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의 발견

커리어의 시작은 금융업이었지만 아마존 코리아의 창립 멤버로 합류하며 K-뷰티 브랜드를 선별하는 일을 담당했다. 현재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코스알엑스(COSRX), 조선미녀 등이 어렵게 브랜드를 설득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시간과 노력의 증거다. 이 덕분에 시장 흐름을 읽는 눈을 자연스럽게 길렀고 이커머스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 갖췄다. 이때 K-뷰티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누텍스처의 시작

K-뷰티를 해외로 유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많은 브랜드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브랜드에 대한 갈증이 커졌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상하다 누텍스처를 론칭했다. 당시는 대형 유통 채널이 프로모션한 아이템이 중심을 이루던 때였고, 비주얼과 콘텐츠 감도가 뛰어난 브랜드는 희박했다. 누텍스처는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네이밍부터 인스타그램 콘텐츠 전략까지 많은 부분을 그에 맞게 설계했다.

속도와 깊이의 콤비네이션

K-뷰티의 강점은 빠른 속도다. 해외에서는 제품 개발에만 1년가량 걸릴 만큼 보수적인 데 비해 국내는 트렌드를 선도하며 혁신을 이뤄낸 제품이 빠르게 출시된다. 다만 오랜 시간 대중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트렌드에 힘입어 급성장하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1백 년 넘게 지속되는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확고한 철학과 깊이, 그리고 이를 펼치고 이어나갈 탄탄한 조직이 필요하다. 나를 비롯한 많은 K-뷰티 브랜드 대표들이 깊이 고민해야 할 숙제다.

영감의 원천

뉴욕에서 자주 가던 부티크 호텔 알로(Arlo)의 룸 스프레이, 미니멀리즘 감성을 대변하는 글로시에의 ‘유 솔리드 퍼퓸’ 등 나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뉴욕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다. 보자마자 친밀한 공통점을 느낀 유선태 작가의 그림도 큰 영감을 준다.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건 머릿속의 상상을 현실화하는 과정이다. 작품 속 비현실 공간에 매우 현실적인 책이 등장하는 등 디테일이 브랜딩 과정과 흡사하다 느낀다.

가장 최소한의 루틴

스킨케어 단계에서 여러 제품을 레이어링하지 않는다. 피부가 전부 흡수하지 못하기도 하고, 잘 만든 제품 몇 가지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피부는 클렌징, 보습, 선블록이라는 루틴을 얼마나 착실히 수행하는지가 관건이지 전혀 복잡할 필요가 없다. 이런 뷰티 철학을 누텍스처의 제품에 담았다. 하나만 써도 충분한 카테고리 내 베스트 제품을 만들고 01, 02, 03(세정, 각질 제거, 보습)이라는 넘버링 시스템을 만들었다. 매일 복잡하지 않게 나의 피부를 돌보는 방법을 제안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유니크한 포뮬러

호기심을 안고 브랜드에 입문하더라도 ‘제형’이 강렬하게 와닿지 않으면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제품을 만들며 마음에 새기는 신조가 ‘한 번 쓰면 무조건 재구매할 수밖에 없는 포뮬러를 만들자’인데, 스킨케어 라인은 재구매율이 20%에 달할 만큼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브랜드의 시그니처 포뮬러를 담은 ‘컴포팅 크림’이다. 요거트 같은 제형이 피부에 닿으면 에센스처럼 변하며 아주 가볍게 스며드는 매력을 지녔다. 피부 속이 건조한 증상을 빠르게 해소해 입체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광을 입히고, 펩타이드 성분과 발효 콩 성분이 피부 장벽을 튼튼하게 다져준다. 누텍스처의 진가를 경험하고 싶다면 꼭 써보길 권하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