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개인 패션 화보예요. 뜻깊은 촬영인 만큼, 기분이 다른 때와 사뭇 달랐을 것 같아요. 설레는 마음이 컸어요. 멤버들이 곁에 없어도 긴장하지 말고 잘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스튜디오에 왔죠. 이번 화보 컨셉트가 완연한 봄을 느끼게 하더라고요. 그동안 연출해보지 않은 분위기라 새롭고, 촬 영할 때도 무척 즐거웠어요.(웃음)
채령 씨에게 봄은 어떤 계절인지 궁금해요. 겨울에는 아무래도 날씨가 추우니까 실내에 웅크리고 있을 때가 많은데, 봄이 오면 한결 가벼운 옷차림으로 밖으로 나서게 돼요. 주변을 좀 더 둘러볼 여유도 생기는 것 같고 요. 그래서 봄을 아주 좋아해요. 봄 하면 두근거리는 감정이 먼저 연상돼요. 있지의 미니 앨범에 수록된 ‘TENNIS (0:0)’가 마음을 간질이는 곡이라 이 계절과 잘 어울려요. 따스한 날에 찾아 들어준다면 좋겠어요.
있지의 첫 월드 투어를 이어가고 있어요. 최근에는 홍콩, 대만,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공연을 펼쳤죠. 팬들에게도, 있지에게도 소중한 경험일 거라 짐작해요. 세계 곳곳의 팬들과 마주하며 소통하고, 너무나 그리웠던 그들의 함성을 들으면서 행복한 기억을 쌓아가는 중이에요. 어느 지역이든 무대에 오를 때 너무나 뜨거운 환호를 받아요. 그 순간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음악은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초월하며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힘을 지닌 것 같아요. 아티스트로서 이를 실감할 때가 있죠? 그럼요. 월드투어를 하며 다시 한번 실감했어요. 언어가 다른데도 우리 노래를 다 같이 떼창 해주는 목소리에 큰 감동을 느껴요. 저도 리스너로서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은 적이 있어요. 추억이 담긴 노래를 들으며 과거의 어느 날을 떠올리거나 가만히 있기 힘들 정도로 신난 적도 있고요. 음악의 힘은 참 대단해요.
이번 투어에서 솔로 무대를 선보였다고 들었어요. 혼자 오르는 무대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어요? 팀원으로서는 드러낼 기회가 적었던 저만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노래와 춤을 동시에 잘해낼 수 있는 음악을 골랐고, 춤 선을 섬세하게 살리려 했죠. 솔로 무대를 본 팬들이 ‘계속 보고 싶다’, ‘매력적이다’라고 이야기해주더라고요. 평소 듣고 싶었던 말이라 기분이 참 좋았어요.
무대에 서면 음악, 안무, 표정과 제스처 등에 따라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잖아요. 그중 채령 씨가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은 무엇인가요? 아직은 확실히 찾지 못했어요. 하지만 언젠가 꼭 선보이고 싶은 건 있어요. 무대 위의 제가 스스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더 여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공연할 수 있기를 기대해요.
스스로를 더 알아가기 위해 시도하는 방법이 있나요?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를 충전하며 성찰하다 보면 자신도 몰랐던 지점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날 제가 했던 말이나 행동을 되짚어보면서 ‘내가 이런 것도 좋아하네’, ‘이럴 땐 내 마음이 편하지 않구나’ 하는 식으로 새롭게 발견해가는 거죠.
있지의 음악은 자기애, 자존감, 자신감에 관한 메시지를 꾸준히 전해왔죠. 솔직하고 당당한 음악이 채령 씨 본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맞아요. 있지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저에게 응원과 애정을 보내주는 팬이 많이 생겼고, 그들을 위해 더더욱 진심을 담아 노래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제 내면도 자연스레 건강해지더라고요. 저 자신을 더 아껴주려 하고, 앞으로도 쭉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영상 콘텐츠에서 했던 말이 떠올라요. ‘나와 어울리는 색이 무엇인지 알고, 어울리지 않는 색이 분명하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색을 입을 것이다’라고 했어요. 직업상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을 텐데도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인상 깊었어요. 누군가 저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줄 때, 진정으로 사랑받는다고 느껴요. 그 무엇도 아닌 이채령 자체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의 시간도 의미 있고요. 이 과정을 거치며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외면이 아닌 내면에 있어 가장 채령다운 색은 무엇일까요? 아이보리요. 어떤 색이든 잘 구현되는 새하얀 도화지 같은 사람이고 싶은데, 그래도 따뜻한 기운이 살짝 스며 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무엇을 가장 굳게 믿나요?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언제나 소중하게 여길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저한테 내어주는 마음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거예요. 그들에게 제 존재가 조금이나마 활력이 될 수 있기를 바라요.
2013년 <K팝 스타 3>를 통해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섰고, 긴 연습생 생활을 거친 후 있지로 데뷔해 활발히 활동 중이죠. 지나온 여정을 돌아봤을 때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은 지점이 있나요? 음… 제 장점을 직접 말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지만, 늘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쓴 점은 잘했다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차를 탈 때마다 안전벨트도 꼭 맸어요.(웃음) 저와 여정을 함께한 멤버들한테도 칭찬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멤버들이, 우리 팀이 아주 자랑스러워요. 지금과 같은 속도로 꾸준히 나아가고 싶어요.
앞으로 채령 씨에게 제일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한결같음’이요. 제가 어린 시절부터 지켜온 삶의 다짐을 계속 품고 나아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