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낙원의 밤 엄태구 전여빈

전여빈 재킷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이너 레호(Lehho). 엄태구 셔츠 미유미(ME:YOOMI).

넷플릭스 낙원의 밤 엄태구 전여빈

셔츠 가먼츠(Garments), 로브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안경 림락(Rim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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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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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오프화이트(Off-White™).

넷플릭스 낙원의 밤 엄태구 전여빈

드레스 이자벨 마랑 바이 육스(Isabel Marant by YO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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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 셔츠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전여빈 드레스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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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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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 셔츠 네이비 스튜디오(Navystudio), 팬츠 미유미(ME:YOOMI), 스카프와 신발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전여빈 드레스 이자벨 마랑 바이 육스(Isabel Marant by YOOX), 슈즈 지니킴(Jinny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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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 셔츠 미유미(ME:YOOMI). 전여빈 재킷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두 배우가 함께한 영화 <낙원의 밤>이 오는 4월 9일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됩니다. 처음 어떻게 이 작품에 끌렸는지 궁금해요. 엄태구 시나리오가 탄탄했어요. 장르로 말하면 정통 누아르인데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신선함이 있었어요. 그건 (전)여빈 씨가 연기한 ‘재연’이라는 캐릭터 때문인데, 정통 누아르의 방식을 따르는 와중에 재연이라는 인물이 극에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새로워져요. 재연 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전여빈 저는 반대로 ‘태구’를 하고 싶었어요. 극 중 이름도 (박)태구예요. 이야기 안에서 아주 큰 멋짐을 담당하죠. 태구가 멋짐의 10분의 8 정도를 만들어주면 재연이 그 뒤를 이어받아요. 태구가 멋짐의 기, 승, 전을 다 만들어준 거죠.

영화에서 좋아하는 장면을 꼽자면요? 전여빈 바닷가 장면을 좋아해요. 태구와 재연의 관계가 모호한데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계기이기도 하고, 보는 분들도 두 사람의 연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이 불안한 가운데서도 찰나이지만 평온을 느낀 순간이기도 해요. 감독님이 <낙원의 밤>이라는 영화 제목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 있어요. ‘낙원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워낙 어두운 밤이라서 그 낙원을 누릴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아마도 그 바다에서 만큼은 낙원을 느낀 것 같아요. 아주 찰나지만. 엄태구 저는 재연의 영화 후반부 장면인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아마 영화를 보시면 제가 어떤 장면을 말하는지 아시게 될 거예요.

배우 엄태구와 전여빈의 조합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 설레었어요. 어쩌면 두 분도 그러셨을 것 같아요. 한 작품에서 만나기 전 배우로서 서로를 어떻게 보고 있었나요? 엄태구 배우 전여빈 하면 지금도 제게는 영화 <죄 많은 소녀>의 ‘영희’가 크게 남아 있어요. 여빈 씨를 두고 ‘연기 괴물’이라고 표현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후에 그 영화를 봤죠. 도대체 연기를 어떻게 하길래 괴물이라는 소리를 듣나 싶었는데 ‘진짜 괴물이구나···’. 전여빈 촬영하면서도 자꾸 이걸로 놀리더라고요. ‘오, 괴물!’ 이러면서. 사실 지금도 이렇게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저를 놀리는 거예요.(웃음) 엄태구 그때는 놀린 게 맞는데 지금은 진심입니다.

여빈 씨는 태구 씨를 어떤 역할로 기억하나요? 전여빈 가장 강렬한 건 영화 <밀정>의 ‘하시모토’예요. <밀정>을 찍기 전 사석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자리에서 오빠를 본 적이 있는데 사람이 참 조용하고 차분하더라고요. 대본에서 본 하시모토는 굉장히 우악스러운 사람이었거든요. 물어보진 않았지만 캐릭터의 극 중 설정이 바뀐 줄 알았어요. 근데 영화 보고는 깜짝 놀랐죠. 그리고 오빠에 대한 소문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거든요. 학생 때부터 연기를 워낙 잘하고 또 열심히 해서 멋있는 선배로 유명했대요. 인기도 많고. 엄태구 저는 <죄많은 소녀>를 보면서···. 전여빈 어휴, 또, 또! 그리고 단편영화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좋아해요. 관객 전여빈으로서 엄태구 배우가 사랑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연기하는 것을 더 보고 싶어요.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아리기도 하는 복잡다단한 느낌을 주더라고요.

실제로 작품에서 만나 호흡을 맞춰보니 어땠어요? 전여빈 자신이 가진 에너지 이상으로 몰입하고 집중하는 배우라고 느꼈어요. 같이 연기하며 반성을 많이 했어요. 목숨 걸고 한다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고요. 엄태구 진짜 말을 잘하네. 준비해 오는거야? 전여빈 뭘 준비를 해. 마음속에 늘 담아두는 생각이지. 엄태구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남자, 여자 배우를 통틀어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눈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겐 이 작품이 뜻깊어요.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회차를 거듭할수록 친해졌는데 극 중 태구와 재연도 이야기 속에서 그렇게 되거든요. 어떤 부분에서는 서로 의지하기도 했는데, 그게 우리 영화에도 담길 하나의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방금 여빈 씨가 저더러 집중한다고 했는데 사실 집중한다기보다 뻘쭘해서 가만히 있는 거예요. 현장에서는 모든 스태프가 다 힘드니까 배우가 농담도 하면서 분위기를 밝게 만들면 좋을 텐데 제가 그걸 잘 못 하니까. 여빈 씨가 현장에 오면 분위기가 달라져요. 전여빈 근데 오빠가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항상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따뜻하고 선한 사람이라서 현장에 있는 모두가 배우 엄태구를 좋아해요. 저 역시 고마운 마음밖에 없어요. 오빠가 뭘 하려 하지 않아도 고마워요.

서로에게 감탄하거나 배우게 된 순간들도 있었나요? 전여빈 이 신에서 이런 반응을 하겠지 하고 내심 짐작한 장면이 있는데, 그 대목에서 엄태구 배우가 생각지도 못한 연기 톤으로 반응해서 많이 놀랐어요. 그때 ‘이 사람은 자신의 한계치를 뛰어넘어보려고 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 신 다음부터는 ‘함부로 예상하지 말자. 배우 대 배우로서 이 사람의 반응을 예측하지 말고 그냥 받자’ 하고 생각했어요. 동료로서 존경을 표하고 싶어요. 엄태구 음···.

(웃음) 어떠셨어요? 전여빈 미안해. 너무 부담을 줬지?(웃음) 엄태구 처음에는 재미있게 듣고 있었는데 지금은 약간 머릿속이 하얘졌어. 제가 말을 못해서 그렇지 영화를 보시면 알 거예요. 재연이 얼마나··· 굳이 언성을 높이고 폭발하지 않아도 표정만으로도 다 표현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충분히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여빈 제가 오빠 성격을 아는데, 지금 엄청 노력해서 표현해주는 거예요. 이 정도면 거의 몸의 모든 장기를 꺼내서 표현한 거예요. “응” 하고 웃는 게 ‘좋다’의 최대 표현이거든요. 엄태구 근데 이렇게까지 편하게 장난치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건 정말 귀한 일 같아요.

귀하다는 말이 새삼 귀중하게 들리네요. 전여빈 그래서 오빠가 빵 을 많이 사주셨어요. 엄태구 제가 가는 바닐라 라테 맛집이 있는데 거 기가 빵을 잘한대요. 그래서 힘내라고.

두 분의 이전 작품을 돌아보며 거칠게 짐작해보면, 연기에 진심을 다하려는 배우라는 게 공통점이 아닐까 해요. 그래서 배우라는 일에 대해서도 오랜 시간 깊이 생각해왔을 거라고 추측하게 되고요. 엄태구 가장 크게 느껴지는 건 ‘힘들다’예요.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힘들어요. 하지만 직업이니 해야 하죠. 지금까지 해온 게 연기였고,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게 연기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힘들지만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으니까.

힘듦을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지도 고민하나요? 엄태구 힘들지만 ‘할 건 해야지’ 하고 생각해요. 이 말이 저한테는 굉장히 큰 것 같아요. 혼자 자주 되뇌요. 전여빈 옆에서 자꾸 설명하게 되는데··· 오빠는 이 일을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사명감이 큰 사람 같아요. 잘해내야 겠다는 마음이 너무 커서 무엇이든 쉽게 대하지 않는 사람. ‘할 건 해야지’라는 말 안에는 선택했고,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상황이니까 제대로 완수하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옆에서 봐온 배우 엄태구라면 그럴 것 같아요. 엄태구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지금 하는 인터뷰도 그렇고···. 지금까지 내가 이걸 해온 게 기적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한편으로는 이 긴장감이 제 힘인 것 같아요. 매번 긴장한다는 건 매번 떨리는 마음으로 모든 신에 임하는 거니까. 긴장하는 것 자체는 너무 힘들지만 제가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여빈 씨는 어떤가요? 전여빈 영화라는 세계를 선망하던 학생일 때 좋아서 하는 연기와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연기가 어떤 면에서 다른지 느끼게 되는 일이 많았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나만 만족하는 연기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제 안에서 연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훨씬 다양하고 넓어지고 있다고 느껴요. 어렵고 두렵지만 좋은 도전이고요. 연기가 두려운 만큼 사랑하는 마음도 크기 때문에 잘 헤쳐나가고 싶어요. 근데 배우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거예요. 저 역시 멋지게 잘 싸우고 싶어요. 엄태구 음··· 연기에 진심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잖아요. 지금 돌아보면 ‘과연 진심으로 했나?’ 이런 의문이 들어요. 일종의 직업병인데···. 이건 어울리지 않는 답인 것 같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진심을 너무 쉽게 말한 것 같아요. 엄태구 아, 아닙니다. 전여빈 근데 진심이라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순간에는 진심이었나 싶다가도 돌이켜보면 아니었던 것도 같고. 엄태구 진심에도 저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텐데 연기할 때 그게 딱 맞닿는 순간이 있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아는. 연기하다 보면 진심으로 살아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는데 모든 장면을 다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잘하고 싶으니까 욕심을 부리는 거죠. 그래서 직업병이라고 말하는 건데···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전여빈 이런 말 하는 것 자체가 진심이라는 거잖아요. 뭐 하나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제가 너무 설명했죠?

아니에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전여빈 오늘 오빠는 판소리하고, 나는 옆에서 북 치며 흥 돋우는 고수로 온 것 같아.

태구 씨는 내일도 인터뷰가 있다고 하던데, 여빈 씨 잠깐 들러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엄태구 아, 근데 일찍 끝납니다. 전여빈 미안해. 내일은 드라마 촬영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