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1970 70-6820-013 (Photo by WATFORD/Mirrorpix/Mirrorpix via Getty Images)

한 시대의 스타일 아이콘들에게는 뚜렷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누군가가 연상되지 않는 자신만의 취향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 타인을 의식하거나 유행을 좇지 않고 오롯이 자신이 좋아하고 추구하는 것을 반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이들이 시그니처 스타일을 탄생시킨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제인 버킨이다. 가수이자 배우인 그녀의 스타일을 이야기할 때 ‘프렌치 시크’라는 표현을 빼놓을 수 없다. 프렌치 시크에 관한 설명에 자주 등장하는 수식어는 꾸미지 않은 듯 무심하게, 자연스럽게 등이다. 제인 버킨의 패션이 그렇다. 애써 구색을 맞춰 꾸미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라고 할까?

그런 그녀가 가장 아끼던 아이템이 바로 포르투갈 라탄 바스켓이다. 청바지를 입을 때도 드레스 차림에도 혹은 피크닉을 가거나 파티에 참석할 때도 그녀의 손에는 언제나 동그란 바스켓 백이 들려 있었다. 달걀이나 꽃을 담아야 할 것 같은 이 백으로 자신의 패션관을 드러내다니,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여성이 그녀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선망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아닌 게 아니라 새 시즌, 제인 버킨이 연상되는 바스켓 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그 입지는 패션 하우스의 커머셜 피스로 확인할 수 있다. 프라다, 생 로랑, 발렌시아가, 돌체 앤 가바나 등 여러 브랜드에서 여름이면 잊지 않고 여러 버전의 바스켓 백을 출시하는데, 이번 시즌에는 그 종류가 유난히 다양하다. 남다른 인기에 힘입어 여러 디자이너 브랜드도 재조명받고 있으니 눈여겨보길. 포르투갈 장인들이 갈대를 엮어 형태를 만들고 도자기 펜던트를 장식한 백을 소개하는 프랑스 브랜드 하이마트 아틀란티카(Heimat Atlantica), 야자수로 만든 마이크로 미니 토트백이 히트를 친 페랑 파리 (Perrin Paris), 나타샤 골든버그가 흠모하는 항아리 모양의 숄더백을 선보인 로지 애슐린(Rosie Assoulin) 등 많은 브랜드에서 바스켓 백은 없어서 못 파는 잇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한편 바스켓 백의 치솟는 인기에 한몫한 이가 있으니 바로 포스트 제인 버킨으로 불리는 잔 다마다. 평소 제인 버킨의 스타일을 추종하던 그녀가 론칭한 브랜드 루즈(Rouje)의 룩 북이나 인스타그램에는 바스켓 백을 든 프렌치 걸들이 가득하다. 이뿐만이 아니라 알렉사 청, 린드라 메딘, 카로 등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많은 셀러브리티 역시 전부터 시즌이나 트렌드와 무관하게 바스켓 백을 애용했다. 그녀들을 보면 알 수 있고 제인 버킨 역시 그랬듯 바스켓 백은 특별한 스타일링 공식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굳이 잘 어울리는 룩을 꼽자면 2017 S/S 컬렉션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샬롯 올림피아, 블루마린, 토리 버치처럼 여유가 느껴지는 리조트 룩과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한마디로 다가올 바캉스 시즌에 제격이라는 말. 바다나 산으로 떠날 때 이보다 더 매력적인 패션 아이템이 또 있을까! 샬롯 올림피아나 블루마린처럼 백 안에 꽃을 한아름 담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올 여름, 어디론가 떠나온 듯 힐링을 선사하는 바스켓 백으로 패션 테라피를 만끽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