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소재 슬리브리스 톱 커먼스웨덴(Cmmn Swdn), 팬츠와 벨트 모두 렉토(Recto).

데님 팬츠 디젤 (Diesel), 네크리스와 링 모두 지방시 (Givenchy), 슬리브리스 톱과 벨트,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슬리브리스 톱, 팬츠 모두 디올(Dior).

셔츠와 팬츠, 부츠, 타이 모두 보테가 베네타 (Bottega Veneta).

후디 디젤 (Diesel).

 

앨범을 만든다는 건 주관적인 선택이 켜켜이 쌓여 완성하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이게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순간은 어떤 식으로 헤쳐왔는지도 궁금해요. 아무리 좋은 멜로디나 가사가 나왔다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제 직감일 뿐이라 늘 의문을 품어요. 그런데 저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작업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마음을 두려워하진 않아요. 의심은 사람을 계속 사고하게 만들잖아요. 또 같이 작업하는 크루들이 있어서 그들에게 종종 물을 때도 있어요. 그렇게 스스로 혹은 주변 작업자와 상호작용을 하면 대부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딱히 걱정은 없었어요.

수치로 환산할 순 없겠지만, 완성된 앨범을 듣고 어느 정도의 만족감이 생겼나요? 이번 앨범에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물리적으로 체력과 시간을 다했다는 의미에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음악적으로도 제 최대치를 끌어냈기에 최선의 결과물이라 말할 수 있어요.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만족합니다.

최선을 다했다는 걸 듣는 사람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나요? 알아주면 좋기는 하겠지만 무슨 광고하듯이 ‘알아주세요’ 하고 호소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디까지나 음악을 만든 제가 최상의 만족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누구보다 잘 아니까 괜찮아요. 물론 시간이 좀 지나면 부족하고 아쉬운 면이 보이겠지만, 현재로서는 (스스로 만족한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앨범이에요.

지금 음악적으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다 끌어냈다는 말을 ‘이제 아이엠이라는 뮤지션의 방향성이 잡혔다’라는 말로 해석해도 될까요?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하는 고민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왜냐 하면 어떤 장르를 선택하든,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든 결국 모든 결과물은 제 안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그리고 취향이 명확한 편이라 굳이 방향성을 잡지 않아도 뭘 하든 자연스럽게 저다운 게 묻어나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의 말인 것 같네요. 맞아요.(웃음) 그런데 잘 아는 반면에 또 가끔은 전혀 모를 때도 있어요. 그래서 노래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특정해 이번 앨범을 들려줄 수 있다면 어떤 이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이 앨범 작업에 관한 기억이 없는 과거의 저요. 듣는 저를 상상해도, 들려주는 저를 상상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떤 반응을 보일지 너무 궁금해요.(웃음)

집보다 작업실에 오래 머문다고 들었어요. 앨범을 낸 이후에도 작업을 이어가는 중인가요? 앉아서 작업하는 데도 한 앨범을 만드는 데 엄청나게 많은 체력과 감정이 소진되더라고요. 워낙 많은 감정을 쏟아낸 터라 지금은 좀 지친 상태예요. 원래 작업실에서 일도 하고, 잠도 자고, 혼자 술도 마시고 거의 살다시피 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잠시 멀어져 있어요. 밖에서 이것저것 잘 채워 넣은 다음에 가려고요.

그럼 요즘은 운동 아니면 집이겠네요. 작업실, 운동, 집이 동선의 전부라면서요? 운동 아니면 집, 끝입니다.(웃음) 아, 곧 솔로 투어가 시작될 거라 연습실이 추가되었어요.

음악을 할 때와 일상의 모습이 정반대인 것 같아요. 음악 작업을 할 때는 은유적인 표현과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데 반해 일상은 굉장히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꾸려진 듯해요. 맞아요. 음악 할 때는 새로운 시도도 즐기고, 다양하게 사고하려 애쓰거든요. 그런데 일상은 단순한 루틴의 반복이에요. 밥 먹을 때도 고르기 귀찮아 주문 내역에 있는 거 또 시키는 사람이 저예요. 그럴 땐 고민하는 시간이 아깝더라고요.(웃음)

메뉴 선택에 드는 작은 에너지마저 모아두었다가 음악에만 쓰는 거죠? 배고픔은 뭐로든 채우면 그만이고 음식은 먹고 나면 남는 게 없는데, 음악은 남잖아요. 에너지는 한정적이니까 음악에 몰두하는 편이 유용하지 않나 싶어요. 물론 운동을 하기 때문에 탄단지를 고려하긴 합니다.(웃음)

곧 <OVERDRIVE>를 라이브로 선보이는 투어가 시작 돼요. 앨범을 만들 때와 또 다른 고민과 기대가 있을 것 같아요. 솔로 투어는 처음이라 시작한다는 것 자체 로 새롭고, 어떨지 궁금해요. 어떤 식으로 이 음악을 구현하든 모두 다 저의 기록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앨범을 만들 때만큼 많은 고민을 다시 거듭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이야말로 에너지를 잘 축적해야겠어요. 곡을 만들 때는 퀄리티에만 집중했지, 라이브 할 때 여기서 쉬고 가면 되겠다 하는 생각을 하진 않았거든요. 그렇게 만든 음악을 6곡이나 연달아 부른다고 생각하니…(웃음) 얼른 연습실 가서 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