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와 호이가>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랑콤이 제작한 단편영화다. 각각 ‘아노’와 ‘호이가’로 분한 안소희와 연우진은 기온이 영하 30℃ 이하로 떨어지는 몽골의 설원에서 한국어가 아닌 몽골어로 촬영에 임했다. 남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바탕이지만 영화는 생각처럼 간지럽지 않다. “여름엔 바다에 가볼까?”라고 말하며 눈을 반짝이는 아노에게 호이가는 “바깥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없으니 가까운 호수나 가자”라고 한다. 아노는 아랑곳하지 않고 먼 곳을 보며 꿈꾸듯 말한다. “나는 온 세상을 다 볼 거야.”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극장에서 상영한 이 영화에 관객은 “아노 같은 여자가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라는 평을 남겼다. 주체적이고 호기심 많은 아노와 자신이 많이 닮았다는 안소희, 자신의 행복을 찾아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응원한다는 연우진을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YEON WOO JIN
작품이 끝나면 곧잘 여행을 떠난다고 들었어요. 드라마 <이판사판>이 종영하고 나서 좀 쉬었나요? 드라마 끝난 지 한 달 좀 넘었는데 영화 <궁합> 홍보 일정 때문에 바쁘게 지냈어요. 몽골에 가서 <아노와 호이가>를 촬영하기도 했고요. 바쁜 시간이었지만 몽골에 가기 직전 가족과 짧게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어요.
몽골은 처음이었나요? 네, 날씨가 정말 추워서 저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하루는 몽골 유목민이 사는 집인 게르 안에서 실내 촬영을 했고 또 하루는 야외에서 촬영했어요. 저는 참을 만했는데 소희 씨가 추워서 고생을 많이 했을 거예요. 촬영하면서 몽골 전통 의상을 처음 입어봤어요. 굉장히 편하더라고요. 색감도 예쁘고 보기보다 보온성도 뛰어나요. 편하고 재밌게 촬영했고 몽골에 언제 또 와볼까 싶은 생각에 사진도 많이 찍었어요.
안소희 배우와는 호흡을 처음 맞춘 거죠? 어땠나요? 저도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안소희 씨도 차분하고 조용한 이미지라 나랑 비슷한 면이 없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렇더군요. 덕분에 이해하기 쉬웠고 지켜주고 존중해야 할 부분에 선을 그으며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어요. 오히려 그런 성격이 소희 씨가 맡은 아노라는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어서 어색한 기분을 억지로 깨뜨리려 하지 않았죠. 오늘 화보 촬영 역시 영화 속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웃음)
<아노와 호이가>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서 만든 영화죠. 보는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으면 해요? 일단 두 사람의 풋풋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예요. 더 깊이 파고들자면 아노라는 여성이 자신의 행복을 찾아간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남자든 여자든 한 사람이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능동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학창 시절을 지나 사회 내에서 꽤 수동적으로,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산 경험이 많은데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때가 언제인지 이 작품을 통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나는 언제 내 꿈을 찾아서, 내가 해보고 싶은 걸 위해 노력했지?’ 그런 면에서 <아노와 호이가>라는 영화는 모든 사람에게 ‘내가 찾는 행복은 무엇일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연우진 씨에게 그 시기는 언제인가요? 저는 영화를 좋아하는 청년이었는데 주위의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지 않았어요. 저 또한 사춘기를 겪으면서 ‘내 열정에 따라 살아가고 있는가’를 많이 생각했어요.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주어지는 대로 살아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타인의 욕망을 꿈꾸면서 산 건 아닌지 고민이 컸는데 군대를 다녀와서 영화를 접했을 때 제 안에서 타오르는 심지가 느껴졌어요. 그래서 영화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연기를 했죠. 작은 계기가 가져온 사고의 전환이었고, 그때부터 쉴 틈 없이 달려온 것 같아요. 지금도 저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힘이자 생각하게 하는 원동력, 연기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제가 원하는 삶과 꿈에 대해 처음 품은 마음인 듯해요. 그리고 지금까지 즐겁고 능동적으로 지내왔어요.
<아노와 호이가> 덕분에 초심을 돌이켜볼 수 있었네요. 그래서 좋았어요. 제가 활동 초반에 단편영화 작업을 많이 했는데 그 형식이 주는 초심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고요. 항상 상업적인 작품으로 내 모습과 연기를 선보이다 보니 놓치고 가는 것도 있고 제가 가진 연기 철학에 대해서도 더 깊이 고민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느낌도 들었고 그때의 간절함도 떠올랐어요. 그 행복을 다시 느낄 수 있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런 기분에 심취해 있었어요.
다른 한편에서 열심히 하고 있던 상업영화 <궁합>도 최근 개봉했죠. 등장인물이 많은 편인데 연우진 씨가 맡은 ‘윤시경’은 어떤 역할인가요? <궁합>은 쉽게 이야기하면 ‘송화옹주’의 사랑을 찾는 이야기예요. 저는 송화옹주의 부마가 되기 위해 야심을 숨기고 접근했다가 결국 그 욕망이 드러나면서 극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역할이죠.
궁합이나 사주팔자 같은 것을 믿는 편인가요? 믿는 편이에요. 직접 본 적은 별로 없고 어머니께서 많이 보셨는데, 제 성격이 워낙 긍정적이고 낙천적이어서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면도 있지만요.(웃음) 그런 것들이 제 삶을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은근히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 듯해요. 작품을 고를 때의 기준이 특별히 있나요? 매번 작품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 다르고, 원래 가지고 있던 연기 철학이 바뀔 때도 많더라고요. 정말로 매번 감정이 달라져요. 그래서 규칙을 정해두진 않는 편이에요. 그때그때 끌리는 지점들이 달라서 늘 최선이라고 생각하면서 결정하고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해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참을 수 없는 계절이 왔어요. 이 봄날 어딘가로 떠난다면 목적지는 어디일까요? 해외의 유명한 곳들도 물론 좋지만 제주도를 다녀오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도 바다를 매우 좋아하는데 저는 고향이 강릉이라서 동해안 바다가 익숙하거든요. 제 마음도, 시야도, 느끼는 바도요. 그런데 남쪽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따듯하고 고요한, 파란 바다를 한번 보러 가고 싶네요. 해산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허물없는 사람들과 편하게 자연을 만끽하고 싶어요.
AHN SO HEE
<아노와 호이가> 메이킹 필름을 봤어요. 영하 30℃라며 놀라는 모습을 봤는데 촬영할 때 괜찮았어요? 춥긴 정말 추웠는데 게르 안에서 찍는 컷이 대부분이어서 한번 밖에 나가서 찍을 때만 “으쌰!” 하고 힘을 냈어요. 안에서는 스태프분들이 워낙 준비를 잘해주셨고 연우진 씨도 잘 챙겨주셔서 추위를 많이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찍었어요.
단편영화는 장편영화 촬영과는 많은 것이 달랐을텐데요. 단편영화는 처음 작업해봐서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좀 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아서 모든 걸 같이 고민하고 현장에서 그때그때 제 의견도 많이 반영해주셨어요. 연습할 때도 꼭 같이 해주셨고요. ‘현장에서 같이 만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무척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소희 씨는 어떤 아이디어를 냈나요? 중간에 제가 한국어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감독님께서 “이 부분에서 이 대사를 한국어로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하셨을 때 제가 좀 편하게 그 문장을 만들어서 제안해볼 수 있었어요.
<아노와 호이가>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단편영화예요. 좋고 싫은 게 분명하고 주체적인 아노와 안소희는 얼마나 닮아 있나요? 저도 제 안에서 호불호가 분명하게 있어요. 아노랑 비슷한 부분이 꽤 많죠. 아노는 집순이 타입이 아니라 계속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해요. 도시에도 가보고 싶어 하고, 새로운 것을 체험하기를 좋아하는데 저도 그런 편이거든요. 집에만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조용히 잘 돌아다녀요.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안소희가 맡아온 역할들은 수렴되는 지점이 있어요. <안투라지>의 ‘안소희’도, <부산행>의 ‘진희’도 늘 당차고 소신 있는 여성이었죠. 의도한 건 아니더라도 그런 여성 캐릭터에 소희씨가 끌리는 걸까요?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저도 몰랐어요. 캐릭터 고를 때 그런 기준을 세워놓고 고르진 않거든요. 작품을 고를 때 저는 전체적으로 작품을 보고 캐릭터의 매력을 보는데, 제가 그런 캐릭터들에 매력을 느끼나 봐요.
조금 더 나와 비슷한 면을 가진, 그래서 내가 잘할 수도 있는 역할에 끌리는 건가요?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면을 연기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작품이 가진 여러 가지 면 중에 캐릭터에 공감해야 마음이 가거든요. 공감대를 찾다 보면 그런 부분에서 저와 비슷한 부분이 있나 봐요. 그래서 그런 역할을 맡는 것 같아요.
비교적 최근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죠. 또래들처럼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재미도 물론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일이 처음이에요. 지금도 잘 못해요. 사진 못 찍는다고 주변에서 자꾸 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걱정하면서 시작했지만 팬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거나 알리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직접 표현할 수 있는 창구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 건 맞아요. 한창 재미를 붙여가고 있어요.
집에만 있을 것 같은 이미지인데 나가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안소희의 일상에서 빠지면 안 되는 세 가지를 뽑아본다면요? 운전하는 걸 좋아해요. 평소에도 일이 아니면 혼자 그냥 다니거든요. 그래서 차가 꼭 있어야 하고 음악도 있어야 해요. 차 안에서 음악을 들어야 하거든요. 또 요즘 운동에 푹 빠져 있어요.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가능하면 거의 매일 하러 가요. 필라테스도 뺄 수 없겠네요.
집에 있는 걸 못 견디는 타입이라 성큼 다가온 봄이 더욱 반가울 것 같은데요. 많이 따듯해지면 제일 먼저 뭘 하고 싶어요? 걷고 싶어요. 지난겨울은 너무 추웠던 데다 차를 타고 다니니 통 걷지 못했던 것 같아요. 날이 빨리 풀려서 산책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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