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조보아, 사랑스러운 조보아. 조보아를 만나기 전에도, 만나던 중에도 그렇게 생각했다. 기사 작성을 위해 녹취를 풀다 보니 조보아는 확실히 책을 많이 읽는 배우다.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하게 입을 뗐고 말끝을 흐리거나 단어를 건너뛰지 않고 완성된 문장으로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쉴 땐 어디에서 뭘 하는지,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많은 물음을 던지고 대답을 들었는데도 조보아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예쁜 사람은 예쁘기만 한 사람이라고 종종 오해를 받는다. 조보아는 생각보다 그런 일들에 의연한 태도로 살고 있는 듯 보였지만, 어쩌면 낯선 사람에게 편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걸 더 불편해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자체가 조보아의 매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보여주지 않은 게 더 많은 사람이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란 생각이 들었다. <몬스터>가 끝나면 조보아는 뉴욕으로 간다고 했다.
<몬스터>에서 맡은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신영’으로 지내는 시간은 어떤가요? 중간에 투입된 거라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았어요. 다른 분들은 다 캐릭터가 굳어져 있는 상태에서 혼자 튈 것 같기도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선배님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게 이끌어주시고 리액션도 잘 해주셔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어요.
역할의 어떤 부분에 가장 끌렸어요? 권위가 있다는 거요. 평범하고 발랄하고 가벼운 역할보다는 힘이 있는 캐릭터거든요. 극 중 우리나라에서 제일 힘이 센 회사인 ‘도도그룹’ 오너의 외동딸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어요. 작품 자체도 무게가 있고요.
악역이지만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아요. ‘신영’을 연기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처음 미팅할 때 작가님이나 감독님이나 악역이라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저 역시 악역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요. 악역이라고 생각했으면 오히려 짓궂고 못되게 하려고 신경을 썼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없다 보니 대사는 좀 틱틱대고 소위 싸가지 없는 느낌이 들어도 그냥 사랑스럽게 연기를 하려고 하니까 오히려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긴 공백기 없이 작품을 해왔어요. <몬스터>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데 특히 좋은 영향을 받은 선배가 있나요? 아무래도 강지환 선배랑 호흡을 많이 맞추니까 선배님이 많은 도움을 주세요. 제게 직접적으로 뭔가를 알려주지 않아도 그분이 연기하는 것만 봐도 많은 게 제 안에 입력돼요. 정보석 선생님 등등 대선배님이 많아서 대기실에 있을 땐 그분들 촬영하는 거 모니터만 해도 배울 게 무척 많아요.
애티튜드 같은 거요? 연기를 할 때 보면 센스가 아주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센스가 부족해서 보고 써먹곤 해요.
예를 들면요? 배우들마다 갖고 있는 노하우가 다 있더라고요. 좀 사소한 부분이긴 하지만 카메라 위치를 굳이 바꾸지 않고 있는 한 자리에서, 같은 각도에서 표정을 더 다양하게 보여주는 식으로 효율적으로 연기하는 분도 있고, 리액션을 남다르게 해서 인상을 각인시키는 분도 있어요.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학교에선 배울 수 없는 부분을 많이 채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연기 전공 대학생이죠. 여느 대학생처럼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는 것 같아요. 되게 좋아해요. 옛날보다는 그나마 조금 나이 먹었다고(웃음) 점점 집순이가 되어가고 있는데 근래에 유학 간 친한 친구가 잠시 귀국해 있거든요. 그 친구 때문에 더 많이 돌아다니는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 엄현경씨 얼굴도 종종 보여요. 현경 언니는 <마의>라는 작품을 같이 하면서 5년 전쯤 만났어요. 잘 맞아서 자주 봐요. 언니가 워낙 배려심이 많아서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 친구처럼 지내요.
직업 말고 둘의 공통점이 있나요? 언니도 돌아다니는 거 좋아해요. 그래서 같이 서울 근교로 여행도 많이 다니죠. 강아지 좋아하는 것도 비슷해서 만나면 진짜 애 엄마들처럼 강아지 얘기 엄청 많이 해요.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예요? 헤이리예술마을을 좋아해서 시간 나면 혼자서도 종종 가요. 가면 북카페가 있는데 건물 가득 책만 있거든요. 앉아서 책 보고 커피 마시면 너무 행복해요.
책 읽는 거 좋아해요? 네. 요즘은 시간이 좀 많아서 일주일에 한두 권씩 읽어요.
일주일에 한두 권이요? 다독가네요. 네, 시간 나면 책만 읽어요. 요즘은 <미 비포 유> 작가 조조 모예스에게 푹 빠져 있어요. <미 비포 유> <더 라스트 레터> <애프터 유> 시리즈를 정복하고 있어요.
요즘은 무슨 생각 제일 많이 해요? 음, 유학이요. 제 동생이 뉴욕으로 유학을 가려고 해요. 그래서 매일 밤 울어요. 진짜 매일매일.
자매치고도 사이가 아주 돈독한가봐요. 그런가봐요. 이번에 알았어요, 제가 동생을 이렇게 많이 사랑한다는 걸. 쉴 때가 오면 어학연수가 됐건 뭐가 됐건 동생이 있는 곳에 가고 싶어요. 영어에도 관심이 많은데 배울 기회가 많진 않았거든요.
<몬스터> 끝나면 제일 먼저 뉴욕에 가겠네요? 네. 번 것 다 털어서 가려고요.(웃음)
어디 어디 갈 거예요? 구체적으로는 생각 안 해봤는데 일단은 동생만 따라다니려고요. 어학 배우는 것보다 여행하듯 예쁜데 많이 다니려고요.
남의 시선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아요, 보면. 그런 것 같아요. 원래 남을 잘 신경 안 써요. 이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선 그런 점이 편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많이 써요? 항상 생각하죠, 이미지가 중요하니까. 정확하게 대중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은 모르지만 이제껏 해온 역할들은 평소 모습이랑 싱크로율이 높지 않아요. 근데 최근 작품인 <부탁해요, 엄마>의 ‘장채리’나 <몬스터> ‘도신영’은 제 실제 모습과 많이 비슷해요. 그래서 조금은 제 본모습을 봐주시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친구들은 조보아가 어떤 성격을 가졌다고 말해요? 제가 감정 기복이 심하고 감정을 아주 솔직하게 표현하는 성격이에요. 옆에 있으면 상처받는 부분도 있을 텐데 어쨌든 항상 솔직한 편이라서 쿨하다고 해요, 하하.
연기 스펙트럼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어요. 욕심나는 역할이 있을 것 같아요. 어젯밤에도 생각했는데 너무너무 하고 싶었던 게 <검은 사제들>에서 박소담씨가 맡은 역할이나 <곡성>의 환희양, “뭣이 중헌디!” 그 역할이에요. 미쳐서 하는, 이해 불가인 역할.
왜요? 쌓인 게 많아요? 그냥 마음껏 표현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연기로 대리 만족 하는 편이에요? 요즘 좀 그래요. 역할이 친오빠한테 입 닥치라고 하거나 선배님들한테 야야 하니까 속은 뻥뻥 뚫리더라고요. 평소에는 항상 예의 바르게 굴려고 신경 쓰는데 ‘신영’을 연기할 땐 상하 관계에서 제가 상이 되니까 재미있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느낌의 역할을 찾고 있나요? ‘다음엔 원하는 걸 해야지’ 하는 계획 같은 건 안 세워요. 아직은 선택받는 입장이니까 주어진 역할이 있으면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느낌이 비슷한 역할이라면 머리 스타일을 파격적으로 바꾼다거나 그 캐릭터만의 고유한 성격을 찾아봐야죠. 비슷한 역할을 해도 다른 색깔로 표현하면 그것대로 재미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