 선생과 같은 이들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사람. 그러다 보니 돈도 필요하고 계획도 필요하고, 상황에 따라선 계략이나 모략도 필요한 거죠.

장희숙이 짠 판 안에서 천재 의사 계수정의 기술이 펼쳐지는 거군요.

김지원 수정은 액셀이고, 장희숙은 약간 브레이크 같은 존재예요.

이정은 혹은 방향지시등. 자, 이쪽으로 가보겠습니다.(웃음)

동료이자 조력자인 계수정과 장희숙의 관계처럼, 두 배우도 현장에서 서로에게 가장 큰 조력자였다고 들었습니다. 김지원 배우의 말에 따르면 이정은 배우는 “희숙이라는 인물을 더 다채롭게 만들고, 김지원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고요.

이정은 아니, 정말로 지원 씨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작품의 구심점으로서 자기 역할에 대해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는 배우니까, 제가 곁에서 든든한 선배이고 싶고, 동료이고 싶고, 친구이고 싶었거든요.

김지원 현장에선 이런 말씀 안 해주셨는데, 지금 이런 얘기를 해주시면 저 울잖아요.

이정은 손현주 선배도 그렇고, 현장에서 지원 씨를 보는 마음은 다 똑같았을 거예요. 내 젊은 시절 같기도 하고, 제일 아름답게 빛날 시기니까, 애틋하게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들었던 거죠.

김지원 한창 촬영할 때 가족들이 어떠냐며 묻길래,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마치 요람 안에서 촬영하는 것 같다고요. 저는 늘 아쉬운 것이 많으니까, “저 이렇게 하고 싶었는데 잘 안 됐어요”라면서 징징대면 선배님은 늘 “잘했어. 내가 봤는데 너무너무 좋았어”라고 말해주시는 거예요. 신뢰도는 낮고 마음은 행복한 현장이었습니다.(웃음)

이정은 아니야, 진짜야. 정말 잘했어.

반대로 김지원 배우에게 받은 것도 많았을 것 같아요.

김지원 행복을 받고 간식을 드렸죠.

이정은 아니, 너무 많이 먹여. 촬영장에 거의 열두 시간씩 있으면 자기 차에 들어가서 좀 자고 그러면 좋은데, 스태프부터 선배들까지 간식을 하나하나 손에 쥐여줘요. 그럼 그걸 아기 새처럼 받아먹으면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그렇게 다정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러다가 다시 촬영에 들어가면 또 각자의 힘을 분출하는 현장이었죠.

그 다정함과 힘에는 이정림 감독도 한몫했겠죠? 감독과의 케미스트리도 엄청났다는 후일담을 접했습니다.

이정은 작은 거인이에요. 감독님은 탁월한 심리묘사로 장르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실력파 드라마 연출가이기도 하고요. SBS의 젊은 피, 그런 연출가가 지원 씨와 만나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 고심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체구가 아주 작은데, 심지어 작품을 만드는 동안 체중이 10kg 가까이 빠질 정도로요. 그런데도 에너지를 잃은 적이 없어요.

김지원 그렇다고 엄청 센 스타일도 아니에요. 저는 감독님을 보면서 흔들다리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정은 맞다. 흔들다리, 재미있는 표현이네.

김지원 흔들흔들하지만 끊어지지 않아서 끝까지 건너갈 수 있는 다리처럼, 고민을 엄청 많이 하지만 집요하게 끝까지 가거든요. 저녁에 울고 다음 날 ‘나는 간다’ 하는 태도로 다시 딱 나서는, 그 강단이 참 좋았어요.

이정은 베스트, 벨트 모두 Christopher Esber by ADEKUVER, 셔츠, 팬츠,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지원 드레스 Bottega Veneta, 슈즈 Ferragamo.

우리는 그 사람을 화면 안에서만 보지만, 그 밖에도 연속된 삶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지하철 문이 열리고 닫히면서 스치듯 지나갈지라도, 사실 그는 어디서부터 걸어서 왔고, 또 어느 역에서 내릴 거라는, 그런 연속선상에서 인물을 생각하려고 해요. 그렇게 해야 어떤 인물을 만나든 좀 더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내가 존재하듯, 그 인물도 존재한다. 모든 삶은 연속된다고 생각해요.

배우 이정은

첫 방송을 약 한 달 앞두고 있어요. 작품이 공개되었을 때, 어떤 반응을 마주하길 바라나요?

김지원 제가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한데, 이번엔 특히나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요. 어떻게 봐주실까, 너무 긴장이 되는 거예요. 이야기를 어떻게 전할지 감독님, 배우, 스태프 모두가 굉장히 심도 깊게 이야기를 나눈 작품이라 더 기대가 되고 떨리는 것 같아요. 가볍게 훅 들어가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어떤 오해도 없이 시청자에게 잘 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얼마 전 영화 <경주기행>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이정은 배우가 끝내 도달할 수 있을까, 그 두려움이 있었다는 말을 하며 눈물을 흘렸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이정은 그걸 보셨어요?

김지원 저도 그 장면 보고 울었어요. 맞아요.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이야기의 끝에 관객에게 잘 도달하는 것이 마침표인데, 잘 갈 수 있을까 배우는 늘 설레면서도 두려운 거죠. 고민의 깊이가 깊을수록 더 떨릴 수밖에 없고요.

어떤 이는 배우의 열연에 매료되고, 어떤 이는 촘촘하게 짜인 스토리에 반하고, 또 다른 이는 마지막 장면 하나만으로 좋은 작품이라 판단하기도 합니다. 두 분에게 좋은 작품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이정은 전에는 이야기가 구조상으로 튼튼한 작품이 좋았어요. 나도 들을 만하고 너도 들을 만한 이야기. 그런 성향이 배우 인생에서는 안정적인 구조를 선택하게 이끌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아방가르드한 작품도, 그러니까 똑같은 포인트를 다르게 비틀어서 다각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도 필요하다 싶은 거예요. 예를 들어 복수를 다짐하는 이야기는 결국 실패나 용서로 흐를 때가 많은데, <경주기행>처럼 끝까지 가보는 얘기를 통해 사적 제재를 어떤 절박함으로 생각해보는 계기가 생기는 거죠.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도 같은 맥락에서 선택한 작품이에요. 메디컬 누아르라는 흥미로운 장르의 외피를 입고 있는데, 그 안에는 의학계에 던지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왜 외과 의사가 많이 길러지지 않을까 이런 점도 생각해볼 수 있고요. 요즘은 이렇게 질문하게 하는 작품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김지원 무엇이 좋은 작품이라고 정확히 정의하긴 어렵지만, 이번 작품에 한해서 얘기해 보자면 저도 그 점이 좋았어요. 어떤 명확한 답을 전달하기보다 사고하고 질문하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요. 실제로 대본을 읽으면서 제가 생각을 되게 많이 하게 되었거든요. 계수정의 시그니처와 같은 말이 있어요. “실패하지 않습니다.” 단편적으로 보면 오만한 말이지만, 그 말을 하게 되는 흐름을 생각해보면 여러 질문들이 따라오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좋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레더 코트, 니트 터틀넥, 팬츠, 슈즈 모두 Celine.

이렇듯 훌륭한 작품을 만났을 때, 그 안에서 어떻게 존재하려 하나요? 7년 전 마리끌레르와 한 인터뷰에서 이정은 배우가 작품 안에서 스스로 존재하고자, 그 안에서 살아 있고 싶다는 귀한 말을 남겼습니다. 작품 안에서 잘 살아 있다는 건 무얼 말할까요?

이정은 우리는 그 사람을 화면 안에서만 보지만, 그 밖에도 연속된 삶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지하철 문이 열리고닫히면서 스치듯 지나갈지라도, 사실 그는 어디서부터 걸어서 왔고, 또 어느 역에서 내릴 거라는, 그런 연속선상에서 인물을 생각하려고 해요. 그 렇게 해야 어떤 인물을 만나든 좀 더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내가 존재하듯, 그 인물도 존재한다. 모든 삶은 연속된다고 생각해요.

더 멀리 가는 질문으로 마무리할까요. 작품을 넘어 삶에서 잘 존재하는, 잘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정은 삶이 기적이다. 요즘은 진짜 살아내는 것이 곧 기적이라 생각해요. 작년에 슬럼프가 약간 왔었어요. 강아지도 떠나보내고, 그러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에 또 너무 깊이 골몰하면 사람이 가라앉는다고 하더라고요. 그저 매일을 기적처럼 감사하게 생각하면, 그게 제일 잘 사는 게 아닌가 싶어요.

김지원 어릴 때는 오히려 명확했던 것 같거든요. 목표를 설정해, 달려가, 어떤 걸 이뤄내, 그다음을 찾아. 이렇게 성취에 매여 있는 시기가 있었는데,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면서 (이정은 배우를 바라보며) 죄송합니다(웃음),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외려 모르겠다 싶더라고요. 그런데 이 질문을 갖고 있는 게 참 좋아요. 답에 따라 언제든지 경로를 변경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고요. 밥 잘 먹고 이불 빨래 돌리고 한숨 자고 일어나는 날에는 이런 삶이 최고다 하다가도, 또 어느 날은 이렇게 나태해질 수 없어 하면서 부지런히 뭘 해요. 그렇게 나태와 발등의 불 떨어진 듯한 상태를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그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이정은 그게 제일 좋아. 저도 옛날보다 소소한 재미를 잘 받아들이게 됐어요. 오늘도 지원이랑 작품에서 만난 덕분에 같이 이런 인터뷰도 하고, 그 안에서 좋은 이야기도 나누고, 이런 일이 주어지는 게 얼마나 즐거워요. 매 순간을 잘 즐기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이고, 또 내일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으니까.

김지원 저는 오늘 너무 좋았어요. 촬영할 때는 선후배 동료들과 계속 볼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어제도 보고, 오늘도 보고, 다음 주도 볼 거고, 다음 달도 볼 거니까. 그러다 촬영이 끝나고 시간이 좀 흐르면, 이분이 내 인생에 들어왔었나 싶어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오늘 다시 만나서 선배님과 나눈 순간들을 회상하고, 근사한 화보도 남기면서, 나중에 돌아봤을 때 엄청 좋을 기억 한 조각이 또 생겼다 싶어요. 아직 하루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뿌듯해요. 그 기분 아시죠? 이불 덮고 자기 전에 괜스레 웃음이 나는, 오늘이 그런 날이에요.

김지원 재킷과 팬츠, 셔츠 모두 Bottega Veneta, 슈즈 Khaite, 이어링 Stone Henge.
이정은 재킷, 톱, 팬츠,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