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레더 슬리브리스 셋업 김서룡 옴므 (Kimseoryong Homme), 블랙 레더 스트랩 샌들 에르메스 (Hermes), 볼드한 실버 브레이슬릿과 골드 브레이슬릿 모두 돌체 앤 가바나 (Dolce & Gabbana).

 

생지 데님 셋업 디젤 (Diesel), 브라운 실크 셔츠 메종 마르지엘라 (Maison Margiela).

 

올해 4월부터 씨엔블루의 일본 투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이번 투어에 임하고 있나요? 저와 멤버들이 한동안 군대에 있었고, 제대 이후에는 코로나19가 퍼져 투어를 못 한 지 5년쯤 되었어요. 오랜만의 투어라 꽤 떨리더라고요. 하지만 긴장감보다는 설렘이 더 커요. 관객을 직접 마주하며 그들의 함성을 듣고, 공연의 열기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죠. 이번 투어는 일본 곳곳에 자리한 라이브 하우스 ‘제프(Zepp)’를 찾아다니며 진행하는데, 관객과 무대의 거리가
1미터도 안 된다고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 반응이 더 생생하게 와닿아요.

10년 전에도 제프를 돌며 공연한 적이 있죠.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옛날 생각이 많이 나요.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추억에 잠기게 되더라고요.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곳도, 새로 단장한 곳도 있었죠. 시간이 흐르는 동안 씨엔블루도 성
장했으니, 지금의 우리가 10년 전과 같은 곡을 들려주더라도 관객은 다르게 느낄 거예요. 공연하는 우리도 차이를 체감하고 있고요.

데뷔 초반에 발표한 곡들은 이제 눈 감고도 베이스기타를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그렇죠.(웃음) 2010년에 공개한 데뷔곡 ‘외톨이야’는 아마 1만 번쯤 연주했을 거예요. 굉장히 까다로운 곡이지만, 이전에 비하면 수월하게 해낼 수 있죠.
하지만 다음 단계를 계속 생각해야 하니 오히려 더 어렵게 여겨지기도 해요. ‘10년 넘게 활동해도 쉽지 않구나’ 싶어요.

많은 것에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생경한 지점이 있는 셈이네요. 네. 한편으론 10년 넘게 음악 활동을 해왔다는 사실에 자부심도 느껴요. 데뷔하자마자 큰 주목을 받은 만큼 항상 초심을 유지하려 했고요. 이번 라이브 하우스 투어를 시작한 계기도 처음의 마음을 다지고 싶기 때문이에요.

처음 품은 마음을 굳건히 하는 동시에 현재의 트렌드를 기민하게 살필 필요도 있겠죠. 그래서 고민이 많아요. 씨엔블루가 다져온 강점을 가져가면서 트렌드도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하니까요. 이 지점에 대해 멤버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눠요. 다음 앨
범에 담아낼 음악과 앞으로 보여줘야 할 새로운 모습에 대해 구상 중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음악 방송에서는 미처 전하지 못한 씨엔블루의 강렬한 매력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밴드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죠. 씨엔블루가 밴드 형태 그룹으로서 K-팝의 흐름에 족적을 남겨온 만큼, 신인 밴드의 등장이 반갑게 느껴지기도 하죠? 새로운 밴드가 데뷔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찾아보고, 한국 그룹이면 더더욱 관심 있게 살펴봐요. 지난 3월에 종영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더 아이돌 밴드: 보이즈 배틀>에서 씨엔블루가 프로듀싱한 팀 ‘하이파이 유니콘’이 우승해 데뷔를 앞두고 있어요. 이런 친구들을 보면 응원하게 되고, 우리도 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돼요.(웃음) 씨엔블루 멤버들이 함께한 기간이 연습생 시절까지 합치면 거의 15년이거든요. 그래서 신인 밴드에 음악뿐 아니라 팀 활동과 관련한 조언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씨엔블루라는 팀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답변이네요. 팀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요. 씨엔블루가 한 팀으로 꾸준히 활동하려면 우리 스스로 힘을 많이 쏟아야 해요. 저도, 다른 멤버들도 이를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사소한 부분에서도 배려해야 한다는 걸 알고, 그 덕분에 30대 중반이 가까운 지금까지도 서로 사이가 참 좋아요. 얼마 전 일본에 머무를 때 (정)용화 형이 아침 일찍 제 방에 들이닥치더니 눈도 제대로 못 뜬 저한테 난데없이 우동을 먹으러 가자는 거예요. 형을 따라 나서서 여기저기 걸어 다니는데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이렇게 멤버들과 같이 공연하러 다니고, 틈틈이 일상도 함께하는 나날을 쭉 이어가고 싶어요.

해외 투어 도중에 생기는 여유를 마음껏 누리는 편인가요? 몸을 많이 움직이는 일은 하지 않아요. 운동 강도를 낮추고, 조금이라도 다칠 위험이 있는 곳은 절대 안 가죠. 혹시나 제가 다쳐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될 여지를 두지 않는 거예요. 해외 투어를 이어가다가 잠시 귀국한 기간에도 되도록 집에 있으려 해요. 쉬다가 베이스 기타를 잡았다가 하면서요. 아무리 악기를 오래 다뤄왔어도 감이 살아 있을 때 연주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전 주로 밤에 헤드폰을 끼고 혼자 연습하는 편이거든요. 이때 제 옆에 아무도 없어야 해요. 반려견 ‘심바’만 예외예요.(웃음) 제가 베이스기타를 치고 있으면 근처의 소파에 누워 곤히 자더라고요.

 

브라운 레더 슬리브리스 셋업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골드 브레이슬릿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아홉 살배기 골든리트리버 심바가 정신 씨의 인스타그램에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더라고요. 소중한 존재일 거라 짐작해요. 처음 만났을 땐 제 팔뚝만 한 작은 아이였는데, 몸집이 점점 커지더니 지금은 몸무게가 50킬로그램을 넘어서는 ‘슈퍼사이즈’가 되었어요.(웃음) 심바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가끔은 제 인생에 이런 존재가 또 있을까 싶어요. 심바와 눈을 맞추고 있으면 인간관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 전해지는 듯해요. 심바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기록으로 남겨두면 좋을 것 같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어요. 제 성격상 무언가를 시작하면 아주 열심히 해야 하거든요.

한번 시작한 일에 깊이 몰입하는 편이군요. 그럴수록 시작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때 신중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제 영역이 아닌 것 같거나 더 파고들면 안 되겠다 싶은 일은 일부러 거리를 두는 편이에요. 현재 제 관심 분야는 패션, 가구와 인테리어인데 이 정도 디깅 하는 것도 벅차더라고요. 한 가지를 더 꼽자면 골프예요. 취미 선상에서 적당히 즐기는 중이에요.

최근 골프를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 <편먹고 공치리> 시즌 5에도 출연했죠. 골프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나요? 친구의 적극적인 권유로 골프에 입문했는데, 언제부턴가 잘 치고 싶어져 점점 빠져들었어요. 그런데 잘하려 하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고요. 마음을 편하게 먹었을 때 운이 따르는 경우도 있었고요. 욕심을 내려놓아야 잘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이 흥미로워요.

욕심을 적당히 내려놓는 것이 어쩌면 골프를 잘 치는 비법을 넘어 삶에 필요한 태도일 수 있을 거예요. 맞아요. 제가 20대 시절에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거든요. 돌이켜보면 쉴 수 있는데도 쉬지 않았고, 순간순간을 즐기지 못한 것 같아요. 30
대가 된 요즘은 바쁘게 지내다가 하루이틀 휴일이 생겼을 때 현명하게 쉬려고 노력해요. 일과 휴식 사이에서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해가며, 양질의 능력을 주체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은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휴식에 대한 갈망보다 일을 향한 열정이 훨씬 크거든요.

그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을 거라 믿나요? 물론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죠. 하지만 단단히 부여잡으려 해요. 그러려면 저 자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기본적인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잘 쉬고, 끼니를 챙겨 먹고, 푹 자면서요. 다행히 지금까지는 무탈하게 실천해왔어요.

앞으로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필요해요.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 또한 제 기회일 테고요. 그건 제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겠지만,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 문장을 가슴에 품고 있어요. 나약해지거나 노력이 부족한 저 자신을 보고 싶지 않고, 제가 항상 준비된 사람이길 바라요.

준비가 되었을 때 꼭 쟁취하고 싶은 기회는 무엇인가요? 우선 연기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어요. 지난해에 방영한 드라마 <별똥별> 이후로 새 작품을 찾는 중이에요. 이전에 맡았던 역할들과 사뭇 다른, 강한 캐릭터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 ‘외톨이야’ 같은 곡이 다시 씨엔블루를 찾아오면 좋겠어요. 직접 작업하더라도, 이처럼 큰 사랑을 받는 곡은 마치 하늘에서 점지하듯이 아티스트를 찾아오는 것 같거든요. 그 기회가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꼭 잡는다면, 씨엔블루의 미래를 더 멋지게 그려갈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