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이지은, 아이유, 보테가 베네타, 유돈 초이
이지은 레드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스커트 모두 유돈 초이(Eudon Choi). 여진구 화이트 터틀넥, 목이 깊이 파인 니트 톱, 블랙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Bottega Veneta).

귀신만 받는 호텔 델루나의 괴팍한 여사장 장만월(이지은), 그리고 어떤 사건으로 호텔 델루나의 지배인이 되는 호텔리어 구찬성(여진구). 드라마 <호텔 델루나> 속 만월과 찬성의 기괴한 만남만큼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건 배우 이지은과 여진구의 첫 호흡이었다. 의심이 가진 않지만 가늠이 되는 것도 아닌 두 배우의 만남은 자신들의 예상과도 달랐다. 둘 다 사람과 가까워지는 속도가 느린 편이라 서로 걱정했지만, 두 배우는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매일 아옹다옹하는 만월과 찬성이 될 수 있었다. “<호텔 델루나>와 관련해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가 둘의 호흡에 관한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호흡에 관해 따로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잘 맞춰가고 있어요.” 대부분의 질문에 겸손한 태도를 보여주는 여진구가 유일하게 확신에 차 대답한 말이었다. 그때부터 ‘어떨까?’ 하는 생각은 새로운 조합에 대한 기대로 바뀌었다. 이제 막 출발한 배우 이지은과 여진구의 <호텔 델루나>는 이미 순항 중이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가 시작 전부터 화제가의 중심에 있어요. 배우 여진구와 이지은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는 이유로요. 서로 호흡을 맞추기 전에 준비한 것이 있었나요? 여진구 최근 작품을 찾아 봤어요. 그런데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대본을 읽어보는 것보다 더 좋은 준비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항상 언제 볼 수 있을지 물어봐요.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서 호흡을 한 번이라도 더 맞춰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지은 저도 보통 전작을 보는데, 이미 본 진구 씨 작품이 많더라고요. 히트작이 워낙 많잖아요. 최근작인 드라마 <왕이 된 남자>나 <해를 품은 달>, 영화 <화이> 등을 통해 많이 접한 배우라서 굳이 작품을 다시 찾아 볼 필요가 없었어요.

첫 만남은 어땠나요? 이지은 제가 사람이랑 친해지는 데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작품이 끝날 때까지 친해지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을 정도로요. 그런데 이번에 맡은 캐릭터는 상대 배역과 서로 편해질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행히 진구 씨가 쉽게 말을 먼저 걸어준 덕분에 금방 가까워졌어요. 여진구 사실 쉽지는 않았어요. 저도 낯가린단 말이에요. 이지은 (웃음) 맞아요. 노력을 진짜 많이 해줬어요.

낯가리는 사람끼리 만나면 처음에 누가 먼저 말을 거느냐가 관건이잖아요. 여진구 맞아요. 이번에는 제가 먼저 걸긴 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먼저 하는 것이 별로 큰 의미가 없더라고요. 어쨌든 말을 거는 사람에게는 들어 주고 대답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저도 고맙게 생각해요. 저도한때는 빨리 친해지려고 다가오는 분들을 조금 불편해했거든요. 그래서 그때의 나처럼 불편해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쉽게 받아줘서 고마웠어요.

이지은, 아이유, 생로랑
빅 숄더 턱시도 재킷, 이어링, 슈즈 모두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여진구, 호텔 델루나, 에거 르쿨트르
다이얼에 3개의 블랙 피니싱을 담은 스틸 소재의 폴라리스 크로노그래프 시계 예거 르쿨트르(Jaeger- LeCoultre), 블랙 터틀넥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메이킹 필름에서 몇 차례 호흡을 맞춰보고 난 후 배우 여진구에 대해 배우 이지은이 한 말이 있어요. “다르다.” 어떤 의미가 내포된 말인가요? 이지은 대본에서 읽었을 때 느낌과 리딩에서 맞춰볼 때, 그리고 현장에서 촬영할 때, 모두 다른 연기를 하는 거예요. 어떤 신에 대해 저도 ‘나는 이렇게 해야지’ 하고 생각해둔 톤이 있을 거잖아요. 그런데 진구 씨가 다른 길을 제시하면 단번에 납득되면서 거기에 맞춰 저도 다른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엄청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초반부 촬영이었는데 진구 씨의 한 마디에 구찬성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걸 받아서 제가 연기하는 만월이라는 캐릭터도 방향을 잡았고요. 단 한 마디로 이런 느낌을 받게 하다니. 그때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호텔 델루나>의 배경은 현실이 아니라 미지의 세계고, 찬성과 만월을 제외한 등장인물 대부분이 사람이 아닌 귀신이에요. 상상으로 그려내야 하는 배경에서 실제로 연기한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여진구 쉽지 않은 작업이에요. 아직도 CG 들어가는 장면은 결과물을 보면 되게 놀라워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스케일이 컸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어떤 그림으로 나올지 미리 여쭤보고 연기하면 좀 편하더라고요. 이지은 현실에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지만, 어디로 가든 그게 길이라는 생각도 있어요. 정해진게 없잖아요. 여러 가지를 상상하고 만들어내는 재미가 큰 작품이에요.

단적으로 비교하자면 장만월은 외강내유, 구찬성은 외유내강형 캐릭터예요. 각자의 캐릭터를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접근했나요? 여진구 사실 찬성이라는 역할이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역할은 아니에요. 찬성은 자신이 만족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심지어 잘하고 있어서 조금 잘난 체하고, 그러면서 어른스럽고 듬직한 모습도 있는 사람이에요. 말 그대로 외유내강형인데, 그런 면을 살리기 위해 목소리 톤이나 표정을 신경 쓰고 있어요. 이지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만월이 굉장히 갇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1천년 넘게 살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했는데 그게 다 무용지물이었고, 그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더없이 권태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감독님과 작가님의 생각은 조금 다르더라고요. 또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물어보니까 만월에 대한 해석이 또 다른 거예요. 그때부터 아주 입체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처음에 가졌던 선입견을 지우고 훨씬 자유롭게 움직여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극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캐릭터를 이해하면서 추측한 과거나 배경이 있을까요? 이지은 만월의 과거는 초반부에 조금씩 나오긴 해요. 만월이 1천 년 동안 죽지 못하고 묶여 있는 게 결국에는 과거에 일어난 일 때문인데, 그래서 세상에 대한 분노나 원망이 많아요. 자기 혐오도 있고요. 1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 해봤지만 결국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이제는 심술과 빈정거림, 위악적인 모습만 남은 거죠.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지난 일에 대한 후회도 있고, 다 끝내고 싶은 간절한 바람도 있어요. 남들에게 드러나지 않게끔 가장 깊은 곳에 연약한 부분을 숨기고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만월이 귀신인지 사람인지 헷갈린다는 사람이 많아요. 이 대답으로 만월이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될 것 같네요. 이지은 만월이 귀신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을 거예요. 만월의 정체에 대한 결정적인 대사 중 하나가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니고 나는 그저 있어” 거든요. 그러니까 굳이 따지자면 인간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아이유, 예거르쿨르트, 이지은, 호텔델루나
핑크 골드 케이스와 별이 빛나는 하늘을 배경으로 한 문페이즈가 돋보이는 랑데부 문 미디엄 시계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화이트 톱 문탠(Moontan).

찬성의 배경도 상상해본 적 있나요? 여진구 찬성은 호텔 델루나에 들어와서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 인물이에요. 저는 지금까지 변화를 맞아 성장하는 인물을 많이 연기했는데, 찬성에게는 정반대의 역할이 주어진 거죠. 그래서 찬성이라는 인물을 두고 확실하게 ‘어떤 사람이다’라고 만들고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걸 먼저 생각했어요. ‘왜 호텔리어가 되고 싶었을까?’ 아마도 도둑인 아버지를 따라 여기저기 도망 다니면서 집보다 호텔이나 모텔에서 더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호텔리어라는 직업에 끌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버지랑 힘든 생활을 하면서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도 있었을 거고요. 그렇게 이해하고 시작했어요.

새 작품에 들어갈 때는 누구나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들잖아요. 잘해야 겠다는 마음이 생기면 보여주는 행동이나 태도가 있나요? 아니면 일부러 그런 마음을 먹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려고 하는 편인가요? 여진구 두 가지 생각을오가요. ’잘해야지’ 하다가도 ‘너무 잘하려고 욕심내면 오히려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휩싸여서 딱딱해질 수 있으니까 그런 생각은 버려야지’ 하는 거죠. 그래서 대본을 많이 읽어보고, 다양한 길을 제한 없이 열어두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편이에요. 이런 식으로 제 안의 혼란을 누르고 있어요.

아무래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네요. 여진구 맞아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이지은 저는 그래도 ‘잘해야지’ 생각해요. 스스로를 믿지 않으려는 습관이 있어요. 너무 편하게 하려고 하면 나태해질 때가 있거든요. 제가 좀 옥죌 필요가 있는 타입이라서요.

혹시 그런 식으로 자신을 다그치는 게 부담으로 다가올 때는 없었어요? 이지은 많았죠. 어릴 땐 훨씬 심했고요. 그래도 스물다섯 즈음부터 많이 풀어진 것 같아요.

굳이 공통점을 하나 찾아봤어요. 어릴 때부터 ‘조숙하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는 점요. 요즘도 자주 듣는 말인가요? 이지은 들어본 지 오래된 것 같은데요? 어릴 때는 그런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철이 없어졌나? 제 나이를 찾은 걸 수도 있고, 많이 풀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여진구 저는 외모 때문에 그런 얘기를 들어왔어요. 물론 대화를 하면서도 듣긴 했지만요. 요즘에는 별로 못 들은 것 같은데요. 이지은 저는 진구 씨가 무척 성숙하다고 생각해요. 진구 씨가 제 동생이랑 동갑인데, 그동안 저는 1997년생 하면 바로 동생이 떠올랐는데 둘이 너무 다른 거예요. ‘1997년생이 이렇게 성숙할 수 있는데 걔는 그랬던 건가?’ 이런 생각도 들고요. 하하. 심지어 저보다 훨씬 어른스러울 때도 많아서 깜짝 놀라요. 역시 다르다. 여진구 같아요. 뭐가 달라요.

그럼 요즘 자주 듣는 말은 어떤 말인가요? 여진구 “찬성아” 아니면 <호텔 델루나> 기대된다는 말이요.

홍보성 대답 아닌가요?(웃음) 여진구 진짜로요. 요즘은 주변에서 그런 얘기만 들어요. 이지은 예고편이 잘 나와서 그런가 봐요. 저는 스스로 제 얼굴에 침 뱉는 얘기 아닌가 싶긴 한데, 만월이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만월이가 착하고 인성이 바른 캐릭터는 아닌데 말이죠. 여진구 진짜 만월 같아요. 이지은 야, 하하. 여진구 그게 칭찬이죠. 이지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감독님께서 현장에서 쉴 때도 만월이처럼 쉬라고 하셨어요. 만월이처럼 말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하는 거예요. 아마 제가 낯가림이 심하고 사람들과 가까워지는데 오래 걸린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 디렉팅을 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모두에게 장난치고 돌아다니는 게 낙이에요. 현장 스태프들이 다들 착해서 잘 받아주는데 그래서 끝도 없이 장난치고 사람들이랑 수다 떨다 보니 진짜 만월 같아지는 것 같아요.

<호텔 델루나>에 대한 만족의 지표로 무엇을 삼을 수 있을까요? 여진구 제가 이 작품을 좋아하는 점이 공간은 한정적이지만, 다양한 캐릭터의 여러 에피소드를 다룰 수 있다는 거예요. 여기서는 누가 누구를 어떻게 만나는지가 큰 줄기거든요. 찬성과 만월의 관계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질 거예요. 드라마를 보면서 그 캐릭터의 이야기 때문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화도 났다가 안타깝기도 할 거예요. 이렇게 각각의 캐릭터에 몰입해주는 사람들이 지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지은 모든 일은 아무리 누군가가 인정해줘도 내 마음에 안 들면 결국 무용지물이니까, 일단 제 스스로 만족해야 해요. 여진구 그건 당연한 거죠. 이지은 그런데 그게 제일 어려워요. 끊임없이 자기를 들여다봐야 하잖아요. 내가 너무 좋은 순간도, 너무 미운 순간에도 그걸 마주해야 해요. 그런 시간을 다 거치고 마지막에 ‘만족스럽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게 최고일 거라 생각해요.

여진구, 이지은, 아이유, 호텔델루나
이지은 원숄더 퍼프소매 톱, 테일러드 뷔스티에, 와이드 팬츠, 이어링, 슈즈 모두 지방시(Givenchy).
여진구 화이트 언밸런스 셔츠, 블랙팬츠, 커머번드, 앵클부츠 모두 지방시(Givenc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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