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끌레르> 뷰티 비주얼 디렉터 김상은
도쿄는 열 번쯤 갔을 정도로 애정이 깊은 도시다. 쉽게 갈 수 있다는 뛰어난 접근성에 무수한 미식의 향연을 누릴 수 있는 데다 빈티지 쇼핑의 천국이니까! 그리고 이곳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꼽으라면 일본의 드러그스토어에서만 볼 수 있는 신기하고 훌륭한 화장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점도 한몫한다. 특히 ‘돈키호테(Donkihote)’는 갈 때마다 다른 화장품이 첫 번째 매대에서 유혹하는데, 이번에는 모모우루리(momoururi)의 하트 모양 엉덩이 비누가 그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일본은 부위별로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 세분화된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엉덩이를 내세우다니! 값이 비싸지도 않아 순전히 호기심으로 사서 써보고 금세 보드라워지는 어마어마한 기능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생각한 것보다 거품이 잘 나는 제형에다 곳곳에 박힌 자잘한 알갱이가 스크럽 역할을 해 씻어내고 나면 피부가 개운하고 촉촉해진 것을 곧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또 다른 여행 전리품은 캔메이크(Canmake)의 ‘무치푸루 립 틴트 #05 피그 퓌레’. 지난번에 갔을 때는 복숭앗빛의 #02 모모 컬러를 샀는데 수채화처럼 은은하게 물드는 발색과 옅고 자연스러운 컬러가 무척 마음에 들어 이번에는 톤 다운된 레드빛으로 하나 더 구매했다. 캔메이크는 대학생 때부터 워낙 좋아한 나에겐 추억의 브랜드인데, 그래서인지 일본에 갈 때마다 꼭 하나씩 품고 오게 된다. 이렇게 볼거리도 살 거리도 풍성한 도쿄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