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당시 카메라의 화질은 보기 좋게 적당히 흐릿한 정도라 사진 속 내 모습은 거울로 본 얼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선 이후 휴대폰에 내장된 기본 카메라 화질이 좋아지며 사진이 선명해졌고, 한편으로 소셜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사진을 올리면 그에 대한 피드백이 즉각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SNS에 올린 날이면 사진을 계속 들여다보며 내 얼굴을 하나씩 뜯어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SNS를 보고 있으면 세상에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왜 그리 많은지, 자꾸 그들과 나를 비교하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진 속 얼굴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포토 앱과 카메라 필터가 우후죽순 등장했고, 그 덕분에 나는 원하는 모습으로 사진을 수정해서 SNS에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사진 속 내 모습은 점점 예뻐지는데도 현실의 나는 전혀 즐겁지 않고 오히려 카메라를 멀리하게 되었다. 보정한 사진 속 모습이 실제 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 얼굴을 하나씩 뜯어 고치고 있는 내 모습이 싫었을까. 자기혐오에 빠진 나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결국 나는 인생 첫 성형수술을 감행 했다. 쌍꺼풀이 없던 눈에 쌍꺼풀이 생기고, 분명히 이전보다 예뻐졌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얼굴에 대한 불만은 계속 생겼다. 불만이 잠잠해진 것은 밖이 아닌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였다. 스스로를 탐색하고 알아가면서 바꿀 수 없는 부분 대신 내가 가진 장점을 찾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이때부터 내 몸의 이미지를 훨씬 긍정적으로 느끼게 되었고 나를 더 사랑하게 됐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인플루언서가 됐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도 소셜미디어나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얼마든지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에 인플루언서가 발휘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그들이 가는 장소가 하루 아침에 ‘핫플’이 되고, 그들이 입거나 바른 옷이나 화장품이 순식간에 동이 나기도 한다. 그러니 그들을 동원해 상품을 광고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광고하는 것이 ‘상품’이 아니라 ‘수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드라마틱하게 변화한 전후 사진을 올리며 성형수술을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처럼 광고하는 인플루언서들을 종종 보는데 자칫 무분별한 수술을 부추기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프랑스에서는 소셜미디어에서 성형수술 광고를 금지하는 법안이 만장일치로 상원을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나라 역시 비의료인의 성형 광고는 엄연히 불법이지만 금전적인 이유와 함께 조회 수와 댓글이 보장되는 까닭에 인플루언서들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콘텐츠다. 나는 인플루언서이기 이전에 의사다. 그렇기에 의료의 투명성을 해치거나 무분별한 성형수술을 초래할 수 있는 콘텐츠는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그리고 의사가 아닌 인플루언서의 입장으로 돌아가도 내 콘텐츠가 보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주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인플루언서로서 조금 더 책임 의식을 가지고 검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형수술이 아름다움과 직결되지 않음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더더욱. 오늘도 나는 그저 내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 그리고 나아가 세상 모든 사람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평안하길 바랄 뿐이다.
-의사 겸 인플루언서 클레어
“내 콘텐츠가 보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주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인플루언서로서 조금 더 책임 의식을 가지고
검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 겸 인플루언서 클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