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브라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브랜드 역사상 첫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데 대한 부담이 꽤 컸을 것 같아요. 이미 2년 전 일이긴 하지만, 기억을 되살려 그때 느낀 기분을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시간이 꽤 지났어도 신나고 흥분되는 기분을 감추지 못했던 그때 기억이 생생해요! 브랜드에서 최초로 도입하는 역할인 만큼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영역을 넘어 전체적으로 틀을 다듬고 세심하게 신경 쓸 부분을 생각했죠. 제품 개발과 교육 부분은 물론이고, 예술적 감성을 바탕으로 바비 브라운의 정체성을 시각화하려고 노력했어요.

바비 브라운의 어떤 점이 본인과 잘 맞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바비 브라운이 무척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개인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바비 브라운 또한 지향점이 같아요. 그래서 제품 또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죠. 질이 높은 건 물론이고요. 실제로 20년 전 제 화장대에는 언제나 바비 브라운의 ‘스킨 파운데이션 스틱’ #에스프레소 컬러가 자리 잡고 있었어요. 기존의 파운데이션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이 가능했죠. 다른 브랜드에서는 이런 스틱 파운데이션을 생각도 하지 못할 때였어요.

바비 브라운과 함께한 첫 번째 캠페인은 어땠나요? 처음 맡은 캠페인은 포토그래퍼 카림 사들리(Karim Sadli)와 함께한 촬영이었어요. 그는 이미지를 모던하게 해석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진가죠. 모델은 알렉산드라 아고스턴(Alexandra Agoston)을 섭외했어요. 외모도 라이프스타일도 쿨하고 스타일리시한 뉴요커인 그녀는 우리가 찾던 인물 그 자체였어요. 여기에 완벽한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을 더해 아주 세련된 현대 여성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죠. 작업을 기분 좋게 마무리한 기억이 나네요. 촬영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모든 요소가 밸런스를 맞추며 잘 어우러질 때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피부에 대담한 색조로 포인트를 주어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는 메이크업을 선보이는 것 같아요. 본인의 메이크업 스타일이 바비 브라운이 추구하는 분위기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메이크업 컨셉트와 상관없이 피부에 미묘한 광채를 더하는 것을 좋아해요. 여기에 특정한 캐릭터를 담기 위해 주근깨를 그리거나 대담한 터치를 가미하는 등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죠.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생기 있는 피부는 필수예요. 피부가 깨끗하게 정돈된 상태에서는 어떤 메이크업을 하든 과하지 않고 밸런스가 잘 맞춰지죠. 바비 브라운이 추구하는 자연스러움, 그리고 대담한 여성상과도 잘 맞는 것 같아요.

발레를 전공하다 메이크업의 세계에 들어온 이력도 놀라워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발레리나였던 과거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지금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요. 발레를 하는 동안 메이크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큰 부분이었어요. 공연할 땐 늘 메이크업을 했으니까요. 부상으로 더 이상 발레를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예술 수업을 몇 가지 수강했어요. 그중 메이크업 분야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죠. 그 당시에 저는 패션이나 뷰티 업계에 대해 잘 몰랐지만 매거진을 좋아해 수집했었는데, 발레리나로 지낼 때 느낀 부분을 메이크업에 접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발레는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는 예술이고, 메이크업 역시 그에 못지않게 완벽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죠. 곧바로 공부를 마치고 어시스턴트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일하면서 메이크업은 조금 더 포용 범위가 넓고 감각적이며 섬세한 과정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뒤로 완벽주의 성향을 버리려고 노력했어요. 메이크업에서는 미완성처럼 보여도 미완성이 아니에요. 어느 순간부터 제가 미완성에서 오는 여백에 희열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작은 디테일이 모여 전문가만이 해낼 수 있는 완성도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메이크업을 하거나 디렉팅할 때,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앞서 언급했듯이 피부 표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메이크업을 시작하기 전에 피부의 묵은 각질을 없애고 오일을 발라 림프샘을 마사지하는 과정을 꼭 거쳐요. 그런 다음에 비타민을 함유한 스킨케어 제품과 보습 크림을 발라 피붓결을 촉촉하고 유연하게 만들면 기초가 잘 다져지죠. 이렇게 스킨케어를 마친 뒤 파운데이션을 아주 얇게 바르거나 컨실러로 잡티만 가리고, 눈가나 입술에 강렬한 컬러를 얹으면 무척 쿨한 분위기를 낼 수 있습니다. 바비 브라운에서 한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뭔가요? 특정 일화가 떠오른다기보다 캠페인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때마다 큰 보람을 느껴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 이전과 다른 진보한 스타일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릴 수 있으니까요. 제가 참여한 또 다른 캠페인이 곧 공개될 예정인데, 이번에도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롭고 혁신적인 것이라 무척 기대돼요. 오랜 시간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일하며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까지 런던, 뉴욕, 그리고 지금 거주하는 파리까지 많은 곳을 옮겨 다니며 저마다 다른 미적 감각을 지닌 수많은 사람들을 접했어요. 유행은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서 달라지고, 같은 시기라도 장소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해요. 아름다움은 시대에 따라 가변적이죠. 하지만 이런 새로운 아름다움을 지켜보고 이를 발견하는 일은 여전히 저에게 무척 흥미로운 일입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 편인가요? 어떤 곳, 어떤 것이라도 모두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어요. 길거리를 지나가다 마주친 사람, 미술관, 아트 북, 인테리어, 여행, 사진 등 내가 경험한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어요. 최근에는 모로코 마라케시에 다녀온 뒤 침실을 체리 레드와 핑크, 버건디 컬러로 꾸몄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 색들을 조합한 립 팔레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또한 귀한 영감이 될 것 같아요.

바비 브라운 제품 중 가장 좋아하는 메이크업 아이템은 무언가요? 이런, 하나만 고르기는 어려운데요! 굳이 하나만 꼽자면 ‘롱웨어 크림 섀도우 스틱’은 반드시 있어야 해요. 아이섀도부터 하이라이터까지 다용도로 활용하기 좋고, 질감도 무척 다양해 매우 실용적이에요. 손가락이나 브러시 등 도구에 따라서 달리 표현되는 점도 마음에 들고, 아주 얇은 브러시에 묻혀 라이너처럼 활용할 수도 있어요. 여러모로 매우 만족스러운 제품이에요.

한국인들은 매일 메이크업을 할 정도로 뷰티에 관심이 많아요. 데일리 아이템을 하나만 추천해줄 수 있나요? 바비 브라운의 ‘비타민 인리치드 페이스 베이스’를 추천해요. 제가 매일 아침 베이스 메이크업을 하기 전에 바르는 제품이죠. 그 위에 파운데이션과 컨실러를 바르면 피부 표현 자체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뷰티를 사랑하는 <마리끌레르> 코리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메이크업은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라요. 기술적으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세요. 이목구비에 그림을 그리듯, 메이크업을 겹겹이 쌓는다고 아름다운 것은 아니에요. 피부가 편안하게 숨 쉴 수 있어야 공들여 메이크업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고 밝은 안색을 유지할 수 있어요. 자연스러운 본연의 얼굴과 피부를 사랑하고, 강박 없이 자유롭게 메이크업을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