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페이즐리 리본 장식 셔츠와 블랙 페이즐리 패턴 팬츠 모두 돌체 앤 가바나 (Dolce & Gabbana), 이어 커프 포트레이트 리포트 (Portrait Report), 홀스빗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셔츠 모두 알렉산더 맥퀸 (Alexander McQueen).

옥택연 블랙 롱 재킷과 셔츠, 모두 페라가모 (Ferragamo), 블랙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원지안 화이트 셔츠 준지 (Juun . J).

 

화보 촬영을 하는 내내 지켜보며 두 배우가 얼마나 다른지 깨달았어요. 옥택연 배우가 현장을 주도하면서 모두에게 에너지를 불어넣는 쪽이라면, 원지안 배우는 아주 고요하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쪽이더군요. 드라마 촬영 현장도 비슷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지안 건강한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구나, 선배의 첫인상이 그랬어요. 저와는 텐션이 좀 다르긴 하죠.(웃음) 그런데 그 덕분에 저는 좀 더 편하고 즐겁게 현장에 머물 수 있었어요.

상호 보완되는 지점이 있었던 거죠? 원지안 네, 선배가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면 저는 그걸 듣고 좋다 싶은 것들을 다시 맞춰보면서 신을 완성해갔어요. 선배가 이렇게 해볼까? 하고 질문하면 저는 답하고, 이런 식으로 대화를 많이 했어요. 옥택연 장면이 더 재미있어지겠다 싶거나 인물의 말과 행동이 더 잘 이해되겠다 싶은 것들이 생각나면 그때그때 제안해보는 거예요. 1백 개를 던져서 하나 꽂히면 다행이다 하는 마음으로요. 사실 받아들여지는 확률이 그다지 높진 않았습니다.(웃음) 그래도 계속 던져보는 거죠. 원지안 아니에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되게 많았어요.

드라마 <가슴이 뛴다> 속 ‘선우혈’(옥택연)과 ‘주인해’(원지안)도 극명하게 다른 존재로 그려져요. 그래서 두 분처럼 이들의 관계에도 상호 보완적인 면이 있을 거라 짐작했습니다. 옥택연 선우혈은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뱀파이어예요. 평생 ‘사랑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안고 살아왔고, 그 사랑의 감정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 인간이 되려고 안간힘을 써요. 이 과정에서 주인해라는 인물을 만나고,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조금씩 감정을 알아가죠. 선우혈에게 주인해는 감정을 깨우치게 해준, 그래서 인간을 이해하게 해준 존재예요. 원지안 인해 역시 우혈을 만나 깨닫고 성장하는 지점이 있어요. 사랑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은 우혈과 달리 인해는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 바빠 그 감정을 오히려 외면하는 쪽이에요. 그를 통해 삶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돼요. 그런데 그게 왜 하필 사람이 아닌 뱀파이어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요. 감정적으로 무의 상태인, 아주 순수한 존재였기 때문에 둘의 관계가 맺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인간에게서 기대하지 못한 무언가를 발견했을 테니까요.

선우혈과 주인해의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참고한 작품이 있나요? 옥택연 저는 만화영화 <미녀와 야수>를 떠올렸어요. 거기에 나오는 미녀와 야수도 사랑에 대해, 인간에 대해 품었던 의심을 서로를 만나면서 거두게 되잖아요. 그리고 결국 진정한 사랑에 대해 깨우치고요. <가슴이 뛴다>도 비슷한 맥락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실재하지 않는 존재가 등장하는 판타지물이라는 점에서도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이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려 했나요? 원지안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작품은 이미 오래전부터 봐온 터라 설정 자체를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뱀파이어를 맞닥뜨리는 인간으로서 어떤 걸 표현해내야 할지는 또 다른 문제더라고요.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는데, 포인트로 잡은 게 ‘현실성’이에요. 그래서 실제의 나라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 대해 생각을 아주 많이 했어요. 그 끝에 내린 결론은 그냥 놀란다, 당황한다, 이런 명확하고 단순한 감정은 아닐 거라는 거예요. 인해가 느꼈을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찾아내는 데 주력했어요. 옥택연 저는 맞닥뜨리는 쪽이 아니라, 뱀파이어니까 일단 믿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이야기가 보여주려는 판타지에 맞는 상상을 하려 한 거죠. 중간에 한 번이라도 ‘이게 맞나? 아닌 것 같은데’ 하고 의심하기 시작하면 바닥을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질 것 같았거든요. 감독님과 CG 팀을 믿고 가는 중입니다.

 

옥택연 핑크 리본 장식 셔츠 발렌티노(Valentino), 블랙 팬츠 페라가모(Ferragamo), 블랙 부츠 생 로랑(Saint Laurent). 원지안 그레이 재킷과 팬츠, 스커트 벨트 모두 레하(Leha).

화이트 터틀넥 톱과 화이트 랩스커트, 화이트 팬츠 모두 디올 맨(Dior Men), 화이트 셔츠 코스(COS), 이어 커프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플리플롭 하바이아나스(Havaianass).

 

두 분은 뱀파이어가 존재한다고 믿나요? 작품을 통해 뱀파이어를 만났으니, 이전과 생각이 달라졌을 것 같기도 해요. 원지안 믿지 않습니다.(웃음) 전에는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어요. 미지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드라마를 통해 만나고 나니, 이제는 외려 없을 것 같다고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이야기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달까요. 옥택연 예전에도 없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없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연기할 때는 안 그러는데, 실제로는 상상이나 공상을 전혀 하지 않는 편이라서요.

뱀파이어라는 존재 외에 또 다른 상상을 부추기는 건 <가슴이 뛴다>라는 제목이에요. 어떤 이유로 가슴이 뛰는 걸까? 그 감정은 설렘과 두려움 중 어느 쪽일까? 많은 의문을 품게 하는 중의적 표현이지 않나 싶어요. 원지안 읽히는 게 아니라 감각하게 되는 제목이지 않나 싶어요. 처음 듣자마자 ‘나도 좀 가슴이 뛰는 것 같은데?’ 싶었거든요. 한 가지 감정만 품고 있지는 않겠다 싶었는데, 대본을 읽어보니 역시나 중의적인 의미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더라고요. 옥택연 저는 상당히 직관적으로 받아들였어요. 가슴이 뛰지 않는 뱀파이어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냉소적인 인간의 만남, 딱 거기에 포커스를 두었어요. 그런데 듣고 보니 제목 안에 되게 여러 감정이 들어 있겠다 싶네요.

‘가슴이 뛴다’라는 문장을 요즘의 나에게 대입하면, 어떤 순간이 떠오르나요? 최근 본인을 가슴 뛰게 만든 건 무언가요? 옥택연 요즘은 대본이 나올 때 가장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것 같아요.

그 감정은 설렘인가요, 두려움인가요? 옥택연 복합적이죠.(웃음) 한 회 한 회 나올 때마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첫 장을 열어요. 나의 캐릭터는, 이 이야기는, 인해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기대하면서요. 그걸 제외하곤 사실 별로 가슴 뛸 일이 없어요. 우혈이랑 비슷해요. 원지안 저도 요즘은 한창 촬영에 매진하는 중이라 다른 두근거림이 크게 떠오르진 않는데요. 음… 짬뽕?(웃음) 촬영 끝나고 저녁 시간에 짬뽕 먹으러 가는 길이 얼마나 설레는지 몰라요. 사실 이건 아주 잠깐의 감정이고요. ‘가슴이 뛴다’는 다른 의미로 내가 존재함을 느끼는 일이지 않나 싶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사랑하는 사람, 제 반려묘도 포함해야 하니까 존재라고 할게요. 사랑하는 존재와 같이 있을 때도 가슴이 뛰는 것을 느껴요.

 

블랙 페이즐리 리본 장식 셔츠와 블랙 페이즐리 패턴 팬츠 모두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이어 커프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셔츠와 팬츠, 슈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첫 방영을 앞두고 있어요. 이 기다림 역시 가슴 뛰게 하는 일 중 하나일 텐데요. 이런 순간에는 평정심을 찾으려 애쓰나요? 아니면 고스란히 감각하는 편인가요? 옥택연 이야기의 첫인상이 어떨지 궁금해 작은 떨림이 있긴 하지만, 저는 그 감정이 크게 다가오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마음을 다스리는 일도 거의 없어요. 그냥 기다리는 거죠. 원지안 평정심을 찾으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긴장을 낳는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막 시작했을 때는 어떻게 하면 괜찮아질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나니 ‘그냥 만나야겠다’ 하고 마음먹게 되었어요. 긴장감이나 두려움이 들면 드는 대로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옥택연 그 감정을 외면하는 건 아니고요.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감정과 에너지를 다 쏟으려고 해요. 생각나는 모든 것을 던져놓고, 그중에서 선택되면 최대한 할 수 있는 표현을 다 하면서 제 역할에 집중하는 거죠. 그렇게 최선을 다하고 나면 기다리는 시간의 두려움이 잦아들어요.

그럼 이 이야기가 끝맺고 난 뒤에는 어떤 감정이 남기를 바라나요? 옥택연 <가슴이 뛴다>는 제가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 중 가장 분위기가 밝은 현장이었어요. 그 즐거움이 보는 사람에게도 느껴질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이 드라마가 끝나고 한참 지난 후에도 그 밝음이 생각나서 다시 꺼내보게 되길 바라요. 원지안 저도 비슷한 마음이에요. 이 작품을 하면서 ‘재미있어야지, 그게 제일 중요하지’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래서 끝나도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남지 않을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