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 자도 부족해

연령과 무관하게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한 것을 꼽으라면 바로 ‘잠’이다. 수험 준비 기간에는 혹독할 만큼 잠을 줄이고, 사회에 나와서는 야근과 스트레스로 잠 못 이룬다. 노년기에도 그 패턴은 이어진다. 그간 잘못 든 수면 습관은 노화와 맞물리며 수면 장애를 심화시킨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잠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다. OECD 국가 국민들 중 한국인의 수면 시간이 가장 짧다는 통계조차 대수롭지 않게 넘길 만큼 수면 부족에 관대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에디터는 밤샘 촬영이나 마감 등으로 잠을 얼마 못 잤다는 사실을 열심히 사는 증거인 양 말하곤 했다. 하지만 모두가 잘 먹고 잘 쉬고 아름답게 늙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현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열정이다. 지난날 잠을 많이 자는 것이 게으름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잠을 덜 자는 것이 어리석음의 표본으로 통하는 시대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 실제로 잠만 잘 자도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덤처럼 따라온다. 우선 맑은 정신과 에너지가 꽉 찬 몸은 살이 잘 빠지는 체질로 변하고, 푹 자고 일어난 듯 뽀얀 피부를 일상적으로 갖게 된다. 그 반대로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모든 것이 틀어진다. 수면 부족은 만성질환의 원인이다. 체중 증가나 우울증은 물론이고, 업무 성과나 인간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하루 중 뇌와 심장이 유일하게 휴식하는 때가 잠자는 시간이다. 그사이 손상된 세포가 회복되고 면역력이 높아지며 생리 주기를 맞춘다. 낮 동안 받아들인 정보와 생각을 정리하고 기억으로 보존하는 과정 또한 수면 중 이뤄진다. 단순히 눈을 감고 휴식하는 정도로 생각했던 수면에는 엄청난 메커니즘이 숨어 있는 것이다.

완벽한 잠을 위한 수면 컨설팅

수면의 질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잠을 오래 잤는데도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거나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패턴이 반복돼 일상생활에까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에디터는 자주 깨 고 연속적으로 악몽을 꾸는 것이 고민이다. 원인을 찾고 더 나은 컨디션으로 아침을 맞기 위해 서울스페 셜수면의원을 방문했다. 본격적인 진료에 앞서 수면 다원 검사부터 했다. 환자의 뇌파, 눈 움직임부터 코골이 여부, 혈액 내 산소 포화도 등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검사다. 검사는 반나절 정도 잠을 자며 이뤄지고,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불면증 외에도 기면증, 이갈이, 수면무호흡증후군, 가위눌리는 증상, 몽유병 등 의 유무까지 알아낼 수 있다. 수면의 깊이에 따른 뇌파 상태는 총 4단계다. 꾸벅꾸벅 조는 1단계, 얕은 잠 이 든 2단계, 깊은 잠에 도달한 3~4단계. 검사 결과 슬프게도 에디터는 2단계가 대부분이고, 3~4단계에 선 1분도 채 머무르지 않았다. “잠은 신체적, 정신적 조건에 따라 결정됩니다. 잠을 잘 잘 수 있는 신체를 타고난 경우 멘털이 흔들려도 수면의 질을 높은 상태로 유지합니다. 하지만 신체적 조건이 받쳐주지 않는 상태에서 우울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잠들기 어렵거나 잠들어도 악몽을 꾸기도 하죠.” 서울스페셜수면 의원 한진규 대표원장은 기도가 좁거나 무턱이거나 구강 구조가 틀어졌을 때 호흡이 불안정할 위험성이 높다고 말한다. 에디터는 기도 사이에 협착이 일어난 경우로 누웠을 때 호흡이 엉키기 쉬운 구조 때문에 신체를 깨우는 뇌파가 나와 수면 리듬이 깨지는 케이스로 나타났다. 최근 사소한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쉬 피로하고 우울한 감정이 이어졌는데, 수면 장애가 원인이자 문제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소견을 들었다. 악몽을 연속으로 꾸는 증상도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는 증거로 깊은 잠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뜻 이다. 이를 극복해야만 신체 리듬이 자연스럽게 변하며 편안한 꿈을 꾸게 된다고 한다. 다행히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치료 방법은 간단하게 느껴졌다. 지속적으로 지정된 압력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기도가 막히는 걸 억제하는 양압기로 무호흡 등의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양압기는 환자 상태에 따라 최적의 값을 설정해야 하기에 정밀 검사가 필수인데,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개인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적고 만족할 만한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이라면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일찍이 수면에 관심을 가지고 양압기를 꾸준히 사용 중인 이영주 뷰티 에디터의 말에 따르면 수 면 질이 높아짐은 물론, 평소 머리에 낀 듯하던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사용 여부에 따라 일상생활과 업무 능률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질 정도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꿀잠을 부르는 조합

지금부터라도 양질의 숙면을 취하고 싶다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다. 수면은 빛에 큰 영향을 받는데 전자 제품의 전원 표시등처럼 작은 빛도 눈꺼풀을 통과해 숙면을 방해한다. 침대 머리맡에 조명을 켜두고 잠드는 습관을 가졌다면 당장 바꾸길. 추후 심장 질환이나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스마트폰 화면 또한 수면과 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리듬을 해치는 주요 원인 이다. “잠자는 동안에는 방을 최대한 어둡게 유지하세요. 잠들 기 2~3시간 전부터 조명 밝기를 조절하면 좋고, 암막 커튼이나 수면 안대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한진규 대표원장은 잠잘 때 휴대폰을 침실에 두지 말라고 권했다. 아침 일찍 햇빛을 쬐며 몸을 가볍게 움직이는 것도 숙면에 도움 이 된다. 플래시 없이 사진을 찍을 정도의 조도면 충분하다. 새해 목표를 건강 유지로 정하고 늦은 시간까지 운동한다면, 늦어 도 취침 5시간 전에 마치도록 조정해야 한다. 과도한 운동은 뇌를 포함한 신체를 각성시켜 수면을 방해한다. 무엇보다 마음의 이완이 바람직한 수면의 길을 연다. 시계를 들여다보며 수면 시 간에 집착하는 것은 결코 도움 되지 않는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들기 어렵다면 차라리 침대 밖으로 나오는 것이 낫다. 건강한 심신은 수면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수면 환경을 건강 하게 개선하면 마음의 우울을 걷어낼 초석을 다지는 것은 물론, 일시적인 불면증도 자연스럽게 치유된다. “잠은 죽어서 충분히 잔다”라는 말은 더 이상 열정을 대변하지 못한다. 잠은 시 간 낭비가 아닌 진정한 회복의 수단이자 더 나은 나를 위한 도약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