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 화이트 셔츠, 블랙 타이, 골드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에릭 화이트 셔츠, 블랙 레더 타이, 블랙 뷔스티에, 블랙 팬츠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블랙 톱 오프화이트(Off-White™), 리넨 팬츠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슈즈와 액세서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에릭 리넨 재킷과 팬츠 모두 에트로(Etro), 화이트 슈즈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핑크 반다나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선우 블라우스, 팬츠 모두 에트로(Etro), 프린트 스웨트셔츠, 슈즈,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일본 투어를 막 마쳤어요. 큰 규모의 공연을 거듭할수록 느끼거나 배우는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선우 다른 나라에서 다른 언어를 쓴다고 해도 음원으로 하나가 되어 마음이 온전히 전달된다는 것을 느꼈고, 생각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팬들이 아주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았어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마지막 공연을 할 때 팬들이 이벤트를 해줬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진짜 우리가 보고 싶었겠구나, 구석구석에서. 이런 사람들이 있었구나 하고 한 번 더 깨달아서 마음이 살짝 찡했습니다. 에릭 서울 콘서트부터 쭉 달려왔기 때문에 솔직히 매 순간 몸 상태가 100%일 수는 없어요.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기 전 VCR이 나오고 팬들의 환호가 들릴 때, 모두가 소중한 시간을 내어 우릴 보러 와주었으니 한 분이라도 후회하게 해선 안 되겠다는 다짐이 생겨서 컨디션이 좀 떨어지는 날에도 최선을 다했어요. 이번 투어는 규모가 다양했어요. 관객이 2천 명부터 1만 명에 가까운 공연장도 있었죠. 어느 아티스트가 큰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걸 꿈꾸지 않겠어요. 하지만 규모와 상관없이 우리를 좋아해주고, 우리 음악을 들어주는 팬들과 한 지붕 아래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힘을 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어요. 그분들이 있기에 공연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일본뿐 아니라 대만, 마카오 팬들 덕분에 남은 투어를 더 열심히 할 에너지를 받았을 정도예요.

월드 투어를 다니는 많은 가수들이 공연장에서 받는 엄청난 환호와 공연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의 적막감을 느끼고, 그 격차에 대해 이야기해요. 두 사람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요? 선우 어마어마한 환호를 받다가 돌아오면 맛있는 거 먹고 멤버들과 한잔하고. 마냥 좋아요. 쉴 수 있어 좋고. 근데 귀에서 삐 하는 소리가 계속 들리긴 해요. 고요하지 않아요. 그래서 힘들어요. 차라리 밤이 고요했으면 좋겠는데. 에릭 (웃음) 맞아요, 인이어 때문에. 공연 후에 혼자가 되면 고독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때도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같이 산책을 하거나 거기서 또 틱톡 영상을 찍어요. 편의점에 가기도 하고, 다른 멤버 방에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공허감을 느낄 새가 없었어요. 선우 공허감을 메꾸죠, 저희끼리.

좋네요. 틈틈이 관광도 하고 말했듯이 틱톡도 찍어 올리죠. 또래 친구들끼리 노래하고 춤추며 세계를 누비는 건 청춘의 클리셰 같아요. 정작 그 안에 있는 본인들은 어떤가요? 선우 이게 무뎌진 기간이 있었는데, 에릭 같은 친구가 다시 상기시켜요. 이번 투어를 하면서도 한 분 한 분 시간 내서 오시는 거고 이 순간이 누군가에겐 꿈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부러워하지만 우리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현재 상황에 감사하자고 말하거든요. 의외로?(웃음) 그 말 덕분에 너무 힘들고 피곤한데도 열심히 한 날도 있었어요. 당장 주위에 있는 친구들만 보더라도 아무에게나 찾아올 수 없는 시간이구나 하면서 소중하게 여기려 해요. 너무 익숙해졌었거든요.

 

화이트 톱, 데님 팬츠, 서스펜더, 액세서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선우 블랙 재킷과 블랙 팬츠 모두 발렌시아가 바이 10 꼬르소 꼬모(Balenciaga by 10 Corso Como). 에릭 실크 셔츠, 새틴 실크 팬츠 모두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골드 목걸이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페이턴트 가죽 소재의 카산드라 샌들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화이트 셔츠, 블랙 타이, 골드 귀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사실 주변에서 아무리 이야기해도 본인은 이 삶밖에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특별함을 매 순간 실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선우 맞아요. 그래서 그냥 현재에 더 집중해요. 내 행동이나 팬들 하나하나. 이 일을 하지 않았으면 이 땅을 밟아보고, 이 공간을 지나갈 일이 있었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굉장히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되는 것 같아요.

더보이즈를 보며 놀란 건 쉴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카페에서 책을 보거나 한강 변에서 농구를 하며 평범한 일상을 잘 영위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그러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선우 개인적으로 항상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연예인이고 누가 알아본다고 해서 밖을 못 돌아다닐 이유는 없잖아요. 거리에서 나를 알아봐도 되고, 알아보면 인사하면 되는 거지, 굳이 나를 다 가리고 다닐 필요도 없죠. 그리고 저희는 소년들이니까 그냥 농구 하고, 누구는 PC방 가고, 누구는 외식하며 사진 찍어서 공유하고. 에릭 저는 심지어 얼마 전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갔어요. 혼영! 선우 혼영 하고. 이런 문화를 즐겨야, 공급이 있어야 내 것이 생겨요. 내 생각이 생기고, 내 에너지가 생기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자기만의 생각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안 돼요. 에릭 가끔은 사람 구경하는 것도 참 재밌어요. 선우 너무 행복해요. 에릭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기만 해도. 저희는 많은 시간을 방송국, 지하 스튜디오, 연습실 이런 데만 있고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람들만 보니까 밖에 나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면 너무 재밌어요.

실제 나와 상관없이 직업은 태도와 생각하는 방식에 많은 영향을 끼치죠. 저는 많이 듣고 좀 더 보게 됐거든요. 두 분은 일을 하며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선우 원래는 안 듣고 관심이 없으셨어요?(웃음)

타인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었는데, 일하면서 자연스레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질문해야 하니까. 선우 저희도 그런 것 같아요. 아이돌에게 사랑한다는 건 하나의 의무처럼 되어 있거든요. 데뷔하고 나서 팬들과의 관계가 그저 신기하고 뭔가 이상하고.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사랑을 받아들이고 배우는 태도가 생긴 것 같아요. 케이팝이 여기까지 오는 데에 팬덤 문화의 영향이 엄청 컸다고 생각해요. 내년에 누가 제 팬이 될지 모르지만, 제 팬이 된다면 저는 그들을 처음 봤을지라도, 이 사람은 분명 내가 모르는 순간에도 날 사랑해주고 있을 테니 나도 그들에게 무얼 줄 수 있을까 싶어요. 의무적이라기보다는 이제는 진심이 되어버려서, 진
심으로 내 사랑으로 돌려줘야겠다는 마음 자체가 태도가 된 것 같아요. 전 이 점이 가장 신기해요. 이건 팬들의 힘이에요. 그분들이 나를 움직였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변한 거거든요. 에릭 예전에 사랑받는 법밖에 몰랐던 저에게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알려줘 고맙다고 팬들에게 말한 적이 있어요. 누구나 그렇듯이 저도 어릴 때 가족과 친구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사랑을 막 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게 저란 사람이 다정하지 않고, 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선우 방법을 모르죠. 에릭 모르고, 받고 싶어 하기만 하고, 그러는 데 익숙해져 있었는데, 더보이즈의 에릭이 되어 더비라는 팬들을 만난 후부터는 그 사랑을 마냥 받고만 있을 수 없었어요. 내가 이만큼 사랑을 받네? 나도 이런 사랑을 줘야겠다, 챙겨줘야겠다, 해줘야겠다 하는 감정과 생각이 자연스럽게 저를 막 지배해요. 좋은 방식으로요. 그래서 팬들이 콘서트에서 해준 이벤트에 오열하게 되고, 빼빼로데이나 새해에 그분들한테 손 편지를 쓰게 되죠. 지금 같은 화보 촬영장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것도 오로지 화보 비하인드 신을 더비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거든요. 사랑을 주고 싶으니까.

아까 에릭이 유일하게 모니터를 찍은 게 두 사람이 같이 찍은 사진이더라고요. 에릭 지나가다 모니터를 봤는데 우리 둘이 현실 웃음을 짓고 있더라고요. 참 보기 좋았어요. 그야말로 ‘청춘’ 같기도 하고, 웃음이 나와서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