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패션협회가 요지 야마모토를 '2026 패션 어워드'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 해체주의적인 실루엣으로 자신만의 디자인을 구축한 그는 최근 런웨이에서도 옷의 실을 풀어헤치는 과감한 실험을 보여주었습니다.
- 요지 야마모토는 영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의상으로 풀어내며 런웨이 밖에서도 자신만의 미학을 펼쳐왔습니다.
요지 야마모토가 옷에 새긴 반항의 미학.

검은 천으로 가능성을 펼쳐온 거장
해체주의적인 디자인으로 여성복의 오랜 관습을 뒤집어 온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 영국패션협회가 그를 ‘2026 패션 어워드’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반세기 넘게 자신만의 디자인을 고집하며 여러 세대의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공로를 인정한 것이죠. 시상식은 오는 11월 30일 영국 런던의 로열 알버트 홀(Royal Albert Hall)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요지 야마모토는 1972년 자신의 첫 브랜드 ‘와이즈(Y’s)’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1981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요지 야마모토’로 파리 패션계에 데뷔했죠. 그가 선보인 옷들은 당시 패션계가 익숙하게 여겨온 여성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남성복에서 볼 법한 넉넉한 재킷과 바지를 여성복에 도입하며 기존의 관습에 도전했거든요. 몸의 곡선을 강조하는 대신, 품이 크고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실루엣을 제안한 거죠. 이러한 디자인 철학의 뿌리는 그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아버지를 잃은 요지 야마모토는 도쿄 신주쿠에서 양장점을 운영하며 홀로 생계를 책임진 어머니 곁에서 자랐는데요. 그는 어머니의 양장점에서 일을 배우며 여성의 몸을 드러내기보다 편안하게 감싸고 보호하는 옷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그의 컬렉션에서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좌우가 다른 비대칭적인 실루엣부터 여러 벌을 겹쳐 입는 레이어링까지, 기존 여성복의 틀을 벗어난 디자인을 선보였거든요. 블랙을 중심으로 한 절제된 색채와 마치 미완성된 듯 실밥이 풀린 디테일 또한 그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습니다.






생성과 해체의 경계에 놓인 아름다움
5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의 철학은 여전합니다. 지난 10월 2일 파리에서 공개된 요지 야마모토 2027 S/S 컬렉션에서는 실을 풀고 엮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디자인 언어로 풀어냈습니다. 런웨이에는 가느다란 실 가닥들이 자유롭게 흩날리는 테일러드 코트와 그물처럼 성기게 짜인 피스가 등장했는데요. 속이 비치는 블랙 롱 셔츠 위에 매듭지은 화이트 로프를 더하거나 여러 조각의 천을 이어 붙여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내기도 했죠. 그중에서도 단연 시선을 사로잡은 건 피날레를 장식한 강렬한 레드 드레스입니다. 어깨에서부터 쏟아져 내리는 풍성한 붉은 프린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흔들리며 마치 붉은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거든요.


운동복과 영화까지 뻗어간 상상력
요지 야마모토의 실험은 런웨이 위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운동화와 트레이닝복도 그의 손을 거쳤으니까요. 아디다스와 손잡고 브랜드 ‘와이쓰리(Y-3)’를 설립한 그는 시그니처인 무채색 컬러 팔레트를 중심으로 스포츠웨어에 구조적인 테일러링을 더한 아방가르드 스트리트 웨어를 선보였습니다. 테일러드 팬츠의 유려한 드레이프 핏을 트랙팬츠 위로 옮겨오거나, 수트 재킷의 품을 운동복만큼 넉넉하게 늘리는 식으로 말이죠.
영화에서도 그의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키타노 다케시(Takeshi Kitano) 감독 영화 <돌스(Dolls)>에서는 붉은 끈으로 서로를 묶은 연인이 사계절을 떠도는데요. 의상 디자인을 맡은 요지 야마모토는 일본 전통 인형극 ‘분라쿠’에서 영감을 받아 화려한 색채와 풍성한 실루엣의 기모노를 제작했습니다. 펠트나 울처럼 거친 질감의 원단을 활용해 오랫동안 입어온 듯한 옷으로 인물들이 겪어온 세월을 그려냈죠. 여든을 넘긴 지금도 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요지 야마모토.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옷을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