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녀의 사생활>을 끝내고 LA로 화보 촬영을 떠났어요. ‘덕미’를 잘 보내고 왔나요? LA 카운티 미술관(LACMA) 안에 앉아서도 큐레이터로 열심히 일하던 덕미가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완벽하게 보내준 것 같지는 않아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에는 급하지 않게 천천히 보내주려고 해요.
LA는 어땠나요? 드라마를 준비할 때부터 촬영을 마칠 때까지 몇 달 동안 3시간 이상 숙면을 취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LA에서 이틀째 되던 날, 무려 11시간이나 자고 일어났죠. 충분한 수면을 취한 뒤 저절로 눈뜨는 기분을 아세요? 파란 하늘과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새소리를 들은 그 순간이 참 행복했어요.
드라마가 끝나고 긴장이 풀렸나 봐요.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싶었고, 드라마 전체의 균형도 잘 잡고 싶은 마음에 에너지를 많이 썼어요.
LA의 화창한 날씨도 컨디션 회복에 영향을 미쳤을 테고요. 맞아요. 햇빛 쬐는 걸 좋아하거든요. 드라마를 촬영할 때도 해가 나는 날이면 스크립터 언니가 “덕미 오늘 기분 좋겠네” 하셨어요.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에는 기분도 답답하고, 비 오는 날은 감성적으로 변하죠. 다행히 여행을 떠나거나 야외 촬영 스케줄이 있을 때 날씨 복은 따르는 편이에요. 이번 LA 여행의 첫날도 올해 들어 날씨가 가장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LA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도 궁금해요. ‘루스 크리스 스테이크 하우스’의 안심 스테이크 첫 조각? 스테이크는 세 점까지가 맛있는 것 같아요.(웃음)
평소 여행을 즐기는 걸로 알고 있어요. 여행하며 가장 큰 깨달음을 얻은 때는 언제였나요? 여행의 즐거움과 의미를 빨리 깨우친 편인 것 같아요. 이제는 확실한 제 삶의 일부이자 원동력이 됐어요. 어릴 때 처음 미국에 가서 뉴욕 타임스스퀘어도 보고,그랜드캐니언에도 갔어요. 그곳에서 전 광활한 자연과 화려한 도시 사이에 서 있는 작은 아이에 불과했어요. ‘아,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열심히 해서 멋진 사람이 돼야겠다’ 하고 다짐했죠.(웃음)
여행지에서 꼭 사 오는 기념품이 있나요? 따로 모으는 건 없어요. 가족이 모두 그림을 좋아해서 유럽에 가면 현지 유명 작가나 길거리 화가들의 작품 중 현지 분위기가 잘 녹아 있는 작품을 사곤 하죠. 집에 걸어놓고 오며 가며 여행의 추억을 떠올려요.
요즘 덕미처럼 꽂혀서 몰두하는 일이 있나요? 요즘엔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일 덕후’라고 할 수 있어요.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좋아서 열심히 하는 거니 ‘덕후’라는 표현이 꼭 맞네요. 밀려오는 거대한 스트레스마저 사랑해요.
사실 많은 팬들이 민영 씨의 드라마와 기사를 챙겨 보며 ‘덕질’을 하고 있죠. 늘 보내주시는 응원과 사랑을 느껴요. 지난해 첫 팬미팅을 준비하며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제가 되레 팬들의 애정 넘치는 눈빛에 감동을 받았어요. 제가 ‘주는’ 게 아니라 ‘받은’ 날이었어요. 그러지 않아도 스태프들이 팬미팅 때 우는 것 아니냐며 놀렸는데, 좀 위험했죠. 제가 잘 지켜주고 싶어요. 잘할 거예요.
연기 경력이 벌써 14년 차예요. 작품을 고를 때 이전과 다른 기준이 생겼다면 무언가요? 최근 들어 생긴 명확한 기준은 지‘ 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을 해야겠다는 거예요. 인생은 한 번이니까. 나이 들어가며 그런 것들이 종종 생기더라고요.
결정을 내릴 때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치는 건 무언가요? 첫인상 그리고 잔상. 작품을 고를 때는 소속사 분들과 충분히 의논하고 최종 결정은 제가 하는 편이에요.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지를 가장 많이 고려하죠.
드라마에서는 누구보다 인정받는 배우인데 반해 영화에서는 좀 뜸해요. 혹시 이런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 시나리오가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 게 있나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연기자가 신나게 연기하려면, 주체적이고 생생한 캐릭터를 만나는 게 중요해요. 재미있고 신나게 연기하는 게 제 목표니까요.
최근 본 작품 중 인상 깊은 작품이나 캐릭터 혹은 감탄한 배우가 있나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을 인상 깊게 봤어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죠.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어요. 배우 안도 사쿠라가 속 깊은 엄마 역을 맡아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쳤죠. 좋은 자극을 받았어요.
일할 때 완벽주의 성향이 나온다고 말한 걸 한 인터뷰에서 봤어요. 스스로 만족할 수준의 연기가 안 나올 수도 있는데, 그럴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궁금해요. 포기하지는 않아요. 끊임없이 연구해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해요. <그녀의 사생활>을 찍으면서도 잠을 거의 자지 않고, 좀 더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힘들긴 했지만 많이 배운 작품이죠.
힘들 때 어떤 말이 힘을 주나요? ‘믿고 보는 배우, 박민영이어서 좋았다’ 같은 말을 들으면 나태해질 수가 없어요. 이런 평가는 제게 기분 좋은 부담을 안겨줘요.
그래도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는 게 삶이죠. 간혹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면? 많죠. 그렇지만 제 속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해요. 일할 때 철저하게 하려는 모습과 달리 평소에는 허점투성이라 일일이 신경 쓰고 후회하면 큰일나요.
<범인은 바로 너> 등 예능 프로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받고있어요. 예능 프로를 두려워하는 배우도 많죠. 적응하기 힘들지는 않았나요? 어느 순간부터 제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두려움이 없어지는 듯해요. 편한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함께 출연하는 유재석, 이승기, EXO 세훈 등 많은 분들에게 커피차를 선물 받았더라고요. 정말 감사하죠. 다 너무 좋은 분들이에요. 본격적인 예능 프로에 처음 도전해 긴장했는데, 재석 오빠가 많이 도와주셨어요. 다른 친구들도 이 프로를 하며 돈독해졌고요.
드라마에서 항상 상대 배역과 ‘케미’가 좋아요. 시청자들이 실제 연애를 바랄 정도로요. 그 비결이 무엇인가요? 작품을 시작하면 일단 제 눈에 상대가 멋있어 보여야 이 작품을 보는 분들도 똑같이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설렘을 느끼는 포인트, 제스처, 대사 등을 함께 상의하죠. 제 눈을 통해 러브 스토리를 이어가는, 화자 역할에 충실하려고 해요.
여러 인터뷰를 보면, 어머니와 무척 가깝게 지내는 것 같아요. 엄마는 저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죠. 제 걸 사려고 쇼핑할 때보다 엄마 걸 살 때 더 행복해요. 엄마의 러블리한 매력을 닮고 싶어요.
드라마를 할 때마다 박민영 패션이 인기죠. 평소 패션도 궁금해요. 클래식한 아이템을 즐겨 입어요. 드라마 속 패션이나 공항 패션, 그 외 행사장에서 보여주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이 제 평소 스타일을 보면 안전지상주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박민영만의 소확행은 무엇인가요? 술 한 잔의 행복, 레옹이와의 교감, 숙면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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