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NI

MARNI

하이패션을 탐하는 스포티즘이 그 영역을 더욱 과감하게 넓혀가고 있다. 고급스러운 소재에 화려한 디테일로 치장한 조거 팬츠와 스니커즈의 신분 상승은 이제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말이다. 하지만 스포티즘은 몇 가지 아이템으로 정의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이번 시즌엔 스포티즘의 어떤 요소가 디자이너들의 마음을 다시금 사로잡았을까? 트레이닝 웨어, 신치백에서나 볼 수 있던 드로 스트링 디테일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드로 스트링이라면 줄을 쭉 잡아당겨 허리를 졸라매고, 후드를 조이는 실용적인 요소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번 시즌엔 애슬레저 룩은 말할 것도 없고 우아한 드레스까지 한층 풍성하게 꾸미며 여러 컬렉션의 메인 디테일로 등극했다.

 

먼저 이자벨 마랑, MSGM, 조셉, 베르사체 등은 드로 스트링으로 스포티즘을 강력하게 설파했다. 무엇보다 단조롭게 활용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겠다. MSGM과 조셉은 톱의 중앙이나 비대칭으로 엉뚱한 위치에 드로 스트링을 배치했고, 베르사체와 이자벨 마랑은 아노락 점퍼와 드레스에 과감한 볼륨을 만드는 장치로 활용했으니 말이다. 이 덕분에 어딘지 모르게 생경하면서도 아티스틱한 애슬레저 룩이 탄생했다.

 

한편 스포트막스, 사카이, 마르니 등은 컬렉션 전반에 드로 스트링을 다양하게 사용해 눈길을 끈다. 특히 유기적인 실루엣을 완성한 마르니의 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플리츠 소재와 레트로풍의 프린트로 리듬감을 더한 룩의 네크라인, 소맷부리, 드레스 곳곳에 드로 스트링으로 불규칙한 드레이프를 만들었으니! 거기에 더해 굵은 스트링의 끝을 길게 늘어뜨려 율동감을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과감한 주름 장식 케이프로 완전히 새로운 실루엣을 창조한 셀린느, 허리를 강조한 와이드 팬츠로 ‘배바지 신드롬’을 일으킨 스텔라 매카트니 컬렉션에서도 드로 스트링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잠재력을 뽐냈다.

드로 스트링은 프릴이나 러플처럼 룩에 섬세한 주름과 드라마틱한 볼륨을 부여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입는 사람이 스트링을 얼마나 당기는지에 따라 디테일과 실루엣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 게다가 늘어진 스트링을 리본처럼 묶어 연출할 수도, 자유롭게 늘어뜨려 너풀거리게 할 수도 있다. 취향에 따라 줄을 당기기만 하면 된다니, 이번 시즌 드로 스트링의 무한한 매력을 마음껏 즐겨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