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지 2년이 넘었어요. 개인적으로 프렌치 뷰티의 정수를 보여주는 겔랑과 비올레트의 스타일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겔랑의 어떤 점이 본인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메이크업으로 변화하길 제안하지 않고,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 겔랑의 철학에 깊이 공감해요. 누군가의 단점을 가리고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만의 아름다움이 의미 있다고 여기죠. 여기에 더해 오트 쿠튀르적 미감과 헤리티지 등 프렌치 뷰티의 정수를 보여주는 고귀함이 무척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점은 창의적인 작업을 할 때도 영향을 많이 줘요.
컬러 본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메이크업에선 독보적이지 않나 싶어요. 메이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메이크업을 할 때 가장 기본으로 생각하는 것이 ‘자기표현’이에요. 아름다움이라는 것 자체가 표현의 한 수단이자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진짜 원하는 욕구에 따라야 해요. 립스틱 하나를 바를 때도 내가 진짜 원하는 컬러를 선택해야 나를 잘 표현할 수 있죠. 그리고 어떤 날은 글리터를 얹고 싶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붉은 립스틱에 파란 아이섀도를 바르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무엇이든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요. 마치 외출 준비를 할 때 옷을 고르듯 그날의 기분에 따라 자유롭게 즐기는 거죠. 남들이 인정하는 나의 모습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표현해야 해요.
겔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브랜드도 전개하고 있어요. 제품 개발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겸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삶의 밸런스를 맞추고 있나요?
바쁘긴 하지만 이 모든 일이 제 인생에 찾아온 놀라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몇 년간 뷰티업계에서 일하며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그대로 구현해줄 제품을 개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겔랑이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위한 제품 개발을 제안했을 때 주저할 이유가 전혀 없었죠. 제가 가진 창의적 아이디어와 겔랑이 쌓아온 헤리티지를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로 놀라운 결과물이 탄생할 것이라 확신했거든요. 제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도 무척 즐겁게 하고 있어요. 제가 다양한 대상에서 받은 영감을 구현하는 일이니까요. 겔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또 제 브랜드의 CEO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제 영감이 반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가되는 것 같아요. 꿈꾸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저에게 영감과 행복을 줘요.
화장품 개발자로서 바라볼 때와 아티스트로서 바라볼 때 각각 제품을 대하는 자세가 다를 것 같아요.
저는 제 아티스트다운 면과 사업가다운 면을 잘 조율하려고 노력해요. 세상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 아티스트의 면모가 발현되다가도, 곧바로 혁신적인 신제품을 출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죠. 예술적인 영감과 현실적인 부분을 잘 조율하려고 한없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곤 해요. 여전히 쉽지는 않지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