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아 청파소나타 금반지레코드

ⓒ금반지레코드 인스타그램(@geumbanji_records)

 

싱어송라이터 정밀아의 3집 <청파소나타>는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적확한 손길로 어루만진다. 덧붙이거나 부러 빼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저는 고단하고 힘들고 가끔은 아프네요 당신은 어떤가요’ 묻는다. 이 직접적인 가사가 노골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단조로운 기타 리듬 위에서 가지처럼 피어나는 악기들의 합, 담백한 정밀아의 목소리, 나 (정밀아)와 주변의 이야기가 좋은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옛사람처럼 봇짐 둘러매고 왔던 서울 상경기, 기찻소리가 들리는 서울역 앞 청파동 골목길 풍경,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고민하는 어느 비 오는 밤, 갑작스런 전염병으로 뒤바뀐 우리의 일상. 정밀아는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보편적인 리듬에 맞추어 모두에게 풀어낸다. 모든 노래 한 켠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게 어째서 위로가 될까? 오늘의 최선을 나만 알더라도 모두들 이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불을 덮고 내일로 갈 의지가 생긴다. 어딘가의 누군가가 나와 함께 오늘을 겪어내고 있다는 감각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70년대엔 사회를 날카롭게 관통하는 포크 여제 양희은이 있었다면 2021년에는 정밀아가 있다. 이 앨범은 순서대로 쭉 들어보기를 바란다. 2021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상을 수상했다.

 

 

서시

‘밤, 이 밤은 물러날지니.’ 

길었던 하루의 끝,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지금 이 곳에 사는 나를 위한 단 한곡의 노래.

 

 

언니

‘내가 믿었던 것들이
내가 바랐던 것들이 다 틀린 것 같아요’

주저앉을 것 같을 때 기대고 싶은 언니에게.
그 언니가 ‘사과같이 어여쁜 내 친구’에게.

 

 

광장 

‘그 누구의 신이나
그 누군가의 주인 그 누군가의 노예
그 누군가의 개가 아닌 사람 사람’ 

무언갈 잃은 사람들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광장 위의 이미지들이 시처럼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