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인연을 맺은 디올과의 관계를 ‘가족’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죠. 그렇다면 당신은 디올이라는 가족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네, 정말 가족 같아요. 디올은 제가 아이를 갖기 전부터 함께했고, 시간이 흐르며 제 삶이 여러 단계를 거치는 동안에도 늘 곁에 있었어요. 그 때문인지 어떤 면에서는 ‘디올’이란 가족을 대표해 세상과 마주 서야 하는 자식 중 한 명이 된 기분이 들어요.(웃음) 디올 쇼나 행사에 갈 때마다 항상 분위기가 좋아요.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이들을 다시 만나면 모두 아주 따뜻하게 맞아주거든요. 수년 동안 무궁무진한 창의력을 지닌 이들과 함께 일해온 건 소중한 기회이자 아름다운 여정이었습니다. 제가 성장하는 동안, ‘미스 디올’이라는 캐릭터도 함께 자라난 셈이죠. 

‘미스 디올’에 나탈리 포트만이 얼마나 반영되어 있나요? 아니면 당신만을 위한 수제 드레스처럼 꼭 맞춰진 걸까요? ‘미스 디올’이라는 인물은 확실히 미스 디올 팀이 창조했지만, 저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는 제 성격에서 비롯되기도 했죠. 하지만 영감의 근원은 크리스챤 디올의 여동생인 오리지널 미스 디올, 카트린느 디올에게서 주로 받았어요. 그의 에너지가 바로 이 인물의 본질입니다. 용감하고, 강인하고, 대담하며, 자유롭고, 정의를 위해 불의에 맞서는 여성. 그게 바로 미스 디올이에요. 

카트린느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그에 대해 처음 들은 건 언제였나요? 디올과 함께한 지 몇 년 지났을 때였어요. 팀과 함께 아카이브를 살펴보는데, 그들이 아주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줬죠. 카트린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용감한 여성이었어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맞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고, 강제수용소에 끌려갔다가 끝내 살아 돌아왔죠. 그는 전쟁이라는 어두운 시대를 지나, 세상에 아름다움을 되찾아주고자 했죠. 고통을 겪은 이들의 삶에 다시 빛을 불어넣고 싶었던 거예요. 그건 꼭 필요한 일이었고, 인간이 아름다움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겐 큰 기쁨과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카트린느에 대해 알고 나서야 크리스챤 디올이 만들어낸 세계가 얼마나 깊은 의미를 품고 있는지 깨닫게 됐어요. 

그와 당신 사이에 비슷한 점이 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 글쎄요, 저는 그렇게까지 대담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 카트린느는 말 그대로 영웅이잖아요. 또 모두에게 큰 영감을 주는 존재고요. 만약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면, 저도 그만큼 용감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늘 큰 영감을 주죠. 같은 맥락에서, 책에서는 어떤 여성 캐릭터나 서사에 마음이 끌리는지 궁금해요. 독서 모임을 꾸준히 운영하면서 최근 읽은 책을 팬들과 공유하기도 하잖아요. 책을 고르는 당신만의 기준이 있나요? 우선 친구들에게 추천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그리고 언어에 예민한 편이라 단어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고르는 작가들에게 끌리죠. 물론,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책에 더 마음이 가요. 세상이 정해둔 틀을 깨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늘 저에게 깊은 감동을 줘요. 

만약 ‘미스 디올 에쌍스’를 책으로 만든다면 어떤 이야기와 닮았을까요? 전 항상 안나 카레니나라는 인물을 생각해요. <안나 카레니나>라는 소설 속 안나는 용기 있는 여성이에요.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인물이죠. 그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오잖아요. “사랑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마음이 있다.” 그 책에 담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톨스토이는 인간의 본질을 꿰뚫잖아요. 물론, 미스 디올이니 결말은 행복한 해피 엔드로 살짝 바꾸고 싶어요.(웃음) 

한 인터뷰에서 후각은 어린 시절의 감각이라고 표현했어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 는 향의 기억, 혹은 당신의 순수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향은 무엇인가요? 향에 대한 기억이 아주 뚜렷하게 남은 어릴 적 추억이 있어요. 오렌지 블로섬이나 레몬 블로섬 같은 시트러스 계열 꽃의 향기죠. 어릴 때 시트러스나무들에 둘러싸여 자란 기억이 있어서 그 향이 제게는 아주 선명해요. 자몽이 주변에 있고, 오렌지블로섬 향이 감돌던 그 기억들…. 아마 제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향일 거예요. 

지금 이 시기의 나탈리 포트만을 특정 향기나 노트로 표현한다면, 어떤 향을 들 수 있을까요? 지금 이 순간의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향은 아마도 장미일 거예요. 섬세하면서도 강인하고, 자기 주관이 분명하면서 감정에도 솔직한 복합적인 결을 지녔거든요. 장미 노트는 그만큼 표현의 폭이 넓고, 그 안에 다양한 얼굴이 담겨 있죠. 

작품 속 캐릭터의 감정에 몰입하게 하는 것이 대사가 아닌 향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카메라 앞에 서기 전에 특정 향으로 자신을 감싸기도 하나요? 향은 어떤 감정이 일어나게 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요. 많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당연히 향을 주변에 두곤 합니다. 특정 캐릭터를 위해서 혹은 특정한 환경에서는 상황에 따라 캔들이나 향수, 꽃 등을 곁에 두죠. 저 외에도 많은 배우가 향을 통해 캐릭터에 몰입하곤 해요. 가끔은 굉장히 큰 도움이 되죠. 영화 <블랙 스완>을 촬영할 때는 장미 향을 사용했어요. <스타워즈> 시리즈는 북아프리카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재스민 향이 가득했고요. 제가 이스라엘에서 감독한 영화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는 오렌지 블로섬과 인연이 있습니다. 

미스 디올은 언제나 사랑과 연결됩니다. 이번 미스 디올 에쌍스가 이야기하는 사랑의 결을 어떻게 느끼나요? 미스 디올 에쌍스는 대담하고 자유로운 여성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면에 사랑을 간직한 동시에 모험심이 가득한 여성이 펼쳐나가는 이야기죠. 

 “미스 디올 에쌍스는 대담하고 자유로운 여성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면에 사랑을 간직한 동시에 모험심이 가득한 여성이 펼쳐나가는 이야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