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재킷과 팬츠, 펜타 슈즈 모두 디젤(Diesel).

니트 톱, 팬츠, 슈즈 모두 페라가모 (Ferragamo).

메시 톱과 팬츠 모두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스니커즈 이티스(EYTYS), 안경 젠틀몬스터×데이제르 (Gentle Monster × D’Heygere).

 

솔로 앨범 <OVERDRIVE>가 나온 지 딱 일주일이 지났어요. 오늘과 앨범이 발매되던 날, 그리고 나오기를 기다리던 그보다 일주일 전의 감정이 다르리라 짐작합니다. 한 달이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감정이 오갔을 것 같아요. 발매되기 전에는 언제 나오지 하며 기대하는 마음이 컸어요. 빨리 이 앨범을 들려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발매 당일이 되니 별생각이 없어지더라고요. 오히려 덤덤하고 차분했어요. 그렇게 며칠 을 보내고 나니 기분이 좀 묘해지던데요. 그 중심에는 기쁨이 있긴 한데, 그 단어만으로는 온전히 표현되지 않는 감정이에요.

비교해보자면 이전에 솔로 앨범을 냈을 때와는 또 다른 마음인가요? 좀 달라요. 그런데 아직은 이 감정을 선명하게 인식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요. 앨범을 들은 사람들에게 너무 좋다, 잘 듣고 있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무대 위에서 관객의 반응을 현장에서 체감할 기회가 없어서 그런지 그게 피부 속까지 와닿지는 않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수분 크림을 한 번에 많이 바르면 겉은 촉촉한데 속까지 흡수되는 데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지금은 흡수를 기다리는 때라 생각해요.

그런데 음악 방송 활동은 왜 하지 않은 건가요? 무대만큼 음악에 대한 리스너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자리가 없을 텐데요. 이번 앨범은 좀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방송 외적인 콘텐츠를 생각했어요. 뮤직비디오를 포함해 하나씩 콘텐츠로 선보인 다음, 라이브는 투어 무대에서 제대로 보여주자는 의도가 있었어요.

그 말을 들으니 기획부터 이 앨범을 어떤 식으로 보여줄 지 큰 그림을 그렸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곡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면서도, 전체적인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겼어요. 타이틀곡 하나만 소구되는 것이 아니라 <OVERDRIVE>라는 앨범 자체로 읽히길 바랐거든요. 그래서 틀을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특히 곡과 곡 사이의 유기성을 고려하면서 트랙 순서를 짜는 게 중요했어요. 이 앨범은 총 6개의 트랙으로 이뤄져 있어요. 이런 식으로 배치해서 쭉 들어보고 아닌 것 같으면 재배치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이어지게 만드는 게 관건이었죠.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곡 하나하나를 만들면서 신경을 쓴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가사를 쓸 때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유치한 표현은 안 쓰려고 하고, 같은 말이라도 직관적이기보다 은유적인 표현을 추구하거든요. 그래서 가사 작업이 쉽지 않았어요. 뻔하지 않으면서 천천히 음미하게 되는 가사인 동시에, 결국 이 곡을 부를 사람은 저니까 발음과 발성까지 고민해야 했거든요. 수정에 재수정, 재재수정을 거듭했어요.(웃음)

유독 여러 번 고민하고 수정한 건 어떤 곡인가요? 네 번째 트랙 ‘Habit’이요. 마무리 과정에서 수정이 많았어요. 뒷부분에 색소폰 세션이 들어가는 것도 수정 과정에서 넣은 거예요.

트랩, 딥 소울, R&B, 재즈 등 여러 장르를 시도한 것도 눈에 띄는 점인데 좀 전에 언급한 전체적인 디자인으로 보 면 재즈 사운드가 기반이 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재즈를 틀로 두고 그 위에 여러 장르를 얹은 느낌이 들어요. 재즈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이어가긴 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가장 편안하게 여기는 장르라 그런 것 같아요. 혼자 있을 때 재즈 음악을 자주 틀어두거든요. 귀에 익숙한 사운드다 보니 분명히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을 거예요.

전곡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까지 앨범 곳곳에 ‘아이엠 (I.M)’이라는 인장이 끊임없이 등장해요. 혹자는 어떻게 이걸 다 했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이건 제게 할지 말지 선택할 문제가 아니었어요. 제 이름을 건 앨범을 만들 때 곳곳에 제 지문을 남기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죠. 물론 더 잘하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그러면 제 것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모두 제가 해야만 진심이 잘 담기는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