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사로잡은 10 Minutes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그러니까 스마트폰이 세상에 등장하기도 전에 바로 이효리가 있었다. 1998년 4인조 걸그룹 핑클로 데뷔해 청순과 섹시 이미지를 지켜오던 그녀가 2003년 여름,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이미지 변신을 꾀한 것. 정규 1집의 타이틀 곡 텐미닛은 단 10분 만에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이효리의 자신만만한 애티튜드를 반영한 곡으로 파격적인 가사 못지않게 그녀의 룩도 화제가 되었다. 구릿빛 피부에 오렌지 브라운 컬러로 물들인 긴 생머리, 그윽한 스모키 메이크업과 누드 립까지! 특히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은 블랙핑크 제니, 에스파 윈터, (여자)아이들 민니 등 3세대 걸그룹의 뷰티 룩에서도 자주 포착되니 참고할 만한 하다.
걸크러시 Anycall
텐미닛 이후 인기가 치솟던 이효리는 삼성 애니콜 광고를 찍으며 또 한 번 신드롬을 일으켰다. 슬라이드 폰, 가로본능 폰 등으로 센세이셔널을 몰고 온 삼성의 애니콜 광고에 그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휴대폰만큼 그녀의 뷰티 룩도 화제를 모았는데, 헤어라인부터 촘촘하게 땋은 레게 머리와 밀리터리 룩의 조합은 그녀의 스포티하고 보이시한 매력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여기에 부피감 있는 히피펌과 머리카락 사이사이 포인트를 준 브릿지 헤어, 짙은 블랙 스모키 메이크업을 선보인 이효리는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영감을 주는 무드 보드가 되어준다. 그녀의 모습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어보면 좋을 듯하다.
대체불가한 U-Go-Girl
삼성 애니콜 광고 이후 3년 뒤인 2008년 이효리는 정규 3집 타이틀 곡 유고걸로 메가히트를 치며 대체할 수 없는 아이코닉한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텐미닛에서 핫한 교포 스타일의 메이크업을 시작으로 삼성 애니콜 광고에선 힙한 걸크러시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유고걸은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Y2K 스타일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으니 눈여겨보길. 비비드하고 컬러풀한 섀도를 눈두덩이에 얹혀 포인트를 살렸고, 딸기 우유 컬러의 립스틱을 발라 키치하고 레트로한 무드를 뽐냈다. 핑키한 룩은 올해 트렌드였던 바비코어의 바비 걸을 연상시킨다.
당당한 bad girls와 MISS KOREA
2013년에 발표한 이효리의 정규 5집 bad girls는 ‘센 언니’의 실사판을 보여줬다. 눈썹은 과감하게 산을 살려 연출했고 입술은 딥한 버건디 레드 컬러를 발라 강렬한 느낌을 더했으며 네일은 블랙 매니큐어를 칠해 도전적이고 당찬 여성상을 표현했다. 수록곡 미스코리아 활동 때는 5대5 가르마에 볼륨을 줘 업스타일 헤어와 반짝이는 글리터 섀도로 화려하고 우아한 미스코리아를 연출했다. 고전적인 미스코리아 룩을 그녀만의 세련된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무궁무진한 그녀의 변신
2010년대 이후에는 휴식기를 가지며 음악 활동보다는 예능에서 활약하며 대중과 친밀도를 쌓아온 이효리는 작년 tvN 예능 프로그램 <서울 체크인>과 <댄스 가스 유랑단>을 통해 그녀의 본업 모먼트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이효리는 2023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팝업 공연에 올랐는데, 2000년대 뷰티 무드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긴 웨이브 헤어의 앞머리 부분을 촘촘하게 땋아 베이비 브레이드로 연출했고 브론즈 톤 피부에 그녀의 시그니처 메이크업 스모키 아이를 더해 애니콜 때의 무드가 저절로 떠오르게 만든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역시나 찰떡같이 소화해 낸 모습!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독보적인 아우라를 뿜어내며 영향력을 이어오고 있는 그녀가 앞으로 어떤 룩으로 영감을 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