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 풀오버 메종 키츠네 바이 비이커(Maison Kitsune by BEAKER), 스트라이프 셔츠와 체크 팬츠 모두 엠엔지유(MNGU), 핑크색 스니커즈 프레드 페리(Fred Perry).

핑크 셔츠와 하운드투스 체크 재킷 모두 더 스튜디오 케이(The Studio K).

니트 칼라 데님 트러커 재킷 엠에스지엠 바이 비이커(MSGM by BEAKER), 하운드투스 체크 팬츠 더 스튜디오 케이(The Studio K).

박시한 브라운 재킷과 오버사이즈 팬츠 모두 노앙(Nohant), 스트라이프 럭비 셔츠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블루 스웨이드 스니커즈 오니츠카타이거(Onitsuka Tiger).

일러스트가 그려진 블랙 터틀넥 디올 옴므(Dior Homme), 그레이 재킷과 팬츠 모두 엠엔지유(MNGU).

생각보다 훤칠한 키, 짙은 속눈썹, 아기 같은 피부, 거침없는 말투.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귀여움이 뚝뚝 떨어지는 최우식은 그런 시선을 받는 데 익숙한 듯 보였지만 그가 서른을 앞두고 있고, 많은 감독의 러브콜을 받는 뛰어난 배우라는 점을 상기하면 새삼스럽다. 올 한 해만 해도 최우식은 영화 <옥자>, 웹 드라마 <썸남>,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고 곧 방영할 jtbc 드라마 <더 패키지>에서 7년째 연애중인 한 남자를 연기할 예정이다. 게다가 <물괴> <그대 이름은 장미> <궁합> <마녀> 등의 영화가 내년 중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최우식이 아주 바쁜 배우 중 하나라는 건 증명된 셈이다.

최우식은 자신의 말마따나 그간 누군가를 서포트하는 역할을 많이 해왔는데, 그걸 ‘조연’이라고 단정하기 아쉬운 건 화면 안에서 반드시 시선을 뺏고 마는 최우식의 독보적인 존재감 때문이다. 어디서 어떤 역할을 하든 자신의 호흡으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재능이 모든 배우에게 공평히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천부적이라는 표현도 틀리진 않다. 곧 크랭크업 하는 박훈정 감독의 <마녀>에서 오랜만에 주인공을 맡은 최우식은 ‘남자1로서 좋은 그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남자1이 아닐 때도 최우식은 항상 최우식이었고 그게 주인공을 맡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면 최우식은 뭐라고 대답할까?

 

올 한 해 많은 일을 했다. 관객에게 선보이지 않은 작품도 아직 많지만. 2017년은 비중이 높은 작품보다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았다. <쌈, 마이웨이>도 (박)서준이 형과의 우정으로 특별 출연했지만 그 작품을 통해 얻은 게 많다. 캐릭터 자체에 반전이 있었지. 현장에서 (김)지원 씨와 감독님과 계속 얘기했다. ‘무빈’이가 더 못되게 나와야 하는데 찍다 보니 사랑스러운 모습이 보이는 거다. ‘얘를 어떻게 더 보여줘야 할까?’ 그걸 조절했다. 출연자들과 호흡이 좋아 짧지만 깊게 몰입한 것 같고, 내가 알기론 무빈이가 원래 감독님이 생각하고 있던 다른 작품의 주인공이었다. 그걸 맛보기로 보여준 거라 감독님이나 작가님도 무빈이에 애정이 많았고 시청자들도 사랑해주셨다. 그 덕분에 원래 1회부터 4회까지만 출연하기로 했는데 10회까지 갔다. 촬영 일정 때문에 8회로 줄이기는 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고 재밌었다.

무빈이 대놓고 나쁜 남자가 아니라 연애 따로, 결혼 따로 하는 게 가능하다고 믿었던 인물이라는 점이 신선했다. 맞다. 그걸 가리키는 단어가 있는데… 자기가 모르고 하는 행동이 싸가지 없는 거. 모X남인가?(일동 폭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역할의 경중은 분명 아닌 것 같다. 영화 <거인> 으로 신인상을 받고 부담감이 컸다. ‘다음 작품은 뭘 해야 하지? 어떤 캐릭터를 해야 하지?’ 많이 고민했고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비중이 높은 역할이나 주인공을 맡고 싶었다. 그러다가 점차 내가 자신 있고 즐길 수 있는 역할을 찾았다. 비중의 경중을 떠나 ‘이거 하면 재밌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 그냥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연기가 다시 재미있어지고 나도 더 자연스러워졌다.

그 때문인지 선택하는 장르도 다양하다. 얼마 전 끝난 <썸남>은 웹 드라마였지. 극의 형식이 다르니 촬영 과정도 신선했을 것 같다. 하하하. 옛날에 <닥치고 패밀리>라는 시트콤을 한 적이 있는데 그 후 처음으로 현장에서 그렇게 놀 수 있는 작품이었다. 감독님도 나도 대본의 선을 깨지 않는 한 그냥 진짜 막 했다. 워낙 요즘 유행하는 ‘병맛’ 코드랑 잘 맞아서 그냥 소리 지르고 싶을 때 소리 지르는 식으로 틀에 구애받지 않고 연기했다. 인터뷰할 때 가끔 어떤 장르를 해보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으면 괜히 있어 보이려고 ‘이러이러한 장르요’ 대답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장르 구분은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나는 장르보다 캐릭터에 더 신경 쓴다.

그게 행보에서 보인다. 물론 장르에 따라 캐릭터의 톤이 바뀌긴 하겠지만 장르를 크게 고려하진 않는다.

수줍고 귀여우면서도 지질한 게 매력인 남자 캐릭터의 아이콘이 된 것 같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대로 가다가 이 이미지가 굳으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확고한 이미지가 있는 건 장점인 것 같다. 원래 내가 지질하고 눈치 보는 면이 있는데 그게 연기에 잘 스며들어서 좋다.

얼마 전에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의 배역으로 최우식을 추천하는 댓글들이 정말 많았다. 모태 솔로에 짝사랑만 하는 순수남 캐릭터였다. 정말? 딱이다. 완전 잘할 수 있다. <호구의 사랑>에서 맡은 캐릭터 때문에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떠올리는 것 같다.

누군가의 취향을 저격하는 캐릭터이자 전무후무한 캐릭터다. 연기하면서 좋은 점이 그런 캐릭터는 항상 끝에 발전한다는 거다. 꼭 나중에 더 멋있어진다. 그런 면이 있어서 좋다.

반면에 <옥자>에서 맡은 캐릭터는 인상 깊다. 지질하기는커녕 과격하고 기름기라곤 1도 없는 담백함이 아주 좋았다. 흐흐. 봉준호 감독님이 대단하다고 느낀 게 나는 특별 출연에 가까울 만큼 비중이 많지 않아서 대본에도 뭐가 없었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내 이미지를 만들어줬다. 정확한 디렉션이 딱히 있었던 건 아니고 몇 가지 디테일만 잡아주셨다. 그 디테일만 생각하고 연기했는데 캐릭터가 완성됐다. 되게 신기하고 놀라웠다.

할리우드 배우와 함께하는 현장은 처음이었을 텐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 촬영장에서 처음 눈에 들어온 게 할리우드처럼 배우들이 쉴 수 있는 컨테이너가 늘어선 모습이었다. 나도 트레일러를 사용했는데 로케이션만 서울이지 환경은 완전 외국이었다. 전형적인 한국 영화 현장과 모든 방식이 달랐다. 예전에 <호텔룸>이라는 싱가포르 영화를 해외에서 찍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분위기가 비슷했다. 배우로서 스탠바이 할 때 긴장감의 결이 달라지더라. 스태프들도 다 외국인이라 영어로 일을 했는데 영어는 존댓말과 반말의 구분이 크게 없지 않나. 모든 사람한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도 좋았다.

그러고 보면 크고 작은 여러 작업 환경을 거쳤을 텐데, 최우식이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은 어떨지 문득 궁금하다. 흔히들 사회생활이라고 말하는 것. 편하게 하려고 일부러 더 과장해서 허리를 굽힐 때가 많은 것 같다. 다른 배우도 그렇지만 현장에서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메이크업도, 헤어도, 의상도 전부 누군가가 해줘야 하고 매니저 형도 나를 계속 케어해줘야 한다. 갓난아기가 된 기분으로 일을 하는데, 매 순간 사람과 사람이 함께 일을 하는 거라 관계가 조금만 불편해도 연기까지 불편해진다.

얼마 전 <물괴> 촬영이 끝났다. 어땠나? (내가 경험한) <부산행> 다음으로 규모가 큰 영화다. 그냥 사극 영화가 아니라 사극 플러스 SF라 CG를 위한 연기를 해야 했는데 재밌었다. 초록색 옷 입은 분이랑 같이 연기하고 뒤에 다 초록색 배경인데 우리끼리 으어~ 하는 현장이 많았다. 그걸 찍고 나서 <혹성탈출>을 다시 봤는데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물론 연기가 하는 척하는 것이긴 하지만 <물괴> 같은 현장에서는 말 그대로 정말 ‘척’을 해야 했다. 터널에 들어가는 척, 떨어지는 척. 대사를 외워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 현장에서 없는 걸 보면서 연기를 하는 게 좋은 경험이었다.

그렇게 연기할 때는 상대를 두고 연기할 때랑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그렇다. 옛날에 한 기사에서 읽었는데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가 혼자 CG통 안에서 연기를 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내가 생각한 연기는 이런게 아닌데 참 슬프다’라고 했다더라. 간달프는 극중에서 아주 크기 때문에 난쟁이들과 연기할 일이 없고 혼자 해야 했던 거다. 그렇다고 내가 혼자 연기를 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영화의 환경이 이런 식으로 계속 바뀌니까 나도 빨리 여기에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에서 주인공을 맡아 곧 촬영에 들어간다. 시나리오에서 강렬하게 끌린 건 어떤 부분인가? <마녀>는 한국에서 그간 보지 못한 액션물이 될 것 같다. 여주인공 역할이 너무 좋아서 끌렸다. 내가 그간 서포트하는 연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른 쪽으로 서포트한다. 그 여배우와 함께 만들어가는 그림이 있어서 부담감 없이 ‘남자1’로서 ‘여자1’을 서포트하면 될 것 같다. 최우식을 오랫동안 봐왔고 기대가 큰 분들은 이 영화를 보고 새롭다는 느낌을 받을 거다.

크랭크인이 몇 주 안 남았다. 일 안 할 땐 주로 뭐 하나? 집에서 게임하고 영화나 미드를 본다. 강아지 ‘초코’와 함께.

영화, 음악, 책 중에 평생 하나만 갖고 놀아야 한다면? 영화. 사실 노래도 되게 좋아해서 노래 없이는 못 살 것 같긴 하다. 난 샤워할 때도 노래를 들어야 하거든. 근데 평생 함께할 하나를 택하라면 영화가 아닐까.

최근에 본 영화 중에는 뭐가 좋았나. <잇(It)>. 우아, 공포영화를 보러 갔다가 아이들 연기에 빠져서 나왔다. 거기 나오는 애들이 연기를 신기할 정도로 잘하고 특히 ‘베벌리’ 역을 맡은 여자애는 나이가 어린데 너무 예쁘고 아주 멋있게 나온다. 와, 진짜 감독이 배우 하나 제대로 찾았구나 하고 생각했다. 두 장면이 딱 생각난다. 여자애가 약국에서 나오는 장면과 폭포 위로 다이빙 하는 장면. 너무 잘 찍었다. 혹시 넷플릭스에서 <기묘한 이야기> 봤나? 그 드라마에 나온 캐릭터가 <잇>에도 나온다. <잇>은 <혹성탈출> 이후 아주 오랜만에 시리즈물이라는 사실에 안도한 첫 영화다. 아쉬운 건 다음 시리즈에 꼬마 애들은 안 나온다.

영화만큼이나 여행도 좋아한다고 들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인데 인천공항만 가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캐나다에 있을 때도 그랬는데 공항 가면 기분이 참 좋다. 친구들이랑 할 거 모여서 없으면 인천공항에 갈 정도다. 커피 마시다가 카트 한번 쓱 끌어보고 놀다가 집에 온다.

최근엔 어느 나라에 다녀왔나? 도쿄. 쇼핑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왔다. 술도 많이 마시고. 술 되게 좋아한다.

술 좋아하는데 집에만 있기가 쉽지 않을 텐데? 집에서 주로 마신다. 평상시에 제일 많이 하는 게 뭐냐 하면 맥주 캔 따고 노트북 스페이스 바 누르는 거. 그때가 제일 좋다. 항상 누워 있는데 으~~(찡그리며 일어나는 시늉을 하며) 하고 앉아서 스페이스 바 누르고 다시 눕는 거 제일 좋아한다.

그레이 스웨트셔츠 해프닝(Happening), 안에 입은 블루 터틀넥 엠에스지엠 바이 비이커(MSGM by BE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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