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케어 브랜드 다비네스가
지속 가능한 뷰티를 실천하는 방식,
그리고 뷰티 업계가 세상에 발휘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에 대해 그와 나눈 이야기.

 

다비네스 그룹(Davines Group)을 이끌기 전 약학과 화장품공학, 두 개의 학위를 취득했다고 들었어요. 그 이력이 뷰티업계에서 일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었나요? 화장품을 개발할 때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것이 다름 아닌 화학이에요. 그래서 화장품 원료를 선정할 때도 단순히 원료의 마케팅 방향만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원료의 성분, 효능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죠. 이때 화학에서 뻗어나가는 학문인 약학과 화장품 공학을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시대에 약사와 화학자들이 화장품을 제조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어릴 적 역사 수업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나요. 과거에는 미용을 목적으로 화장품을 만들었다면, 오늘날 다비네스는 제품을 개발할 때 어떤 것에 중점을 두나요? 다비네스는 단순히 화장품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우선하며 브랜드를 전개해요. 그래서 소비자가 제품을 꾸준히 사용했을 때 어떤 경험을 하고, 또 우리가 계속해서 생산할 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하죠.

다비네스라는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지속 가능성이군요. 그래서 비콥(B Corp, Benefit + Corporation) 인증을 받은 걸까요? 한국에서 비콥 인증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지만,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지속 가능성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인증이에요. 비콥(B Corp)의 ‘B’는 benefit(혜택)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기업과 사람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환경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해요. 다비네스는 2016년에 비콥 인증을 받은 후, UN 어젠다 2030에 정의된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s)에 기준을 두어 기업 경영 전략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비콥 인증을 받기까지 지나온 여정이 남다를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궁금해요. 다비네스는 제품 개발부터 생산, 포장 등 전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일례로 플라스틱 뱅크(Plastic Bank)를 통해 화석원료를 사용하는 플라스틱 대신 재활용 플라스틱과 바이오플라스틱을 제품 용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과정에서 해안 50km 이내에서 1백 톤에 이르는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또 미국의 유기 농업 비영리단체인 로데일 연구소(Rodale Institute)와 파트너십을 맺고 다비네스 빌리지 옆에 유럽재생유기농업센터(EROC)를 설립해 생물 다양성과 재생 농업을 연구하고 있어요.

다비네스 빌리지로 들어오는 길에 광활한 밭을 보았는데 그곳이 바로 유럽재생유기농업센터였군요! 많은 비영리단체가 있는데, 유기 농업 비영리단체와 손잡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우리가 화장품 성분표를 볼 때, ‘추출물’이라는 용어를 항상 발견하잖아요. 화장품을 생산하는 데 있어 생산 원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생산 방법과 과정이 환경과 농업인, 기업 모두에 지속 가능한 것인지 연구할 필요성을 느껴왔어요. 그
래서 로데일 연구소와 함께 유럽재생유기농업센터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다니 대단해요. 유럽재생유기농업센터와 다비네스는 지금까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나요? 센터를 세운 첫해에는 재생 가능 농업이 토양과 식물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존 데이터와 비교하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건강한 토양에서 탄소를 격리하는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고, 저희 제품에 들어가는 원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하고 추출해 효과를 극대
화하는 방법을 같이 고안하고 있어요. 유기 농업과 관련한 캠페인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고요.

헤어 케어 브랜드가 유기 농업 캠페인을 지원하다니 이색적인데요? 다비네스는 건강한 원료를 얻기 위해 ‘슬로푸드(slow food)’ 캠페인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요. 멸종 위기에 놓인 토종 종자를 보호하고,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도록 이탈리아 각 지역 농부들과 교류해 청정 원료를 생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뷰티업계를 넘어 유기농 식품업계까지 다비네스의 선한 영향력이 닿는 셈이죠.

 

다비네스의 베스트셀러인 에너자이징 샴푸.

 

유럽재생유기농업센터에서 이탈리아의 농업 문화를 엿볼 수 있다면, 다비네스 빌리지는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건축 문화가 스민 것 같아요. 사옥을 설계할 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나요? 다비네스 그룹이 뿌리내리게 된 근원인 이탈리아 파르마에 본사를 짓기로 마음먹은 뒤 MTLC의 건축가 마테오 툰(Matteo Thun)을 찾아갔어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래서 표현하기 어려운 ‘아름다움’, ‘지속 가능성’, ‘웰빙’이라는 가치를 사옥에 담고 싶었죠. 많은 고민 끝에 그 가치가 모두 모이는 공간인 ‘집’을 개념으로 잡았고, 이탈리아 전통 주택의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설계했어요. 또 기존 식물을 그대로 살리고, 토종 식물을 곳곳에 심어 파르마의 아름다운 자연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도록 세심하게 신경 썼습니다.

다비네스 빌리지에 대한 애정이 오롯이 느껴지네요. 사옥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다비네스 빌리지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자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곳은 빌리지 중앙에 위치한 대형 유리 구조물이에요. 이곳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가장 빛나는 온실’이라고 소개하면 될까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을 품은 멋진 공동 업무 공간이자 휴식 공간이에요. 저를 포함한 모든 직원이 아침에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꼭 들러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서로 인사를 나누죠. 또 협력사 미팅이나 부서 회의 때, 일과 중 재충전이 필요할 때 등 자주 이용합니다.

온실에서 따듯한 봄 날씨를 즐기기 좋은 4월이네요. <마리끌레르> 코리아 독자들에게 이 계절에 어울리는 다비네스의 제품을 추천해줄 수 있나요? 4월은 완연한 봄인 만큼, 겨우내 힘을 잃은 모발과 두피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에너자이징’ 라인을 추천해요. 높아진 기온에 은근히 열이 오르는 두피를 시원하게 식히고, 미생물 성분이 모발 뿌리부터 튼튼하게 힘을 길러주죠.

마지막으로 다비네스의 창립 40주년을 축하해요! 다비네스는 지금까지 ‘We Sustain Beauty’ 등 다양한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해왔는데, 앞으로 또 어떤 소식으로 만날 수 있을까요? 지구의 날이 있는 4월을 맞아 4월 1일에 프랑스 댄서이자 안무가 파니 사주(Fanny Sage)와 협업한 컨셉트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유럽재생유기농업센터와 협업해 재생 유기농 인증(ROC)을 받은 면으로 제작한 ‘Grow Beautiful’ 한정판 에코백도 출시하는데 탄소 중립을 실천한 제품입니다. 원재료 생산과 포장, 수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인도의 삼림 재생 프로젝트와 연계해 다비네스의 가치인 지속 가능성을 실천했죠. 그리고 2023년에도 ‘We Sustain Beauty’ 캠페인을 계속할 예정이니, 앞으로도 다비네스의 행보를 주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