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높은 칼로리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악영향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는 사실이다.
인슐린은 지방 합성을 활성화해 설탕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음식까지 함께 살이 찌게 만들어
비만으로 가는 길에 가속도를 더하는 셈이다.

최근, 한동안 보지 못한 지인을 우연히 마주쳤다. 이전과 확실히 달라진 보디라인, 트러블 없이 말끔한 피부. 달라진 그의 모습에 놀라 어찌 된 거냐고 묻는 질문에 한 달간 당을 완전히 끊은 결과라는 단순한 대답이 돌아왔다. 극심한 외모 정체기를 앓고 있는 터라 다음 날부터 당장 ‘당 끊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습관적으로 마시는 음료는 물론이고 건강식이라 믿었던 식단까지 당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식품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저 ‘즐겨 먹던 디저트 정도만 끊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것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결과부터 고백하자면 에디터의 당 끊기 프로젝트는 겨우 7일 만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본 효과는 꽤 쏠쏠하다. 우선 3일 차에 얼굴 곳곳의 좁쌀 같은 트러블이 쏙 들어갔다. 무엇을 발라도 푸석하던 피붓결이 촉촉하고 부드러워진 데다 은은한 윤기마저 돌았다. 플라세보효과인지 모르지만 부기가 빠진 듯 몸이 가벼워졌고, 5일 차에는 식욕도 많이 감퇴했다. 전반적으로 내 몸이 이전에 비해 나아진다고 느꼈다. “설탕을 줄이거나 끊었는데 갑자기 피부가 좋아진 분이 많았습니다. 설탕을 먹으면 혈당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데, 이럴 때 혈당이 높은 사람은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가려운 현상을 겪을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 환자 임상을 10년 넘게 지켜본 청주나비솔한의원 김희준 대표원장은 에디터의 경험이 ‘느낌’이 아니라 ‘실제’임을 짚어주며 당은 염증을 유발하는 성질이 있는데, 혈당지수(GI)가 높은 음식을 많이 먹을 경우 피부에 트러블이 생길 확률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말을 덧붙였다. 설탕의 높은 칼로리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악영향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는 사실이다. 인슐린은 지방 합성을 활성화해 설탕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음식까지 함께 살이 찌게 만들어 비만으로 가는 길에 가속도를 더하는 셈이다. 이처럼 당이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존재란 걸 잘 알지만, 쉽게 끊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단맛이 지닌 중독성 때문이다. 먹으면 먹을수록 더 찾게 돼, 악순환의 고리는 단단해진다. “단것에 중독되면 오후쯤 갑자기 졸리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로가 급격히 몰려오는 슈거 크래시(sugar crash) 현상을 겪을 수 있습니다.” 김희준 대표원장은 현대인이 습관적으로 ‘당 떨어진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당을 줄이면 되레 이런 피로감도 사라질 것이라 조언했다.

중요한 자리를 앞두고 단기간내 다이어트 효과를 봐야 한다면 당을 끊는 것이 효과적이겠지만, ‘달콤함’만이 줄 수 있는 위안과 행복을 계속해서 외면하기는 어렵다. 이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대체당 감미료다. 식약처에서 승인한 대체당 감미료는 총 22개로, 단맛이 설탕보다 몇 배 더 강력하지만 칼로리와 혈당지수가 낮고 값도 싼 것이 특징이다. 열량을 따져보면 설탕이 1g당 4kcal인 데 비해 단맛이 강한 감미료는 0~4kcal밖에 되지 않는다(0칼로리로 표시할 수 있는 것은 식약처에서 열량이 10mL당 4kcal일 때 무열량으로 표시하는 것 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감미료는 인체 소화기관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돼 혈중 당 농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칼로리가 전혀 없는 경우도 있어 설탕의 좋은 대체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적고 보니 대체당 감미료가 마치 다이어터를 구원하러 온 구세주처럼 느껴지지만, 분명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인공감미료 에리트리톨이 혈전 위험을 높여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수크랄로스와 사카린이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끼쳐 혈당 상승을 불러온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인공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인 2B(발암성 여부가 동물실험 일부에서 확인되었을 때의 분류)군으로 분류할 예정이라 밝혀 일부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은 일일 섭취 허용량(ADI)의 0.12% 정도에 그쳐 우려할 수준이 못 된다고 조언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아스파탐을 식탁에서 제외하는 중이 다. 이런 분위기는 과거 사카린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1977년, 필수 감미료로 사랑받던 사카린이 암을 유발한다는 캐나다 국립 보건방어연구소의 실험 결과 때문에 한동안 떠들썩했다. 사카린이 그때까지 쌓은 명성은 물거품이 되었고, 이후 실험이 오류라는 결론이 나며 누명을 벗었지만 소비자들 품으로 완전히 돌아올 때까지 무려 20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김희준 대표원장은 대체 감미료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하며, 학계 일부에서는 대체 감미료를 피하려다 오히려 설탕을 먹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2B 군으로 등재되는 것은 그것이 더 강력한 발암물질임을 뜻하는 것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발암 물질인지 아닌지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진행되어 있는지를 따지는 것입니다.” 그는 대체 감미료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말하며 대체 감미료도 종류에 따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것이 있고, 경우에 따라 소화불량 등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내가 먹는 대체 감미료의 종류에 대해 잘 알고 섭취량에도 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한다. 덧붙여 아직 가설 단계이긴 하나, 다양한 실험 등으로 조금씩 증명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말했다. 첫째, 대체 감미료를 먹으면 뇌에서는 단맛을 느끼기 때문에 실제 칼로리가 없다 해도 식욕이 자극되고 단맛에 중독될 수 있다는 점. 둘째, 대체 감미료가 장내 세균총을 부정적으로 변화시켜 비만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인다는 가설이다.

대체 감미료를 완전히 맹신할 수도, 돌아서기도 혼란스러운 지금. 차라리 당이 들어간 식품을 한 번에 끊기보다 서서히 줄여보면 어떨까? 앞서 말한 에디터의 당 끊기 프로젝트처럼, 무작정 당을 섭취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는 경계하자. 그 대신 내가 주로 섭취하는 음식이 어떤 것이고, 그 속에 당이 어느 정도 들어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는 습관을 길러보자. 영양 성분표를 꼼꼼히 살피다 보면 의외의 당을 발견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매일 먹는 영양제에 소량의 당이 함유되어 있어 놀란 기억이 난다. 이럴 때 ‘이런 걸 모르고 먹었다니!’라고 스스로를 책망하기보다 보물찾기를 하듯 당을 찾아내는 즐거움으로 삼으며 하나씩 덜어내려 노력해보길. 무리한 다이어트처럼 기준이 엄격하지 않으니 좌절감 이나 실패감이 적고, 내가 정한 규칙을 지키며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높아질 것이다.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내 몸이다’라는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내 몸에 들어가는 음식을 면밀히 살피고 인지하는 것이 ‘제로슈거’에 가까워지는 출발점이자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