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이면 전 세계 패션계의 시선이 뉴욕으로 향합니다. 화려한 드레스와 파격적인 의상, 세계적인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멧 갈라(Met Gala)가 열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업계에서는 ‘패션계의 오스카’라고 부릅니다.

일상 속의 놀라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제공

2027년 멧 갈라는 조금 색다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발표한 전시의 제목은 ‘일상 속의 놀라움: 패션과 일상의 시학(extraORDINARY: Fashion and the Poetics of the Everyday)’입니다. 우리가 매일 입는 티셔츠와 청바지, 주변에서 흔히 발견하는 종이와 플라스틱이 패션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만나 어떻게 예술로 변하는지 살펴보는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2027년 5월 9일부터 2028년 1월 9일까지 열립니다. 멧 갈라는 그보다 앞선 5월 3일 개최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스타들은 왜 매년 멧 갈라에 참석하고, 이 행사는 어떻게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벤트 중 하나가 됐을까요?


멧 갈라는 패션쇼가 아니라 자선 행사

멧 갈라의 정식 명칭은 ‘코스튬 인스티튜트 베네핏(Costume Institute Benefit)’입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의상 연구소가 주최하는 연례 자선 행사로, 매년 새로운 패션 전시의 개막을 기념하기 위해 열립니다. 여기서 모인 기금은 의상 연구소의 전시 기획과 작품 수집, 보존, 연구 활동 등에 쓰입니다. 우리가 보는 화려한 레드 카펫은 사실 패션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모금 행사의 일부인 셈이죠.

멧 갈라의 역사는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의 패션 홍보 전문가 엘리너 램버트가 처음 기획했으며, 당시에는 지금처럼 세계적인 스타들이 모이는 초대형 행사가 아닌 사교계 중심의 자선 만찬이었습니다. 이후 1995년부터 패션계의 거물 안나 윈투어가 행사를 이끌면서 지금의 국제적인 패션 이벤트로 커졌습니다.


왜 세계적인 스타들이 멧 갈라에 참석할까요?

멧 갈라의 초대 명단에는 할리우드 배우와 팝스타, 슈퍼모델은 물론 스포츠 선수, 디자이너, 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이름을 올립니다. 참석 인원은 보통 450명에서 600명 정도라고 해요. 블랙핑크의 멤버 전원, 카리나, 닝닝 등 수많은 K-팝 스타들이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멧 갈라의 의상은 일반적인 시상식 드레스와 다릅니다. 매년 발표되는 전시 주제와 별도의 드레스 코드를 바탕으로 디자이너와 스타가 협업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합니다. 때로는 몇 달에 걸쳐 의상을 제작하고, 브랜드의 역사와 문화적 메시지를 옷에 담기도 합니다. 그래서 멧 갈라에서는 평소라면 쉽게 볼 수 없는 실험적인 패션이 등장합니다.

스타는 패션 아이콘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줄 기회이고, 브랜드는 세계적인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동시에 패션과 예술을 후원하는 행사에 참여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2024년에는 젠데이아, 제니퍼 로페즈, 배드 버니, 크리스 헴스워스 등이 공동 의장으로 참여해 행사를 이끌었습니다.


초대 명단과 좌석 배치도 엄격하게 관리

멧 갈라는 초청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는 행사로 유명합니다. 패션 브랜드가 테이블을 후원하고 스타들을 초대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입장권을 구매한다고 누구나 들어갈 순 없습니다. 초대 명단과 좌석 배치는 주최 측의 엄격한 관리 아래 결정됩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행사장 내부가 철저히 비공개로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레드 카펫에서는 수많은 카메라가 스타들의 모습을 촬영하지만, 미술관 안에서는 개인적인 사진 촬영과 소셜미디어 사용이 제한됩니다. 참석자들은 전시를 관람하고 만찬을 즐기며, 때로는 유명 뮤지션의 특별 공연을 감상합니다.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외부에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멧 갈라의 무게를 무겁게 만들죠.


2027년의 주인공은 평범한 옷

이번 전시를 총괄하는 인물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상 연구소의 수석 큐레이터 앤드루 볼튼입니다. 전시는 크게 ‘익숙한 형태(Familiar Forms)’와 ‘일상적인 소재(Common Matter)’라는 두 가지 섹션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청바지, 티셔츠, 후드티, 트렌치코트, 패딩처럼 익숙한 옷을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새롭게 해석했는지 살펴봅니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종이, 플라스틱, 금속과 같은 평범한 재료에 집중합니다. 마르탱 마르지엘라와 레이 가와쿠보 등 실험적인 디자이너들이 일상적인 소재와 사물을 패션으로 바꾼 작업을 소개합니다. 이미 사용한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재활용과 업사이클링의 의미도 함께 짚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있습니다. 원래 2027년에는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의 회고전이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과거 반유대주의·인종차별 발언 논란으로 지난 8월 전시가 취소됐어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새로운 주제를 준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디자이너의 화려한 작품 세계를 조명하려던 계획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옷을 탐구하는 전시로 바뀐 것이죠.


올해의 스타는?

2027년 멧 갈라의 공식 드레스 코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스타들이 실제로 어떤 의상을 선보일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합니다. 앤드루 볼튼은 청바지 한 벌이나 흰 셔츠에도 그것을 입은 사람의 습관과 기억, 애착이 담겨 있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옷의 가치는 가격이나 브랜드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옷에 담긴 시간도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어쩌면 2027년 멧 갈라는 우리 옷장 안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매일 무심코 꺼내 입는 티셔츠와 오래된 청바지도 누군가의 상상력과 만나면 특별한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