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시작되는 드라마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이하 금혼령)의 대본리딩 영상을 봤어요. 주고받는 대사에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현대극의 요소를 많이 가져왔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박주현 맞아요. 그래서 특정 시대의 어투나 예절을 완벽하게 이행하는 정통 사극과는 다른 형태의 작품이다’라고 받아들이는 게 저희의 첫 번째 미션이었어요. 애초에 ‘다른 행성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시작되는 드라마거든요. 그래서 사극이라는 장르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만의 유니버스를 만들자는 게 중요한 지점 중 하나였어요.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거라 받아들이고 접근하더라도 조심스러운 부분은 남아 있었을 것 같아요. 어느 정도까지 고증을 외면해도 괜찮을까 하는 문제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박주현 그렇죠. 어쨌든 사극이니까 보는 분들이 기대하는 무언가가 있을 거잖아요. 용인되는 정도가 있을테고요. 처음에는 애를 좀 먹었어요. 캐릭터와 시대극의 성격 사이에서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야 하나 싶어 고민이 깊었어요. 이를테면 ‘소랑(박주현)’이 왕 ‘이헌(김영대)’에게 “정신 차리세요”라고 말하는 신이 있는데, 소랑이라면 충분히 내뱉을 말이지만 사극에서 해도 되는 말인지 의구심이 드는거죠. 결국 밸런스보다는 이야기와 내 캐릭터를 잘 지켜내는 것을 우선으로 두었고, 그러고 나니 자연스럽게 <금혼령>의 세계에 정이 들더라고요. 모니터링을 하면서 조금은 캐릭터에만 집중해도 되겠다는 안심이 들기도했고요.
이 드라마를 처음 마주했을 때 어떤 부분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나요? 박주현 소랑이라는 캐릭터가 참 좋았어요. 제가 어릴 때 본 사극에 나오던 여성 캐릭터와 달리 진취적이고 자유로워요. 자신의 생각으로 움직이고, 정해진 틀을 스스로 깰 줄 아는 인물이거든요. 심지어 왕에게 사기도 치고.(웃음) 생존을 위해 스스로 방식을 찾아나가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김영대 저는 소랑과 헌, 신원(김우석)의 관계가 흥미로웠어요. 소랑과 헌이 서로 이용하려는 마음으로 필요에 의해 엮인 관계라면, 신원은 순수한 마음으로 움직이는 인물이거든요. 세 사람이 얽혀가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어떻게 풀릴지 궁금했어요. 박주현 시작점이 전혀 달랐던 관계들이 운명적으로 얽혀 있어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에 다다르거든요. ‘인연의 붉은 실이 사람들 사이에 엮여 있다. 그건 사람의 힘으로 끊을 수도 다시 엮을 수도 없다.’ 이 대사가 관계를 설명하는 명확한 말인 것 같아요.
실제로는 어때요?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인연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나요? 김영대 누구에게나 인연은 있다고 믿어요. 박주현 저도요. 물론 그 사이에는 실타래를 견고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본능적으로 끌리는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지닌 기운이 있잖아요. 처음부터 그 기운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관점에서 두 분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처음부터 잘 맞는 사이가 있고, 시간을 두고 맞춰 가야 하는 관계도 있는데요. 박주현 우리 둘이 성향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되게 잘 맞았어요. 저는 늘 현장에서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에요. 아이디어도 많고, 그래서 말도 많은데요. 영대씨는 제가 막 쏟아내는 말들을 되게 잘 들어주고 수용해줘요. 만약 둘 다 들으려고만 하면 장면을 풍성하게 만들기 어렵고, 서로 자기 생각만 내세우면 산으로 가기 쉬웠을 텐데, 서로 달라서 작품 안에서 잘 섞인 것 같아요. 신기한 게 연기하는 캐릭터도 비슷해요. 소랑이가 휘저어놓고, 판을 만들면 헌이가 따라주는 경우가 많아요. 김영대 사실 처음에는 저와 달리 밝고 에너지가 가득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촬영을 하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혼자라면 못 했을 시도들을 하면서 얻는 게 많았어요. 저는 잘 듣고 리액션만 하면 되니까 편하기도 했고요.(웃음) 박주현 가끔 지쳐서 리액션을 안 해주면 제가 섭섭해할 때는 있어요. 변했다고.
대본에 충실하기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범람하는 현장이었을 것 같아요. 박주현 맞아요. 어떤 현장이든 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려는 편인데요. 이번에는 경청해주고 받아주는 파트너를 만났으니 더 신났던 거죠. 상호보완적 관계였어요. 김영대 현장에는 이런 걸 해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대사가 글로 쓰여 있을 때와 실제로 배우들이 내뱉을 때의 간극이 있잖아요. (박주현) 누나가 그걸 잘 메우는 역할을 해줬어요.
제목 그대로 <금혼령>은 연애도 결혼도 불가한 시대를 그리잖아요. 만약 그런 시대로 간다면 어떤 방식이나 태도를 취할 것 같아요? 박주현 소랑이처럼 적극적으로 반기를 드는 행동은 못 할 것 같아요. 제가 그만큼 대범하진 않거든요. 그렇지만 수긍은 안 할 것 같아요. ‘시대가 그러하니’ 하며 포기하진 않을 거예요. 김영대 글쎄요. 저는 금지하면 안 할 거 같아요. 박주현 이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 역시 수긍을 잘한다니까요.(웃음) 김영대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연애를 못 하게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도 꼭 하는 애들이 있는 반면에 저는 규칙을 잘 지키는 쪽이었어요.(웃음) 그런데 또 모르죠.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가 나타나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박주현 어떻게 사람이 사랑을 안 하고 살겠어요. 몰래 뒤로 만나거나 아니면 때를 기다리며 연심을 갈고닦기는 할 것 같아요.
연모를 금지하는 시대의 이야기는 결국 그럼에도 모든 사람에게는 인연이, 사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주현 이 우주가 돌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은 사랑으로부터 탄생하고 자라나잖아요. 그러니까 사랑의 마음은 우주가 돌아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지 않을까요. 김영대 누가 돈이나 명예가 필요한 이유를 묻는다면 이런저런 조건을 말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사랑은 그냥 절대적으로 없으면 안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유를 논할 필요가 없는 거죠. ‘사랑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지?’ <금혼령>은 결국 이 질문을 다루는 드라마 인 것 같아요.
지난여름부터 시작해 가을을 지나 겨울까지, 계절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완성해가는 중이라고 들었어요. 고됨과 즐거움이 공존했을 이번 작품을 하며 어떤 마음이 남았나요? 박주현 이번 작품이 제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모든 것이 끝난 후에 후회는 없을 거라는 점이에요. 몸은 고되었지만 좋은 인연들을 만들었으니 이만하면 성공인 것 같아요. 김영대 사극은 처음이었고, 그래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작품이었어요. 그와 동시에 가장 재미있었고요. 그래서 어떤 작품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더위와 추위를 같이 견디며 보냈던 시간들을 두고두고 회상하지 않을까 싶어요.
다음 작품도 사극이라면, 하게 될까요? 김영대 당분간은 못 할 것 같아요.(웃음) 박주현 저잣거리 몇 번 나와보지도 않은 왕이!(웃음) 저는 조금 더 경험이 쌓인 후에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언젠가 제대로 전통의 방식을 따르는 사극에도 출연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