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래
이국적인 패턴의 점프수트 올세인츠(All Saints).

무수히 많은 아이돌 그룹 멤버며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제2의 윤미래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제2의 윤미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사실 노래나 랩 실력만 뛰어나다고 해서 가능한 일은 아니다. 오로지 윤미래만이 가진 독보적인 표현력, 소울과 필은 대체 불가능한 종류의 것이다. 우리는 참 오랫동안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왔다. 그동안 윤미래와 타이거 JK를 둘러싸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음악은 빛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거친 파도를 타듯 오르락내리락한 그들의 삶이 충실하게 담긴 음악이 완성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제 곧 윤미래와 타이거 JK, 래퍼 Bizzy가 함께하는 힙합 유닛 MFBTY의 정규 앨범이 나올 것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 “지금 한창 MFBTY 정규 앨범 막바지 작업 중이에요. 저희로서는 데뷔 앨범이기도 한 셈이죠.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앨범이에요. 주위에서 왜 이렇게 힘들 때 정규 앨범을 내느냐고 걱정해주시기도 하고, 또 왜 갑자기 낯선 이름의 그룹 앨범을 내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해서, 두려움과 설렘에 답이 없는 앨범이기도 해요. 사랑해주세요.”

음악은 끊으려야 끊을 수가 없다고 말하는 그녀지만 팬들의 기다림에 비해 활동이 뜸했다. 윤미래의 랩과 노래에 목마른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더욱 반갑다. “음악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음악은 제 삶의 일부예요. 하지만 무대 울렁증이 워낙 심해서 활동이 어렵기도 해요. 작년부터 복싱을 즐기는데, 생각 없이 뛰고, 땀 흘리고, 음악에 빠져서 혼자 펀칭백을 치는 복싱이 그래서 즐거운 것일 수도 있어요. 아이한테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중요한 시기라 그동안 활동할 시간을 내지 못하기도 했고, 또 말 못할 일들이 아주 많았어요. 이제는 용기 내서 열심히 부딪혀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앞으로 좋은 음악, 좋은 공연으로 팬들을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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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래
시스루 처리된 드레스 앤디앤뎁(Andy & Debb).

그런데 힙합 여제가 이렇게 부끄러움이 많아도 되는 걸까? 스튜디오에서 만난 윤미래는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파워풀한 모습과 많이 다르다. 늘 함께하는 타이거 JK 없이 혼자서 촬영하는 것도, 칭찬받는 것도, 과거에 자신이 부른 노래를 다시 듣는 것도,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를 냉철하게 평가하는 것도 ‘쑥스러워서 잘 못 하는 편’이다. 그러나 촬영 중 흥얼거리는 노래와 몸짓에서도 힙합 여제의 ‘그루브’는 느껴진다. 겸손함은 윤미래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다. ‘흑인음악을 가장 잘 구현해내는 보컬리스트’, ‘MTV가 선정한 전 세계 최고 여성 래퍼 TOP 12’ ‘한국 힙합의 다이아몬드’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뒤따르고, 동료들마저 윤미래의 랩을 들으면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고백하는 상황에서도 윤미래는 터무니없이 겸손했다. 많은 해외 뮤지션의 러브콜을 받으면서도 아직까지 해외 진출을 하지 않은 것은 욕심이 많지 않은 그녀의 성격 때문이 아닐까, 오지랖 넓게 걱정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항상 행복한 만큼 음악을 하는 게 좋고,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일단 솔로 앨범부터 내놓으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솔로 앨범은 언제 선보이는 게 제일 좋을까요? 올해 안에는 가능할 것 같아요. 우선 드디어 나오는 MFBTY 앨범으로 그동안 기다려주신 팬들과의 만남이 일이 잦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소규모 팬미팅과 소극장 공연도 할 생각이고요.”

 

윤미래
깃털 장식 크롭트 톱과 은은한 베이지 톤 점프수트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 모던한 디자인의 스트랩 슈즈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윤미래, T, 타샤. 그녀를 부르는 다양한 이름에 이제 ‘타이거 JK의 아내’와 ‘조단 엄마’도 추가됐다. “조단도 음악 취향이 또렷해요.(웃음) 힙합보다는 덥스텝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 가족은 언제 봐도 부럽고 흐뭇하다. 한편으로는 서로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소울메이트인 동시에 각자의 세계가 또렷한 두 아티스트의 공존의 법칙이 궁금하기도 하다. “음악적으로 공존하기보다는 서로의 음악을 좋아해주는 팬인 것 같아요. 둘이어서, 아니 셋이어서 좋은 점은 서로의 팬이 되어서 응원해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타이거 JK와 윤미래, Bizzy가 새로운 레이블 필굿뮤직을 설립한 지 1년이 지났다. 의정부의 소박한 녹음실에서 가내수공업과 같은 방식으로 제작하고 더불어 마케팅, 홍보 등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한다. 신뢰할 수 있는 동지들과 함께하며 음악적인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다. “요즘은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무래도 사장님(타이거 JK)도 아티스트이다 보니 이해해주시는 부분이 많고요.(웃음)”

 

윤미래
레이스 디테일이 여성스러운 멋을 더하는 원피스 제인 송(Jain Song).

흑인 아버지를 두었다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어린 시절의 상처가 담긴 윤미래의 ‘검은 눈물’, 애절한 사랑과 이별이 담긴 ‘하루하루’와 ‘시간이 흐른 뒤’, 암 투병 중이던 타이거 JK의 아버지에게 바친 앨범 <살자>,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 깨닫게 된 인생의 아름다움에 대한 곡 ‘Beautiful Life’ 등 이들의 삶은 언제나 음악으로 기록되어왔다. 그리고 필굿뮤직을 설립한 후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곡 ‘Angel’은 이제 좀 살만 하다 싶으면 비웃듯이 힘든 일이 터지고, 그걸 겨우 수습하고 나면 또 다른 일이 벌어지지만, 옆에 있는 누군가 때문에 결국 웃게 되는 삶에 대한 그들 방식의 찬가다. “주변에 놓인 사물, 사람, 상황, 모든 것이 노래의 영감이 돼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상하게 행복할 때보단 슬프거나 마음이 좋지 않을 때 작업이 제일 잘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름다운 가정과 음악적인 자유를 확보한 윤미래는 지금 행복해 보인다. 행복해지면 좋은 곡이 나오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도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그냥 노래하는 가수로서, 혹은 사람으로서, 그런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행복하지는 않아요. 앞으로 충분히 행복해져서 이런 불안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기적인 대답일 수도 있지만 음악은 제가 행복해지고 싶어서 계속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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