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레더 재킷 시스템 옴므(System Homme), 안에 입은 블랙 후디 브릭스톤 바이 웍스아웃(Brixton by Worksout), 팬츠 제임스 진스(James Jeans), 슈즈 반스(Vans), 반지 프리카(Frica),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베이지 코트 아페쎄(A.P.C.), 안에 입은 티셔츠 어태치먼트 바이 아티지(Attachment by Artage), 팬츠 소윙 바운더리스 바이 커드(Sewing Boundaries by Kud), 슈즈 구찌(Gucci), 반지 베벨로(Bebello), 페도라 디아프바인(Diafvine).

셔츠 산드로 옴므(Sandro Homme), 안에 입은 블랙 티셔츠 알렉산드르 플로코프 바이 갤러리아 웨스트(Alexandre Plokhov by Galleria West). 팬츠 이스트 쿤스트(Ist Kunst), 비니 보울러(Bowller), 실버 팔찌 프리카(Frica), 블랙 팔찌 나인 큐브(9cuve),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레더 재킷 시스템 옴므(System Homme), 안에 입은 블랙 후디 브릭스톤 바이 웍스아웃(Brixton by Worksout), 반지 프리카(Frica).

브이넥 카디건 시스템 옴므(System Homme), 팬츠 띠어리 맨(Theory Man), 반지 베벨로(Bebello).

언젠가부터 배우 여진구를 더 이상 ‘어린 배우’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아직 열여덟 살인 그는 젊고 풋풋하다. 그러나 작품에서 배우 여진구가 가지는 묵직한 존재감은 단순히 어린 배우 이상의 것이다. 그는 이미 성숙한 배우이자 앞으로의 성장을 더욱 기대할 수밖에 없는 배우다. 여진구는 현재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내 심장을 쏴라>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한참 영화 <서부전선> 촬영 중이다. 영화 촬영 때문에 바짝 자른 머리를 하고 촬영장에 온 그는 옆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따뜻하고 밝은 기운을 가진 청춘이었다.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었지만, 이 남자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말했다. “그게 사실은 밸런스가 잘 맞는 일인 것 같아요. 젊음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나이에 젊음이 찾아오면 그 또한 별로일 거예요. 서툴러도 여러 가지를 배워나가는 시기가 젊음이라고 생각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여러 가지 감정을 경험하고, ‘뻘짓’도 많이 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웃음)”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네요. 원래 몸에 열이 많은 편이라서 항상 짧게 자르고 싶었어요. 이번에 마침 역할 때문에 짧은 머리를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이젠 많이 익숙해졌어요.

지금 촬영 중인 영화 <서부전선> 때문에 운동도 하고 있다면서요? 저뿐 아니라 설경구 선배님도 하고 계세요. 제가 맡은 역할이 북한 병사이고, 전쟁 중의 상황이니 멋있게 근육 잡힌 몸보다는 좀 마른 듯한 느낌이었으면 했어요. 개인적으로 멋있어 보이려고 살을 빼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웃음), 살을 찌우든 빼든 캐릭터를 위해서 하는 건 힘들게만 느껴지지는 않아요. 역할로 인해 제가 변하는 거니까, 재밌어요.

<서부전선> 촬영 현장은 어떤가요? 공개된 스틸 사진을 보니까 온통 수풀에서 뒹굴고 있는 모습이라 고생스러울 것 같았어요. 그걸 고생이라고 느끼기에는 현장이 워낙 재미있어요. 충주 비내섬에서 촬영하고 있는데, 몽환적인 분위기에 넝쿨이 아름다운 곳이에요. 전쟁 영화이긴 하지만 코미디 요소가 많고 인간적인 영화예요. 그래서 현장이 굉장히 밝아요. 천성일 감독님은 시나리오를 직접 쓰셨기 때문에 제게 해주시는 조언이 아주 디테일하고, 무엇보다 현장의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 대한 배려가 훌륭하세요. 설경구 선배님은 너무 재미있고 친근하시고요. 항상 잘 챙겨주시고, 제가 선배님이라고 부르니까 형님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해주셨어요.(웃음)

그분이 그렇게 묻어가기엔 아버지 뻘일 수도 있겠어요.(웃음) <화이>의 배우들도 ‘형님’으로 모셨나요?(웃음) <화이>의 선배님들은 극 중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빠’라고 불렀었어요. 모두 제가 어릴 때부터 화면이나 스크린을 통해 보아온 분들이지만, 워낙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조만간 형님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작품을 할 때마다 선배님들에게 아주 많은 걸 배워요. 물론 시간이 지나봐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겠죠. 많은 경험을 쌓은 후에야 ‘그때 이걸 가르쳐주신 거구나’ 하고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귀한 이야기들을 지금의 제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화이>는 배우 여진구에게 매우 중요한 작품이었을 것 같아요. 보는 사람에게도 배우 여진구를 잊지 못하게 만드는 작품이었고요. 저한테는 의미가 컸어요. 첫 주연작인 것을 떠나서 저로선 큰 도전이기도 했어요. ‘화이’라는 역할은 참 특이했어요. 저와 완전히 다른 친구라 바로 옆에 있는 것 같다가도 완전히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그 아이에 대해 알아가는 데, 감정의 연결 고리를 풀고 있다기보다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화이라는 인물의 매력이었어요. 나무의 뿌리가 계속 뻗어나가는 느낌을 살려보려고 모두 함께 노력한 작품이에요.

진하고 굵은 연기를 많이 했어요. 그런 역할을 하고 나면 평범하게 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걸 <화이>를 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아빠’들이 연기와 실생활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몰입하는 건 좋지만 분리하지 못하면 힘들어진다고요.

인터넷에서 ‘여진구’를 검색하면 연기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는 평이 많아요. 저도 동의해요. 과찬의 말씀이에요. 아직 배울 게 너무 많아요. 그런 걸 보려면 제가 제 이름을 검색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자체가 낯간지러워서 못하겠어요. 주변 분들이 이야기해주시면 괜찮은데 제가 제 이름을 검색해보는 건 참 낯간지러운 일인 것 같아요. 친구들이 장난친다고 옆에서 검색해보는 것도 못 보겠어요.(웃음)

평소의 여진구는 어떤 사람이에요? 친구들이랑 같이 있는 걸 좋아해요. 장난기도 많고, 친구들이랑 있으면 그냥 열여덟 살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어떤 영화나 음악을 즐기나요? 또래 남자아이들하고 똑같이 액션, 히어로 무비를 좋아해요. 그런데 저는 친구들이 보기엔 낯간지러운 영화도 보죠. 음악은 요즘 힙합을 많이 들어요. 자기 전에도 듣고, 틈틈이 듣고 있어요.

요즘 남자 맞죠? 요즘 도시 남자들은 전혀 ‘낯간지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그렇게 표현하는 게 재미있어요.(웃음) 성격이 무뚝뚝한 편이고, 멜로 장르도 좋아하지만 제가 한다고 생각하면 아직은 오글거리긴 해요.(웃음)

올여름에 촬영한 <내 심장을 쏴라>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이 영화 작업은 어땠나요? (이)민기 형은 그냥 형이라고 불렀어요. 게다가 자꾸 반말을 쓰라고 하셔서, 좀 섞어 썼어요.(웃음) 민기 형이 장난치는 걸 좋아해서 현장에서 재미있게 놀았는데, 바로 군대에 가서 아쉬워요. 이번에 맡은 캐릭터는 첫 장면과 끝 장면만 보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느낌이 있어서 캐릭터 반전이라든가 캐릭터 심리를 세심하게 변화시키는 걸 배울 수 있었어요. 정유정 작가님의 소설이 원작이잖아요. 그런데 소설이랑은 좀 다른 분위기가 나올 것 같아요. 의외로 밝은 영화고, 청춘들을 위한 영화예요.

여진구의 청춘은 어떤가요? 청춘은 단어 자체도 너무 예쁘고, 어느 나이보다 다이내믹한 감정을 가진 시기잖아요. 기쁘다가도 슬프고, 왠지 기분이 좋지 않다가도 갑자기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고. 그런데 저는 연기를 하며 그런 감정을 많이 느끼다 보니까 일상에서는 오히려 덜한 편인 것 같아요. 사춘기도 조용히 지나간 것 같고요.

여진구가 다른 청춘들과 다른 점은 일찍부터 영화계라는 사회에 나와서, 작품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지나치게 빨리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없어요?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그로 인해 달라지는 부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예요. 저도 연기가 정말 좋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아요. 연기가 재미있어요. 할 때도 즐겁고, 이후에 제가 연기한 걸 보고 뭔가를 느낄 때도 재미있고, 수많은 감정이 들어요. 창피함이나 아쉬움도 있지만 성취감과 뿌듯함도 크고요. 연기를 매개로 계속 무언가를 배워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선배님들에게도 계속 배우고, 살아가면서도 여러 가지 감정이나 더 많은 경험을 쌓아가야겠죠.

지금 자기 자신한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뭔가요? 잘할 수 있다는 말. 그런 자신감을 계속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맡을 역할이나,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고, 어찌 됐든 웃으면서 지내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