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의 마스터 퍼퓨머 자크 카발리에 벨트뤼

여성성이 지닌 다층적 면모를 포착하고, 그 본질적 깊이를 충분히 표현해낸다.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 그리고 미래의 여성들에게 보내는 헌사이자 자신만의 개성과 강인함을 당당히 표출하는 이들을 위한 향이다.

여성 향수에 주로 쓰던 익숙한 컬러를 완전히 배제한 선택이 돋보인다.
루이 비통은 향수 품질의 기준을 높이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엘 루이 비통(eLVes Louis Vuitton)이 탄생하기까지 무려 5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다. 새로운 향수를 만든 소감이 어떤가?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일 때마다 설렘과 기대감으로 벅차다. 조향을 향한 나의 열정은 여전히 강렬하며, 이 여정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조향사이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 87세의 나이에도 동생에게 네롤리에 대해 가르치셨다. 그 모습은 내게 큰 영감을 주었고, 열정을 잃지 않고 창의성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요소란 걸 깨닫게 했다.


같은 재료라도 다르게 표현하고 해석하는 것이 조향사의 능력이자 정수다. 엘 루이 비통을 그려내기 위한 서사는 무엇이었나? 나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은 비전이 있다. 바로 여성 향수를 보다 진정성 있는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것. 흔히 반복되는 전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독창적이고 의미 있는 접근 방식을 제시하고 싶었다. 엘 루이 비통은 그 비전의 결실이다. 여성성이 지닌 다층적 면모를 포착하고, 그 본질적 깊이를 충분히 표현해낸다.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 그리고 미래의 여성들에게 보내는 헌사이자 자신만의 개성과 강인함을 당당히 표출하는 이들을 위한 향이다.


파리에서 열린 엘 루이 비통 프레스 프레젠테이션에서 향을 미리 시향할 수 있었다. 생동감 넘치는 장미, 청초한 은방울꽃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머스크와 플로럴 노트가 더해져 풍부한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전례 없는 퍼플 컬러 에센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퍼플을 선택한 이유는 현대적 여성성에 대한 나의 비전을 한층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핑크나 오렌지 계열 같은 익숙한 색조를 배제하고, 퍼플이 지닌 오묘한 빛과 신비로움을 온전히 드러냈다. 이 컬러는 생동감과 몽환적 매력을 조화롭게 어우르기에 모두를 매료할 만하다.


최근 뷰티 산업이 독보적 ‘기술’을 필두로 급변하고 있다. 엘 루이 비통을을 만들며 이 변화를 체감한 부분이 있다면? 향수 역사상, 그리고 루이 비통에서도 처음으로 신선한 은방울꽃의 천연 추출물을 사용할 기회를 얻었다. 이 특별한 추출물은 그라스에서 5월에 갓 수확한 은방울꽃을 원료로 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향을 추출하기 어려운 꽃이지만, 독창적 방식으로 재현했다. 은방울꽃은 ‘소리를 내지 않는 조용한’ 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장미와 조합해 톱 노트로 배치하면 작약 어코드를 형성하며 그 신선한 기운이 극대화된다. 이 덕분에 활기와 생기가 넘치는 느낌을 완성할 수 있었다.


퍼퓨머이던 부친에게 물려받은 유산은 무엇인가? 어린 시절, 아버지가 포뮬러를 구상하고 구체화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존경심을 품었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향을 해내는 듯 보이던 아버지는 어린 내게 마치 천재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타고난 재능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진정한 실력은 오랜 시간에 걸친 경험과 끊임없는 노력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놀이처럼 시작한 향을 맡는 일이 결국 나의 길이 되었고, 그것은 호기심과 열정, 그리고 끊임없는 헌신이 필요한 여정이었다. 아버지는 늘 내게 “과감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나는 여전히 그 말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향수를 창조하는 것은 내게 큰 기쁨을 주는 동시에 치열한 창작의 전투이기도 하다. 그러나 창작은 결국 저항이며,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충실할 때 진정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동안 여러 브랜드와 작업해왔다. 루이 비통과 함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나는 온전한 창작의 자유를 누리며 일하고 있다. 물론 마케팅팀과 협력하지만, 가장 큰 차별점은소비자 테스트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루이 비통은 자사 매장에서만 제품을 유통하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와 매대에서 경쟁할 필요가 없고, 오직 예술성과 창의성만을 추구할 수 있다. 우리는 언제나 대담한 선택을 한다. 왜냐하면 오늘날 가장 큰 리스크는 도전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조향사들보다 5~6배 많은 비용을 들여 원료를 선정한다. 루이 비통은 천연 원료와 합성원료를 조합해 독창적 팔레트를 구성하며, 향수 제작의 중심지인 그라스에서 작업을 이어간다. 이 모든 것이 루이 비통이 럭셔리 퍼퓨머리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단순히 ‘좋은 향’과 ‘마음을 울리는 향’은 분명히 다르다. 세상에 남을 단 하나의 향을 위해 노력하는 점이 있다면? 마스터 조향사로서 내 목표는 언제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경험을 안겨주는 향을 창조하는 것이다. 조향할 때 다양한 감정에서 영감을 받아 포뮬러를 설계하고, 원료를 신중하게 선택하며 그 균형을 맞춰가는 식이다. 향수는 단순한 향 이상이다. 그것은 사랑, 이별, 아이의 탄생과 같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과 맞닿아 있으며, 우리의 개성과 감정을 가장 깊이 있게 담아낼 수 있는 예술적 매체다. 어떤 향이 마음을 울렸다면, 그것은 대개 우리가 잊고 있던 과거의 감정을 일깨우기 때문일 것이다. 루이 비통 향수는 바로 이러한 감정의 깊이를 반영하며, 아주 섬세하고도 친밀한 개인적 경험으로 안내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