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9mcmafamh05_10

‘도라테이무르(DORATEYMUR)’라는 레이블이 낯선 한국 독자들에게 당신의 슈즈에 대해 소개해주기 바란다. 내가 만드는 슈즈는 단순히 액세서리가 아니다. 좋은 음악과 예술 사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정치 등 폭넓은 분야에서 영감을 얻고 실험을 거쳐 컬렉션을 완성하기 때문에 자부심이 강하다. 부츠 한 켤레에도 블랙코미디 같은 유머가 존재한다.

당신의 고국, 터키가 디자인을 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이스탄불은 매우 놀라운 도시다. 오리엔탈리즘이 주는 판타지가 곳곳에 산재하지만, 동시에 서양의 문화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도시야말로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이 아닐까? 이스탄불이 신비로운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내가 공부한 런던은 지극히 현대적인 도시다. 급진적이고 빠르다. 이 두 도시의 성향이 만나 오늘의 도라테이무르 브랜드가 탄생한 것 같다.

 

2016 F/W 시즌 컬렉션 역시 18세기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다. 나는 과거에 집착하는 편이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전에 마놀로 블라닉 역시 그녀에게 영감을 얻은 컬렉션을 선보였지만, 나는 펑키한 로큰롤 문화를 조합해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슈즈를 제작했다. 그 결과 도라테이무르만의 뉴 로맨티시즘이 탄생했다. 핏빛 레드 스웨이드와 칠흑 같은 블랙 페이턴트 가죽을 중심으로 피라미드를 꼭 닮은 스터드 장식을 곳곳에 장식했다.

이번 시즌 새롭게 선보인 제품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아이템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옛날 전화기에서 영감 받은 뮬에 보물 같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예술’이 도라테이무르 슈즈에 아이디어를 주는 키인 것 같다. 요즘 터키 태생의 화가 세미하 베르크소이(Semiha Berksoy)의 작품에 매료됐다. 친구이자 아티스트인 조애너 코언(Joana Kohen)의 프로젝트 역시 멋지다.

 

이번 F/W 시즌 선보인 캠페인 컷이 무척 흥미롭다. 특히 모델이 신선하던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나? 촬영 이틀 전 테스코(Tesco) 마켓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 레인(Laine)의 이미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 모델을 부탁했다. 그녀 나이가 50세란 사실이 믿어지나! 전문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쇼룸에서 일회용 카메라로 최대한 빨리 촬영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험을 감행했는데, 결과물은 대만족이다.

한국의 편집숍 분더샵과 레어마켓에 도라테이무르 슈즈가 입점되어 있다. 한국에 와본 적이 있나? 아직 없다. 고맙게도 바이어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우리 제품을 보고 연락해왔다. 직접 방문하진 못했지만 두 스토어 다 인테리어부터 입점 브랜드까지 마음에 쏙 든다. 생각보다 한국 고객들의 반응이 좋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현재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 2017년 1월에 남성 슈즈 라인을 론칭할 예정이다. 기존에 제작하던 여성 컬렉션의 연장선상이긴 하지만, 다른 분야에 도전한다는 사실이 흥분된다.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