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역동성과 자연의 고요, 자신을 돌보는 시간과 바깥 세계를 향한 호기심 사이에서 발견한 균형.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를 여행하며 웰니스의 본질을 다시 생각했다.

천문학자의 지도 아래 블루마운틴의 맑은 밤하늘을 관찰하는 프로그램 ‘블루마운틴 스타게이징(Blue Mountains Stargazing)’ 체험 장면.
협곡 위를 가로지르며 탁 트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시닉 스카이웨이(Scenic Skyway)’를 비롯한
다양한 어트랙션과 함께 대자연을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는 블루마운틴의 대표 명소, ‘시닉 월드(Scenic World)’.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이지만, 분주한 도시 한가운데서 진정한 휴식을 누리는 일은 어쩐지 상상하기 어렵다. 시드니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내심 품고 있던 의문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New South Wales)에 속한 시드니와 블루마운틴 일대를 누비며 이어진 긴 여정을 거치며 점차 확신으로 바뀌었다. 오래된 역사를 품은 호텔과 레스토랑부터 하버 위에서 즐기는 사우나와 요가, 끝없이 펼쳐진 블루마운틴의 광활한 자연을 누비는 경험까지. 몸과 마음의 균형 잡힌 상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웰니스의 가장 기본적인 정의라면,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보낸 일주일은 도시의 활기와 자연의 장대함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그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도심 속에서도 여유로운 휴식을 누릴 수 있는 럭셔리 호텔, 카펠라 시드니(Capella Sydney).

낯선 도시를 경험하는 방식은 머무는 공간에서부터 시작된다. 20세기 초 뉴사우스웨일스주 교육부 청사로 사용되던 공간을 7년에 걸쳐 복원한 카펠라 시드니(Capella Sydney)는 머무는 시간 자체를 하나의 여행으로 만들어주는 호텔이다. 6층에 자리한 ‘아우리가 스파(Auriga Spa)’는 달의 주기와 자연의 리듬에서 영감을 얻어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회복을 돕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거 갤러리로 사용하던 공간에 거대한 채광창 아래 20m 길이의 실내 수영장과 바이탈리티 풀이 들어서 있어, 마치 탁 트인 자연 속에서 수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한편 달링 하버에 자리한 W 시드니(W Sydney)는 도시의 역동성을 휴식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호주산 식재료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레스토랑 ‘비트윈(BTWN)’과 달링 하버의 야경을 품은 루프톱 바 ‘29/30’에서는 시드니의 미식과 활기찬 나이트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그러다 호텔 2층의 ‘어웨이 스파(AWAY Spa)’에 들어서면 조금 전까지 익숙하던 도시의 소란에서 벗어나 트리트먼트를 받으며 오롯이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시드니 왕립 식물원에서 호주 토착 식물과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식물종을 직접 만지고, 맛보며
자연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테이스트 오브 컨트리 익스피리언스(Taste of Country Experience)’ 프로그램.

시드니에서는 광활한 자연을 만나기 위해 멀리 떠날 필요가 없다. 하버를 따라 펼쳐진 시드니 왕립 식물원(Royal Botanic Garden Sydney)은 호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식물원으로, 도시 한가운데에서 다채로운 식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원주민 가이드와 함께 1시간가량 카디 잠 오라 정원을 거니는 프로그램 ‘테이스트 오브 컨트리 익스피리언스(Taste of Country Experience)’에 참여했다. 호주 토착 식물이 오랜 시간 식재료와 약재, 생활 도구로 활용되어온 방식에 대해 듣고, 각종 잎과 열매를 직접 만지고 맛봤다.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공동체의 기억, 문화적 정체성이 자연과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며 자연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를 한눈에 담으며 사우나와 콜드 플런지를 즐길 수 있는 ‘웰니스 어플로트(Wellness Afloat)’ 프로그램.
수면 위에 띄운 패들보드에서 물의 움직임을 의식하며 요가 동작을 이어가는 ‘스탠드업 패들보드 요가(SUP Yoga)’ 프로그램.

육지에서 자연을 이해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드니의 자연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싶다면 하버로 나아갈 차례다. 캠벨스 코브에서 보트를 타고 도착한 수상 시설 디 아크(The ARK)에서는 ‘웰니스 어플로트(Wellness Afloat)’의 사우나와 콜드 플런지를 번갈아 체험했다. 뜨거운 열기와 차가운 물의 자극이 온몸의 감각을 깨우는 동안, 눈앞에는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를 품은 시드니의 풍경이 펼쳐졌다. 도심에서 페리로 약 20분 거리에 자리한 맨리(Manly)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바다와 만날 수 있었다. 맨리에서 10년 넘게 바다를 무대로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플로 모션(Flow mOcean)’의 스탠드업 패들보드 요가(SUP Yoga)는 수면 위에 띄운 보드에서 요가 동작을 이어가는 수업이다. 미세한 물결에 따라 끊임없이 흔들리는 보드 위에서 호흡과 몸의 균형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바다와 온몸으로 교감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호주를 대표하는 셰프 닐 페리(Neil Perry)가 이끄는 레스토랑 ‘마거릿(Margaret)’.
가족의 가치와 제철 농산물, 나무 화덕 요리를 중심에 둔 메뉴를 선보인다.

시드니의 미식 역시 이 땅의 자연과 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다. 독특한 생태계와 다양한 기후대를 지닌 호주는 토착 식물부터 해산물과 육류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식재료를 품고 있다. 왕립 식물원에서 이름과 쓰임을 배운 토착 식물이 접시 위에 재료로 등장하는가 하면, 지역 생산자들이 길러낸 식재료는 셰프의 손을 거쳐 저마다 다른 풍미로 완성된다. 더블 베이(Double Bay)에 자리한 ‘마거릿(Margaret)’은 호주를 대표하는 셰프 닐 페리(Neil Perry)가 어머니의 이름을 빌려 문을 연 레스토랑이다. 그가 강조하는 핵심 가치인 ‘케어(Care)’는 오랜 시간 관계를 맺어온 생산자부터 요리하는 이들, 식탁에 둘러앉은 손님까지 아우르려는 세심한 태도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을 자랑하는 ‘아리아(Aria)’에서도 호주 식재료의 다채로운 풍미를 정교한 코스 요리로 만날 수 있었다.

약 10에이커 규모 농장의 광활한 풍경을 눈에 담으며 현지 사과로 만든 수제 사이다를 맛볼 수 있는 ‘빌핀 사이다 컴퍼니(Bilpin Cider Co.)’.

시드니를 벗어나 블루마운틴으로 향하는 길, 미식의 즐거움은 식탁 너머의 풍경으로 확장됐다. 사과 산지로 알려진 빌핀(Bilpin)에 자리한 ‘빌핀 사이다 컴퍼니(Bilpin Cider Co.)’에서는 과수원을 거닐고, 동물들과 시간을 보내며 갓 구운 애플파이와 현지 사과로 만든 수제 사이다를 맛봤다. 여정은 메갈롱 밸리(Megalong Valley)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하이드로 마제스틱 호텔(Hydro Majestic Hotel)로 이어졌다. 호텔에 자리한 윈터가든(Wintergarden)에서는 광활한 계곡을 바라보며 샌드위치와 스콘, 디저트로 구성된 하이 티를 맛봤다.

블루마운틴의 울창한 자연 속에서도 도심의 호텔에서처럼 몸과 마음을 세심히 돌보는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산악 지대 인근에 자리한 릴리안펠스 블루마운틴스 리조트 & 스파(Lilianfels Blue Mountains Resort & Spa)에서는 도시의 소음이 완전히 소거된 듯한, 비현실적인 고요를 경험했다. 호텔 안에 자리한 ‘엘리바 스파(Èliva Spa)’는 ‘자신만의 속도로 누리는 웰빙’을 지향하며, 휴식과 회복, 활력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바탕으로 투숙객의 몸과 마음 상태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제안한다.

블루마운틴 숲길을 걸으며 자연의 소리와 풍경에 집중하는 ‘태그스터(Tagster)’의 프로그램 ‘인스파이어 앤 리프레시(Inspire & Refresh)’.

블루마운틴의 광활한 자연 속 풍경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니 더욱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투어 5일 차, 가이드와 함께 숲길을 걸으며 자연의 소리와 풍경에 집중하는 태그스터(Tagster)의 프로그램 ‘인스파이어 앤 리프레시(Inspire & Refresh)’에 참여했다. 블루마운틴의 대지에 뿌리를 내린 낯선 야생 나무와 식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귀에 담으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무지갯빛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지는 폭포 앞에 다다랐다. 나무의 형태와 빛의 움직임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목탄을 손에 쥔 채 떠오르는 풍경을 종이 위에 옮기는 동안 줄곧 자신에게로 향해 있던 편협한 시선이 바깥 세계로 조금씩 확장되고 있었다.

블루마운틴의 대자연을 경험하는 스릴 넘치는 방법. ‘시닉 레일웨이(Scenic Railway)’는
최대 52도의 급경사를 오르내리며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철도로 등록되어 있다.

블루마운틴에서 보낸 어느 밤, 이번에는 고개를 들어 드넓은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블루마운틴 스타게이징(Blue Mountains Stargazing)의 천문학자 프라시(Prash)가 레이저로 별자리를 가리키며 그 안에 깃든 오래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망원경으로 먼 천체를 관찰하고 다시 맨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도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별들이 밤하늘을 빼곡히 수놓고 있었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계가 광대한 우주의 작은 일부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묘한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땅을 내려다볼 때 우리는 서로의 차이만 보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면 다시 어린아이가 된다”는 공동 설립자 디미트리 두샹(Dimitri Douchin)의 말처럼, 그 순간만큼은 눈앞의 세계에 경탄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시드니 도심의 작은 식물에서 시작해 블루마운틴의 숲과 계곡을 지나 밤하늘에 이르는 긴 여정 끝에 돌아본 웰니스의 본질은 ‘균형’에 있었다. 도시의 활기를 마음껏 누리는 일과 자연의 고요함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 고층 빌딩 사이로 드넓은 정원이 펼쳐지는 시드니의 도심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블루마운틴의 울창한 숲까지, 뉴사우스웨일스주는 둘 사이에서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갈 수 있는 곳이었다. 일주일간의 여정이 남긴 또 한 가지 깨달음은 자신을 돌보는 일이 반드시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시간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 역시,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