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CHANEL Fragrance

보이지 않는 향에 샤넬의 스타일을 불어넣고, 그 향에 가장 완벽한 형태를 부여하는 사람들. 이번 상하이 행사에는 샤넬 하우스의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Olivier Polge)와 샤넬 뷰티 패키지 크리에이션 & 그래픽 아이덴티티 디렉터 실비 레가스텔로이스(Sylvie Legastelois)가 샤넬 향수가 완성되는 과정에 관해 들려주었다. 그 시작에는 언제나 N°5가 있다. 올리비에 뽈쥬는 1921년 N°5의 탄생을 두고, 향수가 단순히 하나의 향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 ‘스타일과 정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이 형성된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행사에 참석한 이들에게 직접 원료의 향을 건네며, 샤넬에서 추구하는 조향의 방향은 원료를 자르고 정제하고 농축하고 희석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감정과 상상의 영역으로 데려가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영감은 특정 대상이기보다 어디에서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창조적 태도’에 가깝다. 그렇게 완성한 향을 눈에 보이는 샤넬의 언어로 옮기는 것은 실비 레가스텔로이스의 몫이다. 그는 단순한 디자인일수록 완벽에 가까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보틀은 주인공이 아니라 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존재다. 그래서 형태를 극도로 절제하면서도 완벽한 디테일을 추구한다. 유리의 두께와 유리가 이루는 곡선부터 뚜껑을 닫았을 때 더블 C 로고가 정면을 향하도록 설계한 구조, 여닫을 때 나는 소리까지 세심하게 계산한다.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셈이다. “럭셔리는 때로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라는 샤넬의 철학을 계승하는 태도다. 향을 창조하는 사람과 향을 담는 병을 만드는 사람.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두 사람의 생각은 결국 같은 곳에서 만난다. 시간을 들이고, 작은 부분까지 집요할 정도로 파고들며, 과거를 그대로 복각하지 않는 것. 세대를 이어온 하우스 조향사의 감각을 계승하면서도 오늘의 방식으로 새로운 향을 빚어내고, 겉보기에는 단순한 보틀 하나에도 완벽에 가까울 때까지 시간과 정성을 쏟아붓는다. 향에서 보틀로, 다시 피부에 남는 향으로. 어쩌면 그 보이지 않는 시간까지 향수에 담아내는 것이 샤넬이 말하는 ‘Grand Parfumeur’인지도 모른다.

샤넬 뷰티 패키지 크리에이션 & 그래픽 아이덴티티 디렉터 실비 레가스텔로이스.
샤넬 하우스의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

Ultimate Luxury

긴 여정의 끝에서 다시 향수 앞에 섰다. N°5에서 시작된 한 세기에 걸친 이야기와 그라스의 꽃밭, 네 세대에 걸쳐 이어진 조향사의 시간, 보틀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거듭 쌓아 올린 수많은 디테일까지. 그 방대한 아카이브를 지나 다시 만난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과 레 젝스트레 드 샤넬은 처음과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은 샤넬이라는 하우스를 이루는 수많은 기억을 향으로 옮긴 컬렉션이다. 가브리엘 샤넬이 사랑한 장소와 사람, 그의 삶을 스쳐간 순간들이 저마다 하나의 향수가 된다. 파리 깡봉가 31번지를 담은 31 뤼 깡봉, 동양의 꼬로망델 병풍에서 영감을 받은 꼬로망델, 가브리엘 샤넬의 성공과 행운을 상징하는 1957 등 각각의 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향을 맡는다기보다 샤넬의 오래된 기억 한 장면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무엇보다 정해진 방식 대신 서로 다른 향을 탐험하고 때로는 레이어링하며 자신만의 향을 발견하도록 열어둔 자유로움이 이 컬렉션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옆에는 ‘레 젝스트레 드 샤넬’이 있다. N°5를 비롯한 샤넬의 상징적인 향을 더욱 귀하고 농밀한 형태로 만나는 컬렉션이다. 진귀한 원료를 짙은 농도로 담아 각각의 향이 지닌 본질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 뿌리는 형태가 아니라 스토퍼를 이용해 귀 뒤와 데콜테, 손목처럼 맥박이 뛰는 곳에 한 방울씩 얹는다. 그리하여 피부의 온기와 움직임을 따라 천천히 피어오르는 향을 기다리는 일까지 하나의 리추얼이 된다. 보틀은 19세기부터 장인의 손길로 이어온 보드뤼샤쥬(Baudruchage) 기법을 거쳐 완성된다. 향을 만들고, 보틀에 담고, 마침내 피부 위에 입는 순간까지 서두르는 일 없이 진심을 눌러 담아 완벽을 기한다. 앞서 보았던 그라스의 꽃과 올리비에 뽈쥬가 들려준 원료 이야기, 실비 레가스텔로이스가 보여준 작은 디테일들이 이 순간 하나씩 되돌아왔다. 그 때문일까? 이 모든 향이 단순히 ‘좋은 향’으로만 기억되지 않았다. 한 방울의 향수 안에 얼마나 많은 장소와 사람, 손길과 시간이 머물 수 있는지를 알게 된 뒤였으니까. 상하이에서 보낸 긴 하루의 끝, 피부 위에 남은 잔향을 맡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샤넬이 생각하는 향수의 럭셔리란 보이지 않는 것에 이토록 많은 시간을 들이는 일인지도 모른다고.

샤넬 하우스의 독보적인 향수 세계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한자리에 펼쳐진 레 젝스트레 드 샤넬 컬렉션.
꼬로망델 엑스트레 드 빠르펭과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 꼬로망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