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를의 이우환 미술관과 겔랑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1회 예술과 환경상 첫 수상의 영광을 안은 지 1년이 지났어요. 당신에게 상을 안겨준 ‘밤의 소멸’이라는 주제는 환경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이우환 작가가 자연에서 비롯된 소재의 작품으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그렸던 것처럼, 인류를 둘러싼 환경의 새로운 변화에 주목해 작품으로 옮겼습니다. 2023년 1월 19일, <사이언스> 매거진에 실린 ‘빛 공해 현상’ 기사를 읽고 ‘밤’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태학적, 과학적 문제를 알게 됐어요. 그 전에는 파리 보자르 국립 미술학교(Beaux-Arts de Paris)에 다닐 때부터 노발리스, 릴케, 괴테, 베르트랑 같은 세계적인 문학가의 책을 읽으며 ‘밤’이라는 주제에 깊이 매료됐습니다.

밤을 묘사한 회화 작품에도 큰 흥미를 느꼈다고 들었어요. 밤을 묘사한 최초의 작품은 이탈리아의 화가 프란체스카의 그림인데, 그리 오래되지 않은 르네상스 시기 작품이에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는 밤이 미신, 무지, 어둠을 상징하면서 멸시받았고, 19세기에는 낭만적이고 고딕적인 해석으로 미술사의 주인공이 됐으며, 박쥐 형상으로 묘사되기도 했습니다. 제게 시간은 18세기 밤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18세기 철학자들은 밤을 상징적으로 사라지게 했고, 지금의 ‘전기 시대(electric age)’는 그것을 현실화했죠.

지금까지 인류는 항상 어둠을 빛으로 밝히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작가님은 되레 사라져가는 밤에 주목했어요. 별이나 어둠 같은 밤을 경험할 수 없다면, 우리 인류는 시적 상상력과 영감을 잃게 될 것입니다. 거대한 우주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는 것은 두려움을 야기하죠. 하지만 이 공포는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저 같은 무신론자에게는 겸손을 알게 하는 아주 가치 있는 감정이죠. 1년 동안 준비한 전시회의 제목은 ‘A Tenebres’입니다. 오래된 프랑스어 표현으로 단순히 ‘오늘 밤(tonight)’을 의미하며, 19세기에는 “나는 오늘 밤 나갈 거야”라고 얘기하고 싶으면 “Je vais a tenebres”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최근 밤이 사라지며 이런 표현 또한 사라지고 있고, 얼마 안 가 다른 단어들도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저 개인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생물종, 흰 눈, 밤, 벌, 직업 등 수많은 것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소멸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자라면서 이를 예술로 승화하고자 했어요. 또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우리는 항상 별과 함께 살아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는 평생 별을 보지 못한 채 산다고 하니 더욱 마음 이 갔습니다. 또 전기 인프라가 고도로 발달했지만 덧없이 느껴져요. 전깃불을 끄면 어둠과 별들은 여전히 하늘 위에 자리하고 있으니, 밤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밤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눈으로 보기 힘든 별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제 그림 속 별들은 밤의 부재로 만들어진 작은 간극으로 표현했습니다. 별을 보려면 캔버스에 가까이 다가가야 하죠. 2019년부터 이러한 발상을 작업으로 옮겼고, 올해부터는 밤의 소멸이 제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탐구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운명처럼 나방을 만나게 됐습니다.

작가님의 그림 곳곳에서 나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참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요. 버지니아 울프의 책 <파도>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생긴 일입니다. 어느 날 저녁, 제가 작업하던 시골집의 창문을 크게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어요. 저는 박쥐일 거라고 생각했죠. 창문을 열었더니 나방 한 마리가 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유럽의 가장 큰 나방인 거대 공작나방인데, 흥미롭게도 같은 일이 1927년에 버지니아 울프의 자매 버네사 벨에게 일어난 걸 아시나요? 그가 남프랑스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창문을 두드리는 큰 소리를 듣자마자 그의 남편이 “박쥐일 거야”라고 말하며 문을 열었는데, 같은 나방을 봤다고 해요. 버네사 벨은 이 사실을 자신의 자매에게 편지로 썼고, 버지니아 울프는 이를 짧은 이야기로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작업은 초기에는 ‘나방들’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지만 나중에 ‘파도’라는 제목으로 바뀌었어요.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모두 ‘계시’라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계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미신을 믿지 않으니까요. 그저 아름다운 우연이라고 여기고, 이 이야기를 더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방을 밤을 상징하는 하나의 토템 동물로 선정했어요.

진정한 예술가는 우리 삶을 둘러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세심한 시선과 관찰력에서부터 나온다. 자브릴 부케나이시는 <밤의 소멸>전을 통해 어둠이 온전히 내려앉지 않는 도시의 풍경을 보여주는 비범한 면모로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