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클라이맥스는 김다미가 움직이면서 시작된다. 인간 병기로 키워진 한 소녀가 무리에서 탈출해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지내다 자신을 ‘무기’로 만든 일당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의 <마녀>에서 김다미는 1천5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구자윤’이 되었다. 다소 따분한 앞부분을 상쇄할 만큼 ‘터지는’ 후반부 액션의 중심에서 김다미는 날렵하게 날아 해맑게 웃으며 때리고, 차고, 찌른다. 새처럼 조그만 김다미가 자기 몸집의 두 배는 족히 넘는 남자의 따귀를 거의 뭉개다시 피 때리는 장면은 ‘올해의 쾌감’으로 꼽아도 과하지 않다. 3백만 명이 넘는 관객이 <마녀>를 봤다. 그리고 김다미를 기억했다.
오디션에서 엄청난 경쟁률을 뚫었다는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총 3차에 걸쳐 오디션을 봤어요. 오디션을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경험하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웃음) 3차까지 보고 난 후 마지막에 직접 감독님을 만나서 ‘자윤’ 역에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시나리오는 어떻게 다가왔어요? 한국 영화에서 많이 다루지 않던 이야기인데. 저도 처음 읽었을 때 신선한 느낌을 받았고 영화의 세계관, 고등학생 여자아이가 중심이 돼 액션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신기했어요. 시나리오 읽자마자 영화를 보게 될 관객도 저와 똑같은 느낌을 받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자윤이라는 캐릭터도 아주 매력적이었고요.
초반에는 자윤이 어떤 아이인지 잘 드러나지 않아요. 후반부에는 초인적인 면모가 부각되고요. 구자윤 캐릭터를 해석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후반부의 이미지와 전반부의 이미지가 달라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초반의 자윤이가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보여야 한다는 거였어요. 최대한 주변 인물과 어우러지도록 평범한 인물로 연기하고 싶었고, 뒷부분은 그 전과 확연한 차이를 줘야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감독님과 함께 목소리와 표정을 맞춰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디렉션이 있었나요? 미소의 정도? 치아를 보인다던가 아주 살짝 웃었으면 좋겠다는 디렉션이 있었고 뒷부분에서는 해맑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듣고 보니 디렉션대로 정확히 표현된 것 같아요. 몸을 쓰는 일이 많았는데 연기할 때 특히 힘들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액션 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제가 꾸준히 운동을 해온 몸도 아니고, 훈련의 양과 강도도 제가 처음 해보는 어마어마한 양이었어요. 어렸을 때 운동신경이 있다는 말은 좀 들었는데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촬영 들어가기 3개월 전부터 매일 3시간씩 운동을 했어요. 초반에는 체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나갔기 때문에 할 수 있었어요. 현장에서 액션과 연기를 한 번에 한다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었죠. 그 부분이 힘들었어요.
현장에서 합을 맞추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겠어요. 저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 합이 맞아야 하니까요. 최우식 오빠와 같이 많이 연습했고, 촬영 후반부로 갈수록 한 달 동안은 그 부분에만 집중했어요. 노력한
만큼 관객으로서 보는 쾌감이 컸던 것 같아요.
<마녀>가 크랭크인 했을 때 최우식 배우를 만났는데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멋진 여성 캐릭터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현장에서 배우들 사이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많이 의지했어요. 우식 오빠와 또래이다 보니까 더 편하게 많이 물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선이나 연기할 때 카메라와의 합에서 헷갈리는 것들. 선배님들을 대할 때는 많이 긴장했는데 잘 이끌어주셔서 믿고 할 수 있었어요.
영화의 속편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요. <마녀 2>의 시나리오를 김다미가 써본다면 어떤 내용이 될까요? 하하하, 자윤이가 마지막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거든요. 자윤이가 한국에서와는 다른, 더 큰 세력과 부닥치
고 또 그 안에서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러 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긴 했어요.
그럴듯하네요. 아직 남은 문제가 있으니까요. 영화를 보고 김다미라는 배우에게 호기심을 갖게 된 사람이 많아요. 평소의 김다미는 어떤 사람인가요? 하하, 딱히 특별할 것도 없고 그냥 평범하게 지내요. 성격적으로 보면 좀 무던한 면이 있고 감정기복도 그리 심하지 않아요.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으려 하고요.
언제 처음으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딱 기억나는 순간이 있는 건 아닌데, TV를 보면 거기 나오는 배우가 웃을 때 저도 따라 웃고 있는 거예요. 감정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게 무척 신기했던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좋은 선생님을 만나 그분에게 많이 배웠죠.
<마녀> 이후의 삶은 어때요? 많이 변했나요? 아뇨, 사실 비슷해요.(웃음) 이런 건 있어요. 제가 편하게 입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혹시나 관객이 영화에서 봤던 모습과 제 원래 모습이 다르면 어떡하나.(웃음) 그 외에 평상시 제 생활은 원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10월에 제가 부일영화상 시상식에 가게 됐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꿈꾸던 자리였거든요. ‘내가 정말 그곳에 가게 되는 걸까?’ 싶은, 그런 게 신기하긴 해요.(웃음)
주로 집에 머문다고 했는데 쉴 때 제일 많이 하는 일은 뭐예요? 넷플릭스로 영화나 드라마 많이 봐요. 하나 정해서 하루 종일 보는데 지금은 <마블 제시카 존스>.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됐어요.
그렇게 영화를 즐겨 보다가 내 얼굴이 스크린에 있을 땐 어떤 느낌일까요? 처음에는 제대로 못 봤어요. 제 얼굴이 나온다는 게 너무 이상했고(웃음) 봐도 내용에 집중하기보다는 제가 어떻게 연기했는지만 계속 보게 돼서요. 다섯 번 정도 봤는데 볼수록 적응이 돼서 그나마 제대로 볼 수 있었어요. 사실 집에서 혼자 보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나를 보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어색해서, 하하하.
강렬한 데뷔작을 남겼기에 차기작 선택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지금의 저는 다양한 것들을 많이 해봐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경험하는게 최우선의 목표예요. <마녀 2>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잘된다면 그 작품으로 먼저 만나뵐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면 가능성의 폭을 열어놓고 무엇이든 하고 싶어요.
독특하고 비범한 캐릭터에 끌리는 편인가요? 그런 편인 것 같긴 해요. 왜냐면 지난번에 인터뷰했을 때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 샐리 호킨스가 맡은 역할과 <쓰리 빌보드>에서 프랜시스 맥도맨드가 맡은 역할을 이야기했더니 ‘강렬한 것에 끌리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거든요.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아요.
김다미가 생각하기에 멋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배우는 누구인가요? 최근에 많이 느낀 건데 주지훈 선배님이 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로 나오잖아요.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개봉 시기가 맞물려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저마다 다른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역할마다 잘 녹아들어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무척 많이 보나 봐요. 개봉하는 한국 영화는 전부 보나요? 거의요. 예전에는 무조건 영화관에 가서 봤고, 지금도 최대한 그러려고 해요. 원래 영화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이제 곧 많은 작품을 하겠죠? 사람들이 김다미를 어떤 배우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음, 어떤 역할이든 맡았을 때 그전 작품이 생각나지 않는, 온전히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의 인물로 보이는 배우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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