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줄곧 나에게 본인이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일본 배우 히로스에 료코를 닮았다는 소리를 종종 들을 정도였다는 확인 불가 일화를 덧붙이며 말이다. 그렇게 예쁜 엄마는 꾸미는 데에도 관심이 많았다. 얇은 갈매기 눈썹, 짙은 아이섀도, 붉은 립스틱까지 엄마의 과거 사진은 그 옛날 유행하던 메이크업 레퍼런스 그 자체였다. 그랬던 엄마가 자식 둘을 낳고 기르며 언제부턴가 꾸밈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두꺼운 트윈 케이크 파우더 대신 선크림을, 짙고 붉은 립스틱 대신 립밤을 발랐다. 가끔 멀리 외출할 때라 해도 그 상태에서 눈썹을 그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엄마가 10년 넘게 꼭 쥐고 다니는 것이 바비 브라운의 립밤이다. 나는 이 제품이 이렇게 색이 옅게 스미면서 립스틱만큼이나 아름답게 입술을 표현해주는지, 엄마를 보며 알았다. 그걸 바르면 엄마는 다른 때보다 조금 더 예뻤다. 아직도 그 립밤을 꼭 쥐고 바르는 엄마를 보면서 종종 생각한다. 엄마가 꾸미는 것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많은 것을 포기한 당신의 시간 속에서, 좋아하는 것을 더 이상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마리끌레르> 뷰티 비주얼 디렉터 김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