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조보이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조보이(JOVOY)는 프랑스를 기반으로 한 향수 브랜드이자 편집숍입니다. 조보이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향수 대사관(L’Ambassade des Parfums)’이 좋겠어요. 우리는 천연 원료를 탐색해 완전히 새로운 향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또 이미 존재하지만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희소한 향수를 찾아 소개하기도 합니다.
지금의 조보이는 1920년대부터 있던 브랜드를 리브랜딩한 결과물이죠. 새로운 브랜드를 설립할 수도 있었을 텐데, 조보이를 이어가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조보이는 탁월한 마케팅 능력을 가진 블랑쉬 아르보이(Blanche Arvoy)라는 여성이 만든 향 브랜드였어요. 그는 자신의 명함에 향수를 뿌려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 주곤 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쓰는 시향지의 시작이에요. 그는 최초로 향수업계에 스프레이 향수를 도입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당시에는 대부분 손에 덜어서 바르는 향수를 사용했으니 파격적인 시도였죠. 안타깝게도 지금은 업계에서 그의 이야기가 많이 잊혀졌지만, 저는 그의 선구자적 업적을 높이 평가해 조보이라는 브랜드를 리브랜딩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 조보이를 직접 보니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듯해요. 정확히 보셨어요. 우리는 오리지널 조보이가 가진 헤리티지를 브랜드의 기반으로 하되 현대적 감성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노력은 아마 향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한 예로 ‘인시던트 디플로마티크(Incident Diplomatique)’라는 향이 있는데, 베티버 노트의 향수예요. 베티버가 약간 스모키하면서 식물 뿌리 냄새 같은 향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고전적인 느낌이 드는데, 여기에 넛메그를 섞으면 향이 한결 가볍고 부드러워져요. 이런 식으로 클래식한 향을 모던하게 재해석하죠.
어떻게 이렇게 멋진 향수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향에 관심이 생긴 건 유년 시절이었어요. 방학 때 부르고뉴 지방에 사는 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 아침에 나가 물고기를 잡다 저녁 무렵에야 집에 들어가곤 했어요. 그때 하루 종일 몸에 밴 풀 냄새, 물 냄새, 물고기 냄새가 저에게 묘한 해방감을 안겼어요. 향이 지닌 힘을 알게 된 거죠. 이후 베트남에서 증류 일을 하면서 천연 원료에 대한 지식을 쌓았고, 그라스 지방에서 향수 관련 일을 하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파리에 정착하면서 조보이를 만났습니다. 그 결과 조보이와 제로보암(Jeroboam)이라는 향수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고, 지금은 다채로운 컬렉션을 가진 향수 편집숍까지 운영하게 됐죠.
향의 원료를 찾아 세계 각지를 수년간 돌아본 경험이 있다고 들었어요. 당신에게 특히 영감을 준 장소나 특별한 향의 원료가 있나요? 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향은 베트남 파촐리예요. 제가 평생 함께할 향으로 꼽을 만큼 좋아하는 원료죠. 그리고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지역은 마다가스카르예요. ‘국경 없는 조향사’라는 NGO 단체에서 활동하는 친구가 있는데,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바닐라 농장 운영을 돕고 있어요. 그 친구를 따라 마다가스카르에 갔다가 그곳에 빠졌고, 곧 온 가족이 마다가스카르로 여행을 떠날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간 김에 바닐라 증류소에 들러 지난번에 럼에 담가놓은 바닐라도 확인할 생각이고요. 이 새로운 원료 개발에 성공한다면 아마 다음에 나올 조보이 향수의 베이스 원료가 될 것 같습니다.
‘모든 향수는 그것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의 무기’라는 말을 했죠. 당신의 무기인 향수를 하나만 꼽는다면 뭔가요? 제 무기는 제로보암의 ‘베스페로(Vespero)’예요. 젊은 남성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깔끔하게 준비하고 나가는 모습이 연상되는 향이거든요. 아직 내 마음속에 있는 젊음과 역동적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을 때 이 향을 뿌립니다.
사람들은 희소한 향을 갖기를 원해요. 당신만 알고 있는 특별한 향수를 추천해줄 수 있나요? 제가 알고 있는 가장 귀한 향수를 소개할게요. 저희 향수 중에 ‘퍼퓸 드 엠파이어(Parfum D’Empire)’이라는 향수가 있는데, 영원불멸의 꽃이라 불리는 원료를 사용해요. 이 원료는 아주 귀해 향수를 만들려면 원료를 확보할 때까지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많이 생산되지 않고,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향수죠.
좋은 향수를 고르는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순간적으로 매혹되는 향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좋은 향을 고르세요. 향은 나의 일부로 오랫동안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뿌리고 나서 어떻게 진화하는지 시간을 두고 찬찬히 느껴보는 것이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마리끌레르> 코리아 독자와 한국 소비자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La Fium e’라는 말이 있어요. 향수 그 자체를 즐기라는 말이죠. 향수를 고를 때 남들이 하는 말은 모두 뒤로 하고 일단 자신이 제일 끌리는 향수를 선택하세요. 내가 되고 싶은 사람, 내가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해줄 수 있는 향수 말이에요. 조보이는 막 한국에 들어왔고, 때마침 우리는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게 됐죠. 향을 사랑하는 한국의 많은 분이 저희 조보이 향수와 함께 자신이 가진 다양한 매력을 한껏 발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