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닥이 시작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거울을 보며 외모를 점검하던 중, 정수리 부분에서 희끗희끗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흑단처럼 까맣고 풍성한 머리숱을 자랑하던 내게도 ‘새치’란 불청객이 찾아온 것. 나 정도면 또래보다 늦게 생긴 편이라며 당시엔 쿨하게 넘겼지만, 그날 이후 거울을 볼 때마다 정수리 부근을 샅샅이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새치를 노화의 시작이라 느끼는 건 비단 에디터만이 아닐 것이다. 새치는 흔히 30대 중후반부터 나타나는데, 최근에는 20대 초중반으로 연령대가 훌쩍 낮아졌다. “흰머리는 멜라닌세포의 수와 큰 관련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나 과도한 다이어트, 불규칙한 수면 패턴과 식생활 등 멜라닌세포 수를 줄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20대가 많아지며 젊은 나이에 흰머리가 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포헤어의원 부산 박상건 대표원장은 흰머리가 거슬린다고 계속 뽑을 경우,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나의 모낭에 평생 날 수 있는 머리카락은 30개 이하로 그 수가 정해져 있는데, 반복적으로 뽑으면 그 수를 차감하는 셈. 게다가 모근까지 약해져 머리카락이 튼튼하게 자랄 환경이 못된다. 눈에 보이는 새치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무작정 뽑기보다 차라리 짧게 바짝 자르는 쪽이 현명하다.

불행하게도 한 번 새치가 난 자리에서 검은 모발이 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종종 주위에서 새치가 다시 검은 머리로 변했다는 희망적인 말을 전해 듣기도 한다. “영양 상태가 개선되고 생활 습관이 건강하게 바뀌면 흰머리가 다시 검게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상건 대표원장은 그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헤어 전문 브랜드 바이오프로그래밍의 이희령 컨설턴트 또한 노화에 따른 흰머리가 아니라 내·외부 환경에 의해 일시적으로 변한 새치의 경우 원인이 된 문제만 개선되면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의견을 보태며, 두피 내부 환경과 모발의 질을 향상시켜주는 제품을 꾸준히 사용해보길 권했다. 새치가 생기면 염색을 자주 할 수밖에 없기에 제품 선택 시 pH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약산성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 머리카락보다 훨씬 뻣뻣하고 건조한 새치의 특성상 세정력은 뛰어나면서 모발은 부드럽게 케어할 수 있는 것이 적합하다. 탈모에 비해 새치에 특화된 상품은 아직 많지 않지만, 시중에서 판매하는 건성 두피 & 모발용 제품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그 외에 트리트먼트나 에센스 등을 꾸준히 사용해 머릿결을 부드럽게 유지하고, 모발을 더 뻣뻣하게 만드는 헤어 스타일링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