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서 그레이 크롭트 재킷, 그레이 점프수트 모두 제곱(X2). 박신혜 수트 재킷, 베스트, 팬츠 모두 제이백 쿠튀르(Jay baek Couture).

 

전종서 블루 재킷, 블루 팬츠 모두 제인송(Jain Song). 박신혜 크롭트 재킷, 네이비 셔츠, 팬츠 모두 듀이듀이(Dew E Dew E).

 

박신혜

영화 <콜>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의 어떤 점이 마음을 끌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작품이 있어요. 영화 <콜>은 집 안의 벽지까지 상상이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전화로 과거와 미래를 잇는다는 설정 때문에 드라마 <시그널>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읽어보니 완전히 다른 이야기더군요.

배우 박신혜가 해석한 ‘서연’은 어떤 인물인가요? 영화 초반의 서연은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는 수동적인 캐릭터예요. 그러다 전화 한 통으로 1999년에 살고 있는 ‘영숙’과 이어지면서 주체적인 여성으로 변하고, 상황을 뒤집으려고 반격하죠.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두 여성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매우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연기 변신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어요? 영화 촬영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즐거웠어요. 이충현 감독님의 단편영화 <몸 값>을 참 재미있게 봤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님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 누구보다 박신혜가 해석해낸 서연이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것 같다는 감독님의 말씀에 감사했어요.

상대가 전종서 배우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종서 배우의 영화 <버닝>을 인상 깊게 봤어요. 이름을 듣자마자 영숙과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저와 상반된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에 영화에서 좀 더 극명한 대비가 드러날 수 있었어요.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았고요.

이번 영화는 박신혜 배우와 동갑인 이충현 감독의 입봉작인데요. 함께 작품을 만들면서 어떤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눴어요? 감독님이 촬영 내내 절 꿰뚫어 보셨어요.(웃음) 소품이나 조명의 위치, 배우의 작은 손동작 습관 하나까지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시나리오에서 놓친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현재와 과거 장면을 따로 촬영해서 자칫 끊어질 수 있는 배우들의 감정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중간에서 소통을 맡아주셨어요. 그래서 전종서 배우와 서로 마주 보고 촬영하는 느낌까지 들었죠.

이충현 감독은 영화 <콜>을 두고 ‘집이 곧 캐릭터인 영화’라고 말했는데, 공간의 한계 때문에 좀 더 섬세한 심리묘사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표현하는 데 힘든 점은 없었어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서연과 영숙의 집 세트를 네 번 정도 바꿨어요. 시간순으로 촬영하지도 않았고 혼자서 연기를 해야했기 때문에 몰입하는 데 어려운 점은 분명히 있었어요. 하지만 중요한 장면을 촬영할 때는 전종서 배우가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와서 함께 호흡을 맞춰줬어요.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무척 고마웠죠. 그리고 이번 영화의 색감이나 톤이 참 아름다워요. 촬영 전에 감독님과 대화를 충분히 나누고, 공간의 벽지와 조명 하나까지 섬세하게 조율해 현장 분위기를 완성했죠. 시나리오를 읽으며 제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과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 찾아보는 일도 촬영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현재 한국 영화계는 여성이 주축이 되는 장르물이 적습니다. 그런 지점에서 영화 <콜>은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여성이 중심이 되는 장르영화가 아직 많지 않다는 사실이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줬어요. 하지만 <콜>이 꼭 여성 중심의 영화라기보다는, 작품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콜>은 모성애를 다루는 작품이기도 해요. 엄마와 딸의 관계는 아주 미묘한 것 같아요. 동성이니만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아빠와는 또 다르니까요. 영화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발견하실 수 있길 바라요.

관객은 이번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하면 좋을까요? 전화 한 통으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는 극적인 지점이 무척 흥미로워요. 편집본을 본 스태프들이 그동안의 박신혜와 완전히 다른 얼굴을 봤다는 말을 많이 해줬는데, 이 부분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한다는 건 배우에게 즐거운 일인가요? 배우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볼 기회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때때로 저 자신조차 몰랐던 제 얼굴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배우가 아닌 박신혜의 삶은 어떤가요? 에너지 소모가 큰 촬영 직후에는 여유롭게 지내요. 늦잠을 자다 일어나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반려묘와 노는 게 취미의 전부인데, 이런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재충전이 돼요. 만약 시간이 허락된다면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요. 하루 종일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만 있어도 충분해요. 다작을 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바쁘게 지내기보다는 어떤 방식으로든 휴식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삶과 일의 밸런스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어느 순간 제 일상이 행복해야 배우로서의 삶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엇이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배우로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절에도 늘 가진 생각이에요. 내가 준비되어 있으면 기회는 언제든 잡을 수 있는 거니까, 공허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일상을 즐겁게 채워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 박신혜를 가장 행복하게 한 건 무엇인가요? 부모님과 시간을 좀 더 많이 보내고 싶어서 LA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외갓집 친척들도 만났고요. 외할머니의 가족은 자라면서 한 번도 뵌 적이 없는데 정말 가깝게 느껴지더라고요.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참 단단한 것 같아요. 물론 대부분의 가족 여행이 그렇듯, 서로 투닥거리며 싸우기도 했지만요.(웃음)

동물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 촬영을 위해 아프리카 보츠와나도 다녀왔죠? 제가 반려묘를 키우는 터라 처음에는 동물에 대한 관심 때문에 흔쾌히 출연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런데 촬영을 시작한 후에는 단순히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간의 손에 참혹하게 죽어가는 동물이나 인간의 욕심 때문에 황폐해진 자연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니까 마음도 무거웠고요.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난 호주 산불이나 홍수도 인간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어요.

배우로서 꾸는 꿈이 있나요? 얼마 전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저는 10대에도, 20대에도, 30대에도 연기를 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그저 이 순간을 즐기는 데 집중하고 싶어요. 현재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이후에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즐거울 것 같아요.

박신혜 배우의 올해는 어떨 것 같아요? 그동안 가꾼 것을 거두는 수확의해예요. 얼마 전 유아인 배우와 촬영을 끝낸 영화도 아마 올해 개봉할 거예요. 5월에는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있고요. 그래서 요즘 더없이 행복해요. 저 또한 영화 <콜>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웃음)

전종서 블랙 팬츠 렉토(recto.), 블랙 니트 하이넥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신혜 블랙 풀오버 제인송(Jain Song), 베이지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전종서 

영화 <콜>의 홍보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최근 한 달은 무엇을 하며 지냈어요? 해가 바뀐 후 집 밖으로 나간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집에서는 영화 보는 걸 가장 좋아해요. 최근에는 넷플릭스에 푹 빠졌어요. 열다섯 시간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요.(웃음) 낮잠도 자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푹 쉬었습니다.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습니다. 처음 <콜>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요? 세밀하게 잘 쓴 웰메이드 책을 읽은 느낌이었어요. ‘영숙’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너무나 많았고요.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지만, 영숙에게는 폭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그래서 단순히 악역이라고 구분하기는 어렵죠. 영숙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영숙의 감정에 이입하시는 순간이 있을 거예요. 그만큼 잘 쓰인 시나리오였다고 생각해요.

영화 <콜>은 단편영화 <몸 값>으로 주목받은 이충현 감독의 입봉작입니다. 이 감독과 어떤 작업 과정을 거쳤나요? <몸 값>을 공개 당시에 봤는데, 이번 영화를 위해 미팅하기 전에 다시 찾아봤어요. 엽기적이면서 압도적이고 놀라운 반전까지 갖췄죠. 제가 먼저 적극적으로 미팅을 요청했을 정도로 이 감독님과 꼭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는 감독님께 많은 질문을 던졌어요. 영화는 특정한 어느 날부터 시작되니, 개연성을 갖춘 캐릭터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설명되지 않은 사전의 일들을 알아야 해서요. 관객을 설득하기 위해서 제 스스로 납득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게다가 영화 <콜>은 현재와 과거를 수십 번 넘나들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흐름을 놓치면 혼란이 올 수 있어요. 다행히 시나리오를 꼼꼼히 살피며 감독님과 사전에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촬영이 시작된 후로는 대화가 필요 없을 정도로 합이 잘 맞았어요. 제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감독님이 현장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셔서 늘 재미있게 촬영에 임했습니다.

전작 <버닝>이 화제를 모은 터라 주변의 기대가 클 것 같은데, 이로 인한 부담감이 있어요? 음…, 그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영화를 다 찍은 후에 생각해보니 영숙은 <버닝>의 ‘해미’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더라고요.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박신혜 배우와 호흡은 잘 맞았나요? 영숙이라는 캐릭터를 그리기 위해 시간을 내 서연이라는 캐릭터를 깊이 들여다봤어요. 처음 박신혜 선배님이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참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같이 촬영한 분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스크린에서 보지 못한 박신혜 선배님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했고요. 영숙이 폭주해서 밀어붙인 만큼, 서연 역시 같은 양의 에너지로 맞받아쳤어요. 눈뜨면 촬영장에 나가 감정을 쏟아내고, 기절 직전의 상태로 집에 돌아와 잠들던 때가 떠오르네요.(웃음) 그만큼 큰 에너지가 오간 촬영이었어요.

이충현 감독은 <콜>을 준비하며 영숙 역의 전종서 배우를 가장 먼저 캐스팅했습니다. 영숙으로 살아보니, 실제로 자신과 닮은 지점이 있던가요? 실제로 극 중 영숙처럼 폭주해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아무리 연기라 해도 영숙과 비슷한 에너지를 쏟을 수 있었다는 건 제 안에 잠재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거예요. 물론 저도 불같은 구석이 있긴 해요. 뭐 하나에 꽂히거나 좋아하는 게 생기면 앞뒤 가리지 않고 직진하거든요.

영화 <콜>은 여성이 주축이 되는 영화입니다. 이충현 감독은 “여성이 장르영화에서 굉장한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어요. 성별에 따라 맡아야 하는 배역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남성이 표현할 수 있는 압도적인 캐릭터라면 여성도 충분히 해낼 수 있고요. 앞으로도 이런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런 지점에서 영화 <콜>이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관객은 이번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하면 좋을까요? 현재와 과거를 빠른 스피드로 오가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서연과 영숙, 각자의 엄마까지 네 여자가 가진 선명한 매력도요. 과거와 현재처럼 엄마와 딸의 관계도 명확한 대조를 보이죠. 하지만 모든 걸 끌어안는 공통점도 존재해요. 영화를 보다가 자연스레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영숙은 극 중에서 서연과 통화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알게 되죠. 만약 실제로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예전에는 미래를 알고 싶어서 타로점을 보러 다닌 적도 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요. 현실에 무게를 두고 사는 성격이라, 당장 내일 일도 계획을 세우지 않거든요. <콜>에서도 이야기하듯 미래는 지금 당장의 선택에 따라 쉽게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미래를 모르고 살아가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럼 과거로 돌아가볼게요. 지난해 촬영한 할리우드 영화 <모나 리자 앤드 더 블러드 문>은 전종서 배우에게 어떤 경험이었어요? 한국에서 비디오를 만들어 오디션을 본 후 합류하게 됐어요. 할리우드 영화라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이 또한 제게 소중한 경험이라 생각하며 도전했어요. 영화 촬영 기간 동안 타지에서 색다른 감정들을 느꼈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휴머니즘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영화인데, 아직 영화 편집본을 보지 못했어요. 어떻게 나올지 저도 궁금해요.

배우로서 꾸는 꿈이 있나요? 희로애락 네 가지 중 뭐가 됐든 어떤 감정을 관객에게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많이 만나고 싶어요.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거나 겁내거나 주저했던 캐릭터를 저돌적으로 해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그 결과가 실패든 성공이든, 일단 경험해보는 거죠. 그래서 배우로서 올라가야 할 정확한 목표를 정해둔 것은 아니에요. 좀 전에 말씀드렸듯 제게는 내일보다 지금 당장이 더 중요하거든요.

내일 계획을 지금 한번 세워볼까요? 아마 내일도 집에 있을 것 같아요. ‘배달의 민족’ 앱으로 음식을 시켜 먹고 다시 눕는 일상의 반복이 될 거예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 몸을 일으켜 영화 <콜> 제작보고회에 가지 않을까 생각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