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더 케이프와 쇼츠 모두 구찌(Gucci), 티셔츠와 신발 모두 가니(Ganni), 이어링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링 크롬하츠(Chrome Hearts).

재킷, 터틀넥, 팬츠 모두 프라다(Prada).

재킷 발렌티노 (Valentino), 링 트렌카디즘 (TrencadisM).

 

이번 화보에 우즈(WOODZ)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스스로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였거든요. 페스티벌 특유의 희열이 있어요. 관객의 에너지가 남다르고, 저도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출돼요. 지난봄 처음으로 페스티벌 무대에 섰는데, 마지막 곡으로 ‘난 너 없이’를 부를 때 저를 잘 모르는 관객들도 재미있게 놀더라고요.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순간이에요. 당시 제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휴대폰에 영상으로 남겨뒀고, 종종 찾아봐요.

무대 영상을 살펴보면서 ‘올라운더’라는 별명을 새삼 실감했어요. 노래와 랩, 춤, 프로듀싱 능력 등을 두루 갖췄으니 아티스트로서 많은 무기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해요. 그런 생각을 한 시절이 있었어요. ‘난 이런저런 것들을 할 수 있는데, 보여준 게 많지 않으니 빨리 선보여야 한다’ 싶었죠. 이제는 저돌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제가 가진 능력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활용하려 해요. “우즈가 여기에서도 이런 식으로 잘하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더 배워나가는 중이고요.

그래서인지 우즈는 항상 다음을 궁금해하게 만들어요. 한편 곧 나올 다섯 번째 미니 앨범에 대해 “기대한 게 아닐 수도 있다”라는 말을 했어요. 앨범 발매를 앞두고 매번 하는 생각이에요. 컴백할 때마다 꽤 다른 모습을 보여왔으니, 직전에 낸 앨범과 같은 모습을 기대한다면 신보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예요.

더 대중적으로 사랑받으려면 기대를 반영할 필요도 있잖아요. 물론 대중성에 대해 생각해요. 그런데 전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일에 매력을 느껴요. ‘기대하는 것을 언젠가 하겠지만, 아직은 아니야’ 하는 괜한 심술이에요.(웃음) 대중성을 고려하며 쓴 곡도 많은데, 앨범을 꾸리는 과정에서 싣지 않게 되더라고요.

다음 앨범에는 어떤 곡들이 담길까요? 지금 제가 굉장히 애정을 가진 곡들일 거예요. 원래 앨범을 준비할 때 미래를 더 생각하는 편이었어요. ‘록이나 힙합을 하면 좋겠다’, ‘이런 그림이 있으면 멋있겠다’ 하면서요. 그런데 앨범이 점점 쌓이니 ‘더 이상 뭘 해야 하지?’ 싶더라고요. 앞선 생각을 하기보다는 현재의 것을 차근차근 잘 해나가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현재의 저한테 좋은 음악을 하는 데 집중하는 거죠.

앨범 발매에 앞서 2월 22일에 신곡 ‘심연’이 선공개되죠. 왜 이 곡을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었나요? 최근 회사를 옮긴 후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리셋하고 새롭게 시작하려면, 완전히 솔직하게 제 소개부터 해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랐어요. 그동안 활동하면서 솔직한 면이 있었지만, 어딘가 꾸며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아마 ‘심연’을 들어보면 제가 왜 이 곡을 먼저 공개했는지 납득할 거예요. 저를 아는 분들은 ‘승연이가 이런 마음을 갖고 있었어?’ 할지도 몰라요.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드러내고 싶지 않아 줄곧 외면했던 마음 깊은 곳의 말들을 사진 혹은 그림처럼 녹여낸 노래예요.

심연의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는 고민과 결단의 시간이 필요하죠. ‘사람들이 과연 날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해를 바란 건 아니에요. 그저 ‘저는 이러기도 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말하는 것만으로 가까워진 기분이 들기도 하잖아요.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하며 ‘심연’을 작업했어요.

우즈에 대해, 조승연이란 사람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곡일 거라 짐작해요. 지난 인터뷰들을 보니 ‘나다움’에 대한 갈증이 오랫동안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떤가요? 갈증이 1% 해소됐어요. 예전에는 고민에 그쳤다면, 지금은 고민을 지나 ‘나다움’의 문을 열고 한 발 내디뎠어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가 여전히 쉽지 않지만, 한결 편해진 건 확실해요. 저다운 생각에 빨리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이 생겼어요.

어떤 방법인가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 생각의 시초로 거슬러 올라가봐요. 무언가 혹은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도 살피고요. 예를 들어 ‘멋있어 보이고 싶다’고 느끼면, ‘멋있다고 여겨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답을 찾게 되더라고요.

생각의 본질을 끈질기게 탐구하는 방식이네요. 맞아요. 본질에 과하게 집착할 때도 있는데, 오히려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껴요. 그게 음악 작업에 도움이 될 때도 있고요. 예술가들이 끝내 순수를 추구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어요.

생각이 많으면 스스로 괴로워질 수도 있어요. 힘들진 않나요? 한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머릿속을 비우지 못해 멍때린다는 게 어떤 상태인지도 몰랐죠. 제가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사람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렇다면 ‘좋은 생각’을 많이 하자고 마음먹으니 괜찮아지더라고요. 지난해부터는 실제로 종종 멍때리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복잡했던 생각을 음악에 간결하게 담아내 선보이면 어떤 기분이 들어요? 속 시원하고, 한편으론 아까워요. 제 생각의 일부를 사용했으니까요. 곡 하나를 완성하면 어딘가 텅 빈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생각이 머무르다 떠난 자리를 다시 채우는 시간이 필요해요. 여행을 가거나 전시를 보러 다니면서요.

왠지 금방 채워질 것 같은데요? 때마다 달라요. 작업에 몰두하지 않는 기간에는 둔감하지만, 한창 작업 중이면 예민해져요. 일상에서도 비유적인 의미들을 찾으려 하죠. 택시 타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 ‘고속도로가 내 인생과 닮은 것 같다’ 하는 식으로요.

요즘도 고속도로 같다고 생각해요? 네. 제가 이 일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계속 고속도로 위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꽤 즐겁게 달리는 중이에요. 지치면 잠깐 빠져 나왔다가 다시 진입하기도 하고요. 차선과 경로 정도만 바뀔뿐, 목적지는 같아요.

스스로 속도를 잘 조절해가며 운전 중이군요. 최근에는 과속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웃음)

곧 앨범이 나오니 힘껏 달려야 할 때죠. 지난해 5월에 낸 EP 이후 공백이 길었어요. 컴백을 앞두고 있을 때면 입이 근질근질해요. 오랜만에 내는 앨범인 만큼 신중을 기했고,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커요.

얼마 전 팬클럽 창단 1천 일을 맞아 이런 글을 남겼어요. ‘우리가 함께한 추억이 마음속에서 향기로운 꽃이 되어 좋은 향수로 남았다.’ 우즈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꽃이 되고 싶나요? 꽃보다는 꽃이 피어날 수 있게 하는 땅이 되고 싶어요. 누군가 저로 인해 기뻐하면 제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고, 제가 잘 나아가고 있다고 느껴요. 제 본명의 한자도 ‘도울 승(丞)’에 ‘넓을 연 (衍)’인데, 이름을 따라 살아가고 있나 봐요.(웃음)

널리 돕는 마음의 바탕에는 사랑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에 ‘사랑은 긍정의 최종 형태’라고 말한 적이 있죠.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랑은 연인 사이에만 존재하는 마음이 아니잖아요. 멋있다, 예쁘다는 단어 뿐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긍정적 표현의 마지막은 결국 사랑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걸 망설이지 않는 편이에요.

우즈가 세상에 들려주기 위해 탄생시킨 음악도 사랑의 한 형태일 거예요. 그럼요. 제 모든 음악에 사랑이 담기고, 그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을 사랑해요. 그들도 저를 사랑할 테고요.

음악을 통해 주고받는 사랑이 어떤 힘을 지닌다고 생각해요? 감정을 공유하는 관계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데, 제 음악을 듣고 본인의 삶이 보다 나아졌다는 말을 들으면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한 힘을 느껴요. 제가 음악을 통해 전하는 이야기에 믿을 만한 가치가 있기를, 그것이 사람들에게 닿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되며 긍정적인 2차 작용을 일으키기를 바라요. 그렇게 제가 누군가의 삶에 음악으로 함께하면서 추억을 남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진심은 통한다고 믿나요? 진심은 통할 거예요. 언젠가는, 무조건.

문득 묻고 싶어졌어요. 지금 우즈는 얼마큼 행복한가요? 85%요.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분명히 있어요.

100% 행복하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욕심이 없어야 해요. 그런데 아직 바라보고 있는 목표들이 있고, 잘 이뤄내고 싶어요. 그러니까 15%를 남겨둬야 해요. 지금은 계획적으로 나아가야 할 시기예요.”

 

반소매 티셔츠와 데님 팬츠 모두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신발 구찌(Gucci).

셔츠 올세인츠(ALLSAINTS), 데님 팬츠 오프화이트(Off-WhiteTM), 네크리스와 링 모두 구찌(Gucci), 브레이슬릿 트렌카디즘(TrencadisM).

레더 재킷 렉토(Recto), 반소매 셔츠 사카이(Sacai), 코듀로이 팬츠 마뗑킴(Matin Kim), 신발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