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같은 추석 연휴 날, 밀린 잠을 청해볼까 하다가 이내 생각을 접고 밖으로 나섰다. 연휴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이, 바로 ‘어싱 요가’. 번잡한 도시 속에서 크고 작은 일들로 인해 언제부턴가 오롯이 나를 돌보고 돌아보는 시간이 부족한 것을 느끼고 시작한 요가로 단련하는 마음 수련은 에디터의 현생 살기에 있어 꼭 필요한 취미 활동 중 하나다. 이날은 평소와 다르게 요가원에서 벗어나 자연과 어우러지는 ‘어싱 요가’를 시도한 날. 매번 실내에서 수련하다가 야외로 나와 요가를 한다니 마치 여행가는 것처럼 마음이 들떴다. 그렇게 꼭두새벽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잠을 깨고 서울숲으로 향했다.
전날 밤 내린 비 때문인지 평소보다 아침 공기가 더 차갑게 느껴졌지만, 아침 이슬의 향이 코끝에 퍼지는데 그렇게 상쾌할 수 없었다. 시작하기에 앞서, 신발을 벗고 모이라는 강사의 말에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듯, 오랜만에 경험하는 기이하고 독특한 기분으로 땅을 내디뎠다. 처음에는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흙과 자잘한 돌멩이들, 나뭇가지와 잎사귀 등이 한데 어우려져 발바닥에 닿는데, 벌거벗은 것처럼 어색하고 불편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시원한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잔디 위를 밟으며 가볍게 뛰어보기도 하면서 금세 자연이 지닌 땅의 기운에 적응되었다. 오히려 발을 옥죄고 있던 신발이 장애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편안했으니까. 개운한 자극이 발바닥에서부터 다리, 허리, 어깨, 목, 머리까지 타고 올라왔다. 이 기분 좋은 자극이 심신에 전달이 된 걸까? 어느 순간부터 잡생각이 사라지더니 미세한 두통에서 해방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커다란 서울숲 한 바퀴를 거닐다가 쉬고 싶을 때는 잠깐 멈춰 명상하기도 하고 잔디밭 위에서 간단한 스트레칭과 간단한 요가 동작을 겸하며 자연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어싱(earthing)은 접지라는 뜻으로 신체가 땅에 닿는 행위를 말한다. 즉, 우리 몸과 지구를 연결하는 것. 인류는 수백만 년 이상 맨발로 생활하며 진화해 왔지만, 인류가 발전하듯 문화도 발전하면서 신발을 신는 추세로 바뀌어 지구와 직접적인 접촉이 어려워졌다.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는 신발인데 오히려 벗는 것이 몸에 이롭다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우리 주변은 컴퓨터, 스마트 폰과 같은 전자기기부터 위성, 안테나를 이루는 통신망 등 너무 많은 전자파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전자파(양전하)가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음전하를 띠고 있는 땅을 밟게 되면 우리 몸 안에 있는 양전하와 지구의 음전하가 만나 상호작용을 이룬다. 이렇게 우리 몸 안에 과도하게 쌓여있는 양전하를 방출하고 지구의 음전하를 흡수하면서 신체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는 원리인 셈.
어싱은 비단 맨발 걷기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와 신체를 연결하는 행위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면 쉬울 것. 땅에 누워있거나 숲속에 들어가서 잠을 자기도 하고 바다 수영을 해도 좋다. “맨발 걷기, 땅에 눕기, 수영하기 등 어싱을 이룰 수 있는 행위는 수없이 많아요. 이중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시작해보는건 어떨까요? 맨발로 흙길을 걷는 것은 이 도시 곳곳에서도 언제든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시도할 수 있는 어싱이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요가 강사이자 어싱 요가를 운영하는 임보미 대표는 어싱의 가장 중요한 점으로 한 번의 경험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꾸준하게 시도하고 느껴야 할 것을 강조한다.
드넓은 공원에서 어싱을 경험한 에디터 역시 이 매력에 푹 빠졌다. 비록 1시간 정도 되는 잠깐의 경험이었지만, 자연과 접촉한 후 눈에 띄는 신체적 변화를 느꼈는데, 제일 먼저 부종이 크게 완화됐다. 어싱을 통해 맨살과 대지가 맞닿는 과정에서 몸의 세포들이 깨어나면서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몸이 붓거나 저린 증상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두 번째는 붓기가 덜하니 몸이 가벼워졌다는 점이다. 어싱을 경험한 며칠 내내 아침에 일어날 때도 개운하게 눈을 떴다는 사실! 수면의 질 또한 나아져 한 번도 깨지 않고 숙면을 할 수 있었다. 이렇듯 몸과 마음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어싱을 한번 경험해 보는 것이 어떨까? 그 어떤 장애물 없이 지구와의 접촉을 통해 오롯이 이 땅에 온전한 ‘나’로 서보는 것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