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님 크롭트 재킷 89만원, 데님 유틸리티 팬츠 89만원 모두 준지(Juun.J)

에코 레더 벨티드 트렌치코트 65만8천원 레하(Leha), 실버 이어링 37만원 복초이(Vokchoi).

 

에코 레더 벨티드 트렌치코트 65만8천원 레하(Leha).

 

지난해 이맘때 솔로 첫 정규 앨범 <ALPHA>가 나왔어요. 맞아요. 그럼 이 촬영과 인터뷰는 1주년 기념인 셈이 되겠네요.(웃음)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어떤 시간을 보내는 중인가요? 앨범이 나오고 그 안에 담긴 곡들로 한참 공연을 다니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직 <ALPHA>라는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중인 거죠. 앨범을 만들면서 느끼는 점과 거기에 담긴 음악들로 무대에서 관객과 같이 호흡하면서 얻는 경험은 또 다르거든요. 지금은 후자의 경험을 하는 단계인 셈이에요. 이건 음악을 하는 과정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해서 요즘 너무 즐겁게 무대에 오르고 있어요. 1년이 되었으니 이제 이 프로젝트의 막바지에 다다르지 않았나 싶네요.

관객과 교감하며 음악이 달리 보이는 지점도 있었겠죠? 저는 공연을 할 때 감상하기 좋은 곡이 있고, 같이 놀기 좋은 곡이 따로 있는 것 같은데, 그 분리 지점을 관객이 만들어주거든요. 예를 들어 ‘HWA’나 ‘5 STAR’도 듣기 좋은 곡이라 생각하며 만들었는데, 막상 페스티벌에 가보니 같이 따라 부르며 즐기는 분이 많아서 놀랐어요. 이런 식으로 활동하면서 저 역시 제 음악에 대해서 배워가고, 알아가는 것 같아요.

이 앨범이 나왔을 때 ‘CL의 두 번째 챕터가 시작되었다’는 표현이 심심찮게 쓰였어요. 사실 제 기준에서는 그룹으로 활동하다가 혼자가 됐을 때가 오히려 분기점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번에는 오랫동안 함께하던 회사와 그간의 시간을 마무리 짓고 발표한 첫 프로젝트다 보니까 그렇게 봐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제 회사를 만들고, 팀을 꾸리며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워가면서 준비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확실히 두 번째 챕터가 맞는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든 의미가 큰 앨범일 테지만, 특히 시작부터 끝까지 독립적으로 모든 것을 스스로 해냈다는 점에서 더 특별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정말 다 책임져야 했거든요.(웃음) 빠르게 움직여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과정을 꼭 겪어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큰 회사랑 일을 하든 계속 이런 방식을 택하든, 우선은 겪어보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가기 힘들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한 선택으로 만든 앨범이라서 저한테는 의미가 클 수밖에 없어요.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웠나요? 선택에 앞서 질문을 던지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매 단계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컸어요. 그저 CL이라는 아티스트로서 결정하면 된다 싶지만, 또 환경이 달라지면 그에 따라 새로운 질문이 따라올 수밖에 없거든요. 물론 주변에 조언을 구하기도 했지만, 또 거기에 치우쳐서도 안 되고요. 질문과 답을 스스로 찾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어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했을 거예요. 앞으로 이 부분은 내가 계속해서 주도적으로 하고 싶다 혹은 아니다 판단할 줄 알게 된 것 같아요. 다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어떤 부분은 자신감이 생겨 더 배워서 해나가고 싶고, 또 어떤 부분은 혼자 할 일이 아니라는 걸(웃음) 깨달았어요.

 

튜브톱 패치워크 데님 맥시 드레스와 벨트 모두 가격 미정 김해김(Kimhekim).

 

데님 크롭트 재킷 89만원, 데님 유틸리티 팬츠 89만원 모두 준지(Juun.J), 부츠 가격 미정 김해김(Kimhekim).

 

그럼 요즘 관심 있는 장르가 궁금해지는데요. 있는데, 다음 앨범에 대한 너무 큰 힌트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 없습니다.(웃음)

<ALPHA>를 만들며 독립적으로 음악 작업을 하며 누릴 수 있는 럭셔리를 경험했다는 말을 했어요. 어떤 의미의 ‘럭셔리’인가요? 자유로움이요. 어떻게 보면 틀 없이 뭐든지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하고 싶은 거 다 한 거죠 뭐.(웃음) 아마 이건 창작하는 모든 아티스트에게 최고의 럭셔리가 아닐까 싶어요. 그 자유를 맘껏 누리면서 재미있게 작업했어요.

그 자유로움이 1년여간 활동한 무대로도 이어진 것 같아요. 음악 방송부터 국내외 페스티벌, 대학교 축제까지 아주 다양한 무대에 올랐어요. 이번에 처음 해본 게 되게 많아요. 혼자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대학 축제 무대에도 오르고, 피처링도 랜덤으로 하고. 여태까지 거절했거나 도전해보지 않은 것을 이번에 무조건 한 번씩은 해볼 거야 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나중에 안 할 것이 많긴 해요.(웃음) 그럼 왜 그렇게 다 한 거냐고 묻는다면, 한 번은 꼭 해보고 그 안에서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찾고 싶어서 한 시도였어요.

귀중한 발견이 있었나요? 많이 정리됐어요.(웃음)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도 있었으니,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나 시도할 방식이 명확해지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ALPHA>를 만들면서 새로운 씨앗을 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니 이제 계속 물 주면서 잘 키워야죠. 다만 이 씨앗이 어떻게 자라날지는 모르는 거예요. 2NE1을 시작했을 때 어떻게 될지 몰랐던 것처럼요. 꾸준히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다 보면 또 재미있는 무언가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꾸준해 해나가는 것. 그 마음이 두 번째 챕터를 이어가는 동력이 되나요? 그렇죠.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까 저에게는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행위가 되었어요. 하지 않고 멈춰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억지스러운 거죠.

담대한 사람인 것 같아요. 시스템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 홀로 해나간다는 사실만으로도 두려울 수 있는데, 모든 일을 그저 했다고 말하잖아요. 예전부터 그런 마음은 있었어요. 큰일은 작은 것부터, 작은 일은 크게 보고 가자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되는 상황에 놓였을 때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에요. 물론 두렵기도 했죠. 그런데 그건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잘해내고 싶으니까 생기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ALPHA> 앨범의 부제가 ‘두려움보다 사랑을 선택하자’거든요.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더욱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거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곧 사랑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새로운 길 앞에 선 누구에게나 용기를 줄 만한 말이네요. 맞아요. 그 마음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어요.

CL이라는 아티스트로서 공개한 모든 음악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거예요. 음악을 하는 데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은 곧 자신인 걸까요? 그렇죠. 이걸 몇천 번, 몇만 번 부를 수도 있는데 제가 진심이 아니면 즐기지 못하잖아요. 그걸 관객도 알아볼 거고요. 그래서 혼자 만들어가는 곡에는 가장 솔직한 나의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삶이 더 풍요로워지길 바라기도 할 것 같아요. 꿈꾸는 바 중 하나예요. 독립적으로 음악 작업을 하게 되면서 더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제 앞에 나타났으니, 이를 통해 저 자신이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럼 자연스럽게 제 음악도 더 깊고 넓어질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