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나 외로움이 얼마나 큰 구멍을 내든 그것들을 모아 사랑으로 변환시켜 멀리 멀리 퍼트리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것이 슬프고 외롭다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백예린은 늘 사랑을 받고 주고픈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마음을 열고 성큼성큼 다가갈 수 있는 건 그만큼 상처를 정면으로 받아낼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 곡을 커버곡으로 채운 EP <선물>을 제외하고 백예린이 한국어로 (쓰고) 부르는 곡은 드물기에 새 싱글 <물고기>에 담긴 섬세한 마음을 가늠해 보게 된다.
백예린이 몸담고 있는 밴드 ‘더 발룬티어스’의 ‘square’를 필두로 지금 국내에서 청량한 여름 사운드를 제일 잘 만드는 건 백예린인 듯하다. 자작곡과 오랜 호흡을 자랑하는 프로듀서 구름과 함께 한 3곡으로 채운 이번 싱글 역시 초록과 바람으로 가득하다.
경쾌한 드럼과 피아노, 전자음이 어우러지며 다가가면 밀쳐내기나 하는 사람들에 대해 담담한 목소리로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그게 나였네’는 우리가 초여름의 백예린에게 기대하는 그 사운드다. 타이틀곡 ‘물고기’는 남들과 다른 자신을 땅에 사는 물고기에 비유한다. 백예린이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일종의 시작노트에 따르면 ‘물고기’는 그가 근래에 가장 크게 느끼는 외로움을 풀어낸 곡인 듯하다. 그러나 나의 다름이나 고독을 유별나게 부각시키기 않고 외려 작고 따뜻한 촛불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그는 물속의 자유로움을 꿈꾸면서도 잠시 바다로 나갈 땐 나를 바로 찾을 수 있게 작은 타투를 새긴 후 다녀오겠다는 따뜻한 사람이다.
사랑 받고 컸어요, 라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막내’는 백예린의 음악 가운데 가장 직설적으로 사랑을 말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건 이 사랑을 비유할 수 있는 거창한 아름다움이 아니다. 사랑 그 자체다. 계속해서 애정을 확인받고 싶은 응석은 어른됨을 강제 받으며 우리가 제일 먼저 버려야 했던 태도일 것이다. 그러나 말로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라는 것, 소통되지 않음에서 발생되는 외로움과 슬픔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지치게 만든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사랑을 받고 크는 나무’니까. 백예린의 유튜브 계정에서 이곡을 들으면 음원에서와는 달리 사랑스럽고 따뜻하게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