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를 먹을수록 먹을 것이 늘어난다. 영양제 이야기다. 눈을 뜨자마자 따뜻한 물과 함께 유산균을 삼키고, 출근 후에는 노화 방지와 활력 증진을 위해 NMN을 챙겨 먹는다. 점심 식사 후에는 비타민과 오메가-3, 잠들기 전에는 아슈와간다와 마그네슘까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영양제로 채우고 나면 그제야 루틴이 완성된다. 이런 노력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다가도, 며칠만 거르면 어김없이 컨디션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다시 손이 간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면 챙겨 먹는 것을 잊기 일쑤다. 차라리 종합 영양제로 바꿔야 하나 생각하던 어느 날, 알고리즘이 내게 건넨 것은 알약이 아니라 귀여운 스티커 한 장이었다. 자세히 보니 단순한 스티커가 아니다. 미국 웰니스 브랜드 바리에(Barrière)가 선보인 ‘붙이는 영양제’였다. 번개와 체리, 별자리처럼 패션 스티커가 연상되는 디자인으로 얼핏 봐선 영양제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다. 더 흥미로운 건 제품보다 그 안에 담긴 발상이었다. 비타민, 비오틴, NAD+ 등 다양한 성분을 몸에 붙이는 형태로 옮긴 것이다.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제품을 요청했고, 받아 든 직후부터 사용한 지 3주째. 나는 아침마다 비타민 B12 패치를 붙이고, 자기 전에는 스트레스 릴리프 패치를 팔 안쪽에 붙였다. 권장 사용 시간은 8~12시간. 붙인 채 평소대로 생활하기만 하면 되니 알람을 맞춰두거나 물을 찾을 필요도 없다.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붙인 부위에 은은한 열감이 느껴졌고, 함께 체험한 동료 에디터 역시 비슷한 반응이라고 했다. 브랜드는 눈에 띄는 변화를 위해 최소 40일 이상 꾸준히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아직 극적인 변화를 체감하진 못했다. 그렇다고 실망스럽지도 않다. 매일 몸에 패치를 하나 붙이는 행위 자체가 ‘오늘도 나를 챙겼다’는 작은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영양제가 붙이는 형태로 진화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영양소 자체는 이미 충분한 시대다. 비타민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능성 성분은 알약, 젤리, 스틱, 분말 등 어떤 형태로든 쉽게 구할 수 있다. 이제 소비자가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느냐’에 가까워졌다. 영양제를 잊지 않고 챙겨 먹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자기 관리라는 사실을 브랜드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의 웰니스는 성분 경쟁에서 경험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물 없이도 사용할 수 있고, 출근 준비를 하며 붙여두면 하루 종일 신경 쓸 일이 없다. 무엇보다 번개와 체리, 별자리 같은 디자인은 영양제를 약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처럼 느끼게 한다. 마치 운동복을 갖춰 입으면 운동할 마음이 조금 더 생기듯, 패치를 붙이는 행동 하나가 ‘오늘도 나를 돌보는’ 루틴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물론 이것이 곧 효능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피부를 통해 비타민이 얼마나 흡수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단계다. 그럼에도 붙이는 영양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제 사람들은 더 많은 영양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습관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붙이는 영양제가 팔리는 이유는 뛰어난 기술 이전에, 바쁜 하루하루 속에서도 자기 관리를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가장 간단한 장치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뷰티 디렉터 김상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