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킷과 팬츠 모두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실버 링 우영미((WOOYOUNGMI),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와 재킷, 팬츠, 스커트 모두 에곤랩 바이 10 꼬르소 꼬모 서울(EGONLAB by 10 Corso Como Seoul), 첼시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와 재킷, 모두 에곤랩 바이 10 꼬르소 꼬모 서울(EGONLAB by 10 Corso Como Seoul).

 

“매번 준비는 하되 모든 것을 정해두진 않고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점을 표현할 여지를
남겨두는 편이에요.

그래야 매번 새로운 무대를 완성할 수 있거든요.”

 

미니 5집 <이름의 장: TEMPTATION>이 공개되었어요. 이번 앨범은 ‘꿈의 장’, ‘혼돈의 장’에 이은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점이기도 해요. 새로운 이야기의 주제는 ‘유혹’이라고요. 더 성장하고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서 유혹에 맞닥뜨린 소년의 이야기예요. 꿈을 이루기 위해 다짐을 거듭하던 소년에게 유희라는 유혹이 나타나요. 소년은 아직은 즐겁게 놀기만 해도 된다, 꿈꾸는 존재로 남아 있어도 괜찮다는 네버랜드의 유혹에 휩싸이다 결국 그 달콤한 세상에 빠져버려요. 그게 더 편하고 행복하니까요. 그러다 어느 순간 불안을 느끼죠. ‘이게 옳은 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싶은 거죠.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유혹을 끊어내고 네버랜드 밖으로 나와요. 이 이야기의 흐름이 5개의 트랙에 순서대로 담겨 있어요. 첫 트랙 제목이 ‘Devil by the Window’고 마지막 트랙 제목이 ‘네버랜드를 떠나며’예요.

이 소년의 이야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떤 트랙인가요? 마지막 트랙에서 네버랜드를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부분도 좋기는 한데, 가장 마음에 드는 건 3번 트랙 ‘Happy Fools(feat. Coi Leray)’예요. 당장의 고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고 다시는 안 올 지금을 만끽하자는 내용인데, 저와 멤버 모두가 한 번씩은 겪은 시기를 떠올리며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가사를 썼거든요. 누구나 그럴 때가 있잖아요. 열심히 살다가도 미래가 중요하다, 더 늦어지면 안 된다는 말에 괜히 삐딱선을 타게 되는 시기요. 그럴 때 든 각자의 생각을 솔직하게 적은 곡이에요.

범규 씨가 쓴 가사는 어떤 구절인가요? ‘난 마치 butterfly 일만 하는 꿀벌은 노을 지는 저 하늘도 알게 뭐야 예쁜지?’ ‘난 마치 butterfly 일만 하는 꿀벌은 기분 좋은 바람 불어도 느낄 줄 모르지’ 꿀벌이나 일개미는 하늘이 얼마나 예쁜지 볼 새도 없이 일만 하잖아요. 그것도 매일 같은 일을요. 그게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하던 어떤 시기의 저와 같다고 느꼈어요. 연습생 때 퇴근길에 하늘을 먼저 봤어요. 그러면 제 하루가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인가 생각해보니 해가 뜬 낮의 하늘이나 노을이 지는 하늘을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자각이 드는 거예요. 그때 좀 억울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 생각을 하면서 쓴 가사예요.

이제는 낮에도 하늘을 이따금 올려다보나요? 지금은 사옥이 지상에 있거든요.(웃음) 일을 하면서도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타이틀곡 ‘Sugar Rush Ride’의 무대를 보니, 이번에도 어김없이 도입부를 맡았더라고요. 역시 도입부 요정다운.(웃음) 어휴, 그렇습니다.(웃음)

이제는 도입부를 소화하는 게 익숙해졌나요? 처음보다는 나아졌는데 지금도 부담은 있어요. 대개 노래를 들을 때 1절 벌스까지 들어보고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판단하잖아요. 그러니까 저희 음악에서는 제 파트가 마음에 안 들면 넘겨버릴 테니까, 늘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 고민해요. 그래도 요즘은 ‘도입부는 최범규’라며 인정해주는 분들이 있어 조금은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도 사운드 못지않게 퍼포먼스가 주목받고 있어요. 늘 그렇지만 특히 이번 앨범은 무대가 무척 중요해요. 소년이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야 보는 사람들이 이 서사를 명확히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든요. 안무만큼 표정을 연구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였어요. 이번 앨범은 들려주기보다 보여주고 싶은 형태에 가까워요.

곧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음악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무대가 이어질 예정이에요. 3월, 서울을 시작으로 월드 투어를 떠나잖아요.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기대돼요. 이전보다 규모가 커졌거든요. 그래서 더 많은 관객이 올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나는 데 대한 설렘과 기대가 커요. 저는 매번 준비는 하되 모든 것을 정해두진 않고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점을 표현할 여지를 남겨두는 편이에요. 그래야 매번 새로운 무대를 완성할 수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도 이번 투어에 어떤 새로운 면이 있을지 궁금해요.

앨범 작업과 투어 준비로도 이미 일상의 대부분이 음악으로 채워졌을 텐데, 취미 역시 음악이라면서요? 제가 태어나기 전 시대의 음악을 찾아 듣는 걸 되게 좋아해요. 어렴풋이 들은 것 같은데, 이런 가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싶어서 막 찾다 보면 그 노래가 나타날 때가 있어요. 그렇게 그룹 아바도 찾고, 에어서플라이의 음악도 발견했어요. 그 과정이 무척 즐거워요. 그와 반대로 아직 세상에 없는 사운드를 만드는 작곡도 이따금 하는데, 이 역시 재미있는 일 중 하나예요.

디깅의 즐거움에는 공감하지만, 창작의 즐거움은 납득하기 어려운데요. 창작은 재미보다는 괴로움과 더 긴밀하게 연결된 단어 아닌가요? 그래서 매일 하지는 않아요. 어떤 취미든 성실하게 해내야 하는 일이 되는 순간 싫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내킬 때만 하고, 목표를 정해두지도 않아요. 1년 내내 한 곡도 안 만들어도, 한 달에 몇 곡을 몰아 써도 괜찮은 작업으로 두는 거죠. 만들고 싶은 것이 생기면 몇 시간 동안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계속 기타로 코드를 잡아보거든요. 그렇게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에 무대에서 춤과 노래를 할 때와 다른 즐거움을 느껴요.

앨범 활동이나 투어가 아니고서는 밖에 나갈 일이 거의 없을 것 같은데요. 네,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웃음) 멤버들이랑 종종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는데, 그것도 다 숙소 안에서 해요. 최대한 좁은 반경 안에서 가능한 일만 하는 것 같아요.

 

트렌치코트와 안에 입은 니트 톱, 레더 쇼츠, 블랙 앵클부츠 모두 프라다(Prada), 실버 링 우영미(WOOYOUNGMI).

메시 톱과 데님 셔츠, 스트라이프 재킷, 레더 팬츠, 블랙 레이스업 로퍼 모두 아미(Ami).

재킷과 슬리브리스,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셔츠와 니트 톱, 팬츠 모두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실버 링 우영미(Wooyoungmi).

카디건과 팬츠, 벨트 모두 생 로랑(Saint Laurent), 실버 링 우영미(WOOYOUNGMI),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팬츠 모두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실버 링 우영미((WOOYOUNGMI), 레오퍼드 레이스업 슈즈 아미(Ami),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본인의 일상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라 생각해요? 80% 이상이지 않을까요. 음악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전 늘 음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에요. 위로도 음악으로 받고, 불안감을 없애고 싶을 때나 신나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을 때도 그에 맞는 음악이 있어요.

평소에 듣는 음악 중에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음악도 있나요? 본인이 만든 작품을 열심히 즐기는 사람도 있고, 전혀 듣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요. 저는 후자예요. 평소에는 저희 노래 잘 안 들어요. 들으면 왠지 안무 연습해야 할 것 같거든요.(웃음) 언제나 음악을 하거나 듣지만, 일할 때와 쉴 때를 구분하고 싶어요.

음악을 제외하고 범규 씨에게 에너지를 주는, 즐겁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또 있나요? 요즘은 멤버들인 것 같아요. 사실 7년 동안 거의 매일 붙어 있다 보니까 이제 그만 볼 때가 됐다며 서로 농담할 때도 있어요. 그래놓고 쉬는 날에도 또 모여서 밥 먹고 같이 노는 게 되게 좋아요. 숙소에 온기가 도는 게 사람 사는 것 같다고 할까요.

일로 만났지만 이제는 동료 이상의 친구 혹은 가족이 된 셈이네요. 그렇죠. 동료애가 아니라 가족애가 생겼어요. 이제는 표정만 봐도 알거든요. 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니까 좀 놔둬야겠다, 아니면 얘는 우리가 오버를 해서라도 마음을 풀어줘야겠다, 이게 서로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느껴져요. 그럴 때 우리가 팀원 이상의 관계가 되었구나 싶죠. 또 이런 점이 일할 때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해요. 특히 체력적으로 힘에 부칠 때 각자 어떻게 해줘야 다시 힘을 내는지 아니까 서로 잘 돌봐주게 돼요.

만약 오늘 현장에 같이 있었으면 멤버들에게 어떤 돌봄을 받았을까요? 놀렸을 테죠. ‘쟤 잘생긴 척하는 것 봐’, ‘어휴, 쟤 뭐야? 뭐 하는 거야’ 하면서요. 그런데 그 말 덕분에 긴장이 더 빨리 풀렸을 것 같아요. 원래 가족끼리는 생각보다 따뜻한 말을 잘 안 해주잖아요.(웃음)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가족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알맞은 관계가 아닐까 싶네요. 맞아요. 한 집에서 같이 비비적거리면서 살면 가족이죠.

 

셔츠와 재킷, 팬츠, 스커트 모두 에곤랩 바이 10 꼬르소 꼬모 서울(EGONLAB by 10 Corso Como Seoul), 첼시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