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이 분명한 브랜드
삼성 글로벌 마케팅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1년에 2백 일 이상 해외에 머물며 여러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고 유수 글로벌 기업과 협업했다. 진정성이 담긴 그들의 브랜딩 과정을 지켜보며 국내에도 세계관이 명확한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퇴사 후 의류 사업을 먼저 시작했는데, 당시 매장 공간과 어울리는 독자적 향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문득 향수야말로 감성과 스토리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특수한 영역이란 사실을 깨닫고 SW19을 론칭했다.

윔블던의 기억을 담아
특정 향이 어떤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내가 가장 행복했던 영국 윔블던 공원의 추억을 향으로 구현하고 싶었다. 이른 새벽 공원에서 느껴지는 잔디 향을 담은 ‘6am’부터 캠프파이어를 하며 달콤한 마시멜로를 굽던 커플을 떠올린 ‘9pm’까지, 향만으로도 영화 같은 장면이 그려지도록 구성했다. 윔블던에 가보지 않았더라도 ‘3pm’의 향을 맡으면 “오후 3시의 그곳은 왠지 이런 느낌일 것 같아” 하는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게 말이다. 향수의 이름을 심플하게 시간으로 정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영감의 원천
내가 살던 윔블던의 풍경을 담은 그림을 늘 책상 위에 둔다. SW19 향의 기조가 되는 곳인 만큼 아름다운 산책로를 거닐며 느낀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다. 물건을 고를 때 실용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지 살펴본다. 집과 사무실을 채운 허먼 밀러의 가구나 내가 타고 다니는 BMW 미니가 이런 기준을 충족하는 것들이다. 마지막은 스포츠 경기. 영화나 음악은 철저히 기획 아래 진행되지만, 스포츠만큼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드라마다. SW19 또한 이런 반전의 매력을 전하고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길 원한다.

글로벌 취향을 아우르다
SW19의 향수들은 남다른 잔향으로 유명하다. 특히 일본에서 인기가 대단하다. 향이 강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걸 주저하고, 은은한 잔향을 즐기는 일본인의 정서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10월에는 태국의 쇼핑 중심지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그 외에도 다양한 국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기능을 우선으로 내세우던 과거와 달리, 날 선 감각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K-뷰티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SW19이 그 흐름을 선도하려 한다.

SW19의 도전
오는 8월 출시를 앞둔 향은 노을 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려나갔다. 해가 장렬히 타오르고 난 뒤 선선한 기운이 몰려오듯, 저물어가는 노을이 지닌 반전의 이미지를 담았다. 흔히 경험하기 어려운 향으로 내부 테스팅 과정에서 하루 종일 맡고 싶을 만큼 중독적이라는 평을 받아 기대를 걸고 있는 제품이다. 이어서 9월에는 새로운 브랜드 앰배서더를 발표한다. SW19의 이미지에 완벽히 부합하는 아티스트로, 함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니 기대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