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G SO MIN
채송화처럼 여린 정소민은 드라마 속 ‘변미영’보다 훨씬 씩씩하게 촬영에 임했다. 꼼꼼히 모니터를 확인하고 시안과 똑같은 포즈를 바로 취하는가 하면 시원시원한 웃음으로 주변 사람들은 물론 이준까지 웃게 만들며 촬영을 리드했다. 연기자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직업을 가졌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정소민은 또 한 번의 화양연화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아버지가 이상해>(이하 <아이해>) 시청률이 31%를 넘었다. 대중적으로 큰 지지를 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일단 다양한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인 것 같다. 각 인물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로운 것 같다. 나 역시 다음회 대본이 궁금하다. 무엇보다 재밌게 봐주시고 계속 관심 가져주시는 시청자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트위터에 ‘변미영’ 계정이 있다는 걸 알고 있나? 일반인이 변미영으로 빙의해 운영하는 계정이다. 변미영이라는 캐릭터가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방증이다. 변미영과 정소민은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가? 변미영 계정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트위터를 안 하지만 나중에 찾아봐야겠다. 너무 감사하다. 변미영은 지금의 나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예전의 나와는 굉장히 다르다. 예민함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요즘의 나는 거의 나무늘보에 가깝다. 여러모로 미영이와 비슷하다.
변미영은 유도 선수의 꿈이 좌절된 후 오랜 ‘취준생’ 기간을 거쳐 인턴 매니저가 됐다. 정소민에게도 무언가를 위해 오랫동안 움츠린 시간이 있었나? 어쩌면 배우라는 직업이 항상 취준생이라는 느낌을 준다. 작품에 들어가면 취직이 되는 것이고, 그 전까지는 계속해서 노력하고 준비하는 취준생 같은 기분이 든다.
연기자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직업을 선택했을지 생각해본 적 있나? 연기자가 아니면 솔직히 상상이 잘 안 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좋고 재미있고 즐겁다. 그에 따른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그걸 다 감당할 만큼 연기하는 일을 사랑한다. 아마도 배우가 아니었다면 원래 전공을 살려서 무용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극 중에서 엔터테인먼트사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실제와 반대의 입장에 서보니 어떤가? 촬영 중이 아닌데도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안 배우님’ 소리가 튀어나오고, 무의식중에 차 문을 열어주고 챙기게 되는 나를 보며 너무 웃기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고생하는 우리 매니저에게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방영분까지는 아직 안중희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했다. 둘의 로맨스가 결실을 이룬다면 꼭 하고 싶은 데이트 신은? 그냥 손잡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것? 나의 현실 로망이기도 하다.
상대 배우 이준과의 호흡은 어떤가? 더할 나위 없다. 최고다.
<아빠는 딸>에 이어 <아이해>까지, 개성이 분명한 캐릭터를 맡았다. 또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어떤 역할인가? 차갑기도, 따뜻하기도 한 연애 이야기.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내 나이대의 보통 여자를 연기해보고 싶다.
LEE JUN
이준은 밤샘 작업에 이은 화보 촬영에도 지친 기색 없이 유쾌했다. 스태프들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이 장난기 많은 청년이 카메라 앞에 서면 눈빛을 백팔십도로 바꾸며 완벽하게 ‘안중희’로 변신한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이준이 특별한 건 색기 넘치는 눈빛 때문도, 장난기 많은 미소 때문도 아니다. 이준이 가진 의외성, 예측 불가능성은 뻔한 역할도 ‘이준이라서 특별한’ 무언가로 만들어버린다. 조각 같은 얼굴이나 훤칠한 몸매처럼 배우에게 필수로 여겨지는 조건들이 이준 앞에서만 이상하게 무용지물인 이유다. 어느 순간, 이준은 이미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됐다.
일주일에 촬영이 비는 날이 하루라고 들었다. 오늘은 촬영을 하지만 보통 뭐 하고 지내나? 일단 잔다. 나는 수면욕이 매우 강하다. 재미있는 대답을 하고 싶은데 촬영 중에는 여가 시간이 너무 뻔하다. 자는 시간 외에는 거의 대본을 본다. 인스타그램도 가끔 하고(웃음) 개인 SNS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재미있다.
이준이 이토록 완전한 주말 가족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 <아이해> 작품 제의가 들어왔을 때 해야겠다는 결심은 언제 섰나? 이렇게 긴 호흡의 드라마를 해본 적이 없다. 미니시리즈가 보통 16부작이니까 그 기준으로 치면 호흡이 3배나 길다. 궁금했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있었지만 배울 게 더 많다고 생각했다. 미니시리즈는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했다는 생각이 들 무렵 끝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50부작이니 캐릭터도 점점 풍성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나는 시청자 연령층도 더 넓어진 것 같다. 드라마 출연 소식이 알려졌을 때 할머니께서 정말 좋아하셨다. 효도했다.(웃음)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과 현장 분위기도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캐릭터 특성상 초반에는 혼자 찍는 신이 많았다. 초반에는 기대한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느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금도 사실 한수(김영철)의 집 안에서 촬영하는 신 외에는 거의 미영(정 소민)과만 찍는다. 한수 집 안 신은 KBS 스튜디오에서 주 1회 대대적으로 촬영하는데,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의 프로 의식에 감탄하곤 한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거의 흐트러짐 없이 촬영이 착착 진행되고, 그 안에 진한 감정 연기도 살아 있다. 역시 선생님들께 가장 많이 배우고 있다.
‘발연기로 곤욕을 치르는 아이돌 출신 배우 안중희’ 역할이다. 다행히 이준은 이제 믿고 보는 배우가 됐지만 ‘안중희’가 가진 고민을 하던 시절도 있었을 것 같다. 연기하면서 어땠나? 내가 발연기 했다는 얘기냐?(웃음) 가수로 데뷔했다고 기억하는 분들이 많지만 난 영화 <닌자 어쌔씬>으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고, 꾸준히 작품을 해왔다. 캐릭터는 캐릭터로 보이기를 바랄 뿐, 실제로 과하게 감정이입을 해서 연기하지는 않았다.
연기했던 발연기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최근에 극중극인 <오마이보스>의 상대 여배우에게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내야 하는 장면이 있었다. 중희가 감정이 메마른 캐릭터여서 갈피를 못 잡는 장면이었는데 시청자 반응이 좋았다. 여러 버전으로 연기했는데 멜로 장면에 나의 전작인 <갑동이> ‘태오’ 가 나왔다는 반응이더라. 사실 초반에 ‘발연기’를 연기하는 부분은 이걸 진짜 국어책 읽듯이 해야 하는지, 과하고 웃기게 해야 하는지 너무 고민됐다. 중희가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내면에 외로움이 있는데다 발연기까지 해야 해서 그 감정선을 오가는 게 많이 어려웠다.
안중희에게는 아버지의 정을 느껴보지 못해 생긴 트라우마와 결핍이 있다. 이준에게 결핍이 있다면 무엇인가? 특별히 없다. 있어도 나만 알 거다.(웃음)
상대 배우 정소민과의 멜로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함께 연기하면서 어떤 걸 느끼고 있나? 아직은 관계 설정상 달콤할 수만은 없다. 중희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태다. 무의식중에 미영이를 바라볼 때는 무장해제됐다가 본인의 행동을 자각할 때는 스스로 미쳤다고 자책한다. 보시는 분들이 그 감정 차이를 자연스럽게 느끼셨으면 좋겠다. 소민 씨는 정말 좋은 배우다. 유쾌하고 상대 배우를 배려해준다. 소민 씨가 미영이를 연기해서 조금은 답답해 보일 수 있는 ‘미영’이 더욱 사랑스러워진다고 생각한다.
극 중에서 안중희는 미영에게 ‘츤데레’처럼 군다. 실제 이준은 좋아하는 여자에게 어떻게 대하나? 잘해주는 편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웃음)
작품 밖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이준에 대해 잘 모르겠다. 일단 이준은 영화형 인간인가, 음악형 인간인가, 책형 인간인가? 영화와 음악 중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가장 최근에 재미있게 본 영화와 즐겨 들은 음악은? 영화는 <미녀와 야수>, 음악은 캐시미어 캣(Cashmere Cat)의 ‘Quit’.
이준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집에서 쉬는 것.
7월이다. <아이해>가 끝나고 짧게라도 쉴 계획이 있나? 있다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싶나? 드라마 종료 직후에는 일단 팬들과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지만 국내외에서 팬미팅을 할 예정이다. 그 이후에는 집에서 원 없이 쉬고 싶다. 내가 워낙 집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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