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예뻐진다는 말은 그저 근거 없는 속설이라고 여겼다. 두근거리고 설레는 감정을 품는다고 외모가 달라진다는 게 다분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적인 연구와 실험을 통해 사랑에 빠져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이들은 피부 빛이 밝고 혈색이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보기만 해도 좋은 사람이 눈앞에 있다면 어떨까? 행복하고 기쁜 감정이 차오를 것이다. 이 감정이 우리 몸의 긍정적인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이 호르몬은 뇌 활동과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든다. 이런 신체의 반응에 주목한 새로운 개념이 뷰티 트렌드로 떠올랐다. 바로 글로벌 트렌드 리서치 기업 민텔(Mintel)에서 발표한 ‘뉴로글로(NeuroGlow)’다. 뉴로글로는 신경을 뜻하는 뉴로(neuro)와 빛을 의미하는 글로(glow)를 결합한 용어로 정신이 안정적이고 건강해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외모 또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즉 내면과 외면의 연결을 함의한다. 뉴로글로를 말하기 위해서는 익히 알려진 웰니스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웰빙(well-being)과 건강(fitness), 행복(happiness)의 합성어인 웰니스는 신체적, 정신적, 지적, 사회적, 환경적, 영적 영역까지 포함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전방위적 건강을 추구하는 활동이다. 2000년대 이후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생활이 안정화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바라는 열망은 점차 커져왔다. 이와 동시에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결국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낳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웰니스는 다양한 트렌드를 양산하며 시대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웰니스라는 큰 범주 안에서 힐링, 명상, 이너 뷰티, 헬스 뷰티 등 새로운 개념이 속속 등장했고, 이제 이것들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했다. 이렇듯 다양한 스타일의 웰니스가 파생되는 와중에, 최근 내면에 집중하는 뷰티 트렌드와 결합하면서 웰니스의 확장판으로 뉴로글로가 대두한 것이다.

뇌 신경을 다스려 진정한 아름다움을 구현하고자 하는 뉴로글로는 피부 심리학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00년대 초 미국에서 등장한 피부 심리학은 신경계와 피부, 면역 사이의 관계를 조명하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해 피부 질환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내적 질병에 초점을 맞추는 정신과와 외적 질병에 초점을 두는 피부과, 두 분야가 실제로 많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이 둘의 상관관계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쉬운 예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리적으로 긴장 상태에 돌입하면서 신경이 예민해지는데, 초조하고 불안한 감정에 휩싸인 나머지 나도 모르게 손톱과 입술을 뜯고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화가 나면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면서 얼굴이 울긋불긋하게 변하고, 두려움을 느낄 때 얼굴빛이 창백해지면서 손발이 차가워지는 증상 역시 마찬가지. UC 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UCSF) 피부과 교수 존 구(John, Koo)와 앤드루 리브홀(Andrew Lebwohl)이 함께 쓴 ‘피부 심리학: 마음과 피부의 연결’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이런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 있을 때 우리 몸은 더 취약해진다고 한다. 슬프거나 우울하면 피부가 쉽게 민감해지기 때문에 건선, 여드름, 알레르기성피부염, 습진, 아토피피부염, 지루성피부염, 원형탈모증 등이 수반되기 쉽다는 것이다. 피부 질환이 심하면 정신 생리적 장애까지 겪을 수 있다고 하니 이 둘의 관계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피부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몸에 좋은 원료로 만든 화장품을 바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화장품에만 의존해 피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먼저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려 애쓰는 것도 근본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다.

피부 심리학과 함께 뉴로코스메틱(Neurocosmetics)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뉴로코스메틱이란 일반 화장품을 넘어 뇌 과학과 피부 과학을 기반으로 피부를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화장품을 말한다. 뇌는 우리 몸의 다른 기관과 소통하기 위해 신경전달물질을 활용하는데, 이 물질의 원동력이 되는 성분을 화장품에 활용한 것이다. 따라서 뉴로코스메틱은 기분과 감정을 조절하는 특정 수용체에 작용해 뇌 신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피부로 드러나게 만든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뷰티업계도 발 빠르게 뉴로코스메틱을 도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폴란드 뷰티 브랜드 아카나(ARKANA)의 ‘뉴로 가바 테라피’ 라인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신경전달물질인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BA)과 N-아세틸뉴라민산(NANA)을 기반으로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유도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수면을 돕기 때문.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을 생성하는 CaressenseTM biofunctional은 성분과 원료를 연구하는 글로벌 기업 애시랜드(Ashland)에서 개발한 원료다. 재스민 꽃의 발효 추출물을 함유한 이 원료는 피부 촉각 센서를 활성화해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고 노화를 예방한다.

한편 티퍼런스 서울에서도 오감을 자극하는 팝업스토어를 선보이며 뉴로글로 트렌드에 힘을 보탰다. 브랜드의 시그니처 제품인 ‘퍼플티’ 라인으로 미각을, 새롭게 선보인 핸드 티라피(hand tearaphy)로 후각을, 뇌파를 안정시키는 싱잉 볼로 청각을 자극해 심신을 풍요롭게 만드는 입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일상에서도 뉴로글로를 실현할 방법은 많다. 괜스레 머릿속이 복잡하고 생각이 많아 잠을 청하기 어려운 날 에디터는 수면 명상의 도움을 받는다. 수면 명상법을 알고 싶다면, 수면 코치 브레이너 제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살펴보길. ‘심신 중재(Mind-Body Interventions)’와 숙면을 돕는 사운드 개발에 관한 다년간의 연구를 거쳐 여러 가지 테마의 수면 사운드를 제공한다. 임상시험과 연구 문헌을 기반으로 바닷속, 캠핑장, 비행기 안, 숲속, 넓은 우주를 테마로 한 수면 사운드, 뇌파를 안정시키는 수면 사운드로 잠꼬대나 불면증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사운드로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소재와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의 소리를 내는 매력적인 싱잉 볼 또한 좋은 해결책 중 하나. 잠들기 전 싱잉 볼 소리를 들으며 가볍게 명상하고 다음 날 잠에서 깨면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다. 이처럼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입체적인 방법이 계속 등장하면서 웰니스 뷰티는 더욱 많은 사람의 선택을 받을 전망이다. 지금 피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당장 거울 앞에 서보자. 그리고 거울에 비친 내 얼굴과 표정을 자세히 살펴보길.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곰곰이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피부를 건강하게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아름다운 외모를 완성한다는 진리를 잊지 말자.

 

L’OCCITANE 코쿤 드 세레니떼 릴랙싱 필로우 미스트. 소화를 돕고 항우울과 진정에 효과가 있는 페티그레인 향을 시작으로 오렌지, 로즈 향으로 마무리되는 필로우 미스트. 잠들기 전 침구류에 뿌리면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이 풀린다. 100ml, 3만2천원.
TWW 더 우즈. 큰 나무가 우거진 숲 속, 그 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청량함을 담아냈다. 소지품이나 핸드크림에 한두방울 떨어뜨리면 심신의 안정 10ml, 4만4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